카카오 무너지니 온 국민이 피해를 봤다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은 카카오가 우리 생활에 얼마나 깊숙이 스며들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였다.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었고, 택시, 은행, 메일 등 카카오가 제공하는 플랫폼을 통해 경제생활을 하는 사람들 역시 손실을 입었다.
카카오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무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까지 포함한 보상안을 검토해보겠다고 했지만, 4천만이 넘는 이용자들을 어떻게 보상해줄지 의문이다.
카카오의 행보에 더 큰 분노를 쏟아내는 사람들은 카카오에 투자한 소액투자자들이다. 카카오와 그 계열사들의 주가가 끝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9만원대에서 16,000원까지 떨어졌다.
카카오의 하락은 예견된 수순, 문제는 문어발식 사업 다각화
카카오의 하락은 어쩌면 예견된 수순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주가가 하락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평가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카카오의 몸값은 문어발 사업과 쪼개기 상장 등의 행위로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2년간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등 자회사를 줄줄이 상장하면서 기업가치 희석이 이어지고 있는 사실을 주가 폭락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한다. 카카오 계열사 수는 2022년 6월을 기준으로 해외계열사까지 합해 194개로 늘어났다. 카카오가 이 정도로 자회사를 줄줄이 상장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양호한 주가를 유지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 전문가는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의 성장성에 투자하고 싶었던 주주들이 모두 카카오에 투자했을텐데 자회사 상장으로 투자포인트가 계속 줄어들면서 기업가치가 희석됐다"고 분석했다. 모회사에서 떨어져 나온 자회사가 상장되면서 기업가치가 분산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카카오는 시장 확장과 자금조달을 위해 문어발을 늘려갔다. 골목상권침해라는 논란까지 빗었지만,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은 멈출 줄 몰랐다. 카카오의 이러한 문어발식 확장 전략은 적은 지분율만으로 자회사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제도(자회사 지분율 요건: 상장30%, 비상장 50%)가 있기에 가능했다. 지주회사격인 카카오는 단 27.2%의 지분으로 자회사인 카카오뱅크를, 47.05%로 카카오페이를, 57.31%의 지분으로 카카오모빌리티를 지배했다.
이러한 기업집단 지배구조는 카카오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내노라하는 대기업 집단 대부분이 이와 같은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아래는 우리나라 10대 그룹 총수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과 내부지분율(총수 일가의 주식 비중에 임원, 계열사 등의 지분을 합친 것으로, 그룹 차원에서 동원할 수 있는 ‘우호 지분’을 의미)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이는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얼마나 많은 계열사들을 지배할 수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총수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과 내부지분율 차이(총수일가 상위 10개 집단)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2021.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분석・공개"
문어발 확장, 한국이 특이한 이유?
이러한 지배구조는 해외 선진국 중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미국과 독일, 일본, 영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100% 가까이 보유해 한국과 같은 문어발식 사업 다각화는 매우 드물게 일어난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회사의 자회사인 손자회사도 그 아래인 증손회사도 찾아보기 힘들다.
각 국의 지주회사 규제현황
자료: 신영수 외. 2018. "외국의 지주회사 현황·제도 등의 운영실태"
카카오와 구글의 차이점?
카카오의 분사전략은 구글을 롤모델로 삼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글의 경우 지주회사인 알파벳을 정점으로 생명공학, 인공지능, 미디어 등 자회사들이 각각의 분야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카오와 구글의 차이점은 구글의 경우 상장된 회사가 지주회사인 알파벳 뿐이라는 것이다. 모회사인 알파벳의 경우 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 모자회사 주주들 간의 분쟁과 무리한 문어발식 확장을 막았다. 이처럼 미국의 지주회사들은 자금을 조달하거나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때에는 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자회사를 설립한다.
카카오, 진정한 책임은 문어발확장의 중단과 소액주주존중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센터장은 이번 사태로 인한 국정감사에서 "문어발 확장, 필요치 않은 투자 등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겠다," “이번 사태를 카카오가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뀔 중요한 계기로 삼겠다”고 언급했다. 카카오가 진정 구글을 롤모델로 삼는다면 무분별한 시장 확장과 자금조달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소액주주에 피해를 주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방법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