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나두울 Apr 12. 2022

<일의 격>

신수정

    2022년,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까지 이어진 지식의 수동적 배움에서 벗어나 행동의 배움을 갈망했고, 이미 높은 곳에 올라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성장한 친구들을 보며 조바심을 느꼈다. 2021년 하반기,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무작정 지원해 들어간 첫 직장에서는 '대학생 인턴'은 함께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견학을 조금 오래 하는 무력한 어린애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뿐 그 이상의 의미를 얻지 못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아무것도 얻은 것 없이 학교로 돌아가기는 싫었다. 한낱 대학생 인턴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냐만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내게 필요했다.


    그래서 2022년 1월부터는 스타트업에서 일을 시작했다. 아무 전문성도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단순 반복적인 '아르바이트'스러운 작업밖엔 없었지만, 일단은 그거라도 괜찮았다. 작은 조직이라 다른 사람들이 '진짜 일'을 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이곳 사람들은 일을 좋아서 하는 것 같았다. 물론 월요일엔 투덜대고 금요일엔 칼퇴하는(?) 전형적인 직장인의 구색은 갖추고 있지만, 적어도 자신과 회사의 성장에 꽤나 큰 열정을 쏟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대표님과의 1대1 미팅에서 내가 배움의 의미,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했던 순간들,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첫 인턴 경험, 그리고 그와 대조되는 새 직장의 열정적인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을 이야기했을 때 내게 추천해주신 책이 <일의 격>이었다.


    <일의 격>은 SNS에서 일과 성장, 그리고 삶에 관한 짧고 insightful한 글로 많은 팔로워들에게 영감을 주는 신수정 님이 페이스북에 썼던 글들을 모아 출간한 책이다. 사실 이런 '스낵 컬쳐'스러운 글을 좋아하진 않는다. 글 잘 쓰는 사람들의 임팩트 있는 짧은 글들을 읽다 보면 별다른 사유 없이 그저 설득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삶의 경험으로부터 나온 몇몇 주제들은 지금의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몇 번의 실패를 맛보고 어느 시점에서부턴가 회피형 인간으로 살아왔던, 항상 핑계를 찾고 자기부정에 빠져있었던 내가 책 한 권을 읽는다고 180도 달라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하다 보면 의식하게 되고, 의식하다 보니 내가 바뀌어 있는 마법 같은 순간을 위해 몇 가지 인상깊었던 부분을 공유해 보려 한다.




#선택은 당신의 몫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서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실패할까 두려워 열심히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자신을 제한하는 것들을 곰곰이 고찰해보라. 실패가 두려워 스스로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었을 수 있다. 프로이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의 현재 행동은 과거 트라우마의 산물이므로 바꾸기 어렵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들러는 사람이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현재를 만든다고 한다. 아들러의 주장이 맞다면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 우리가 필요한 목적을 선택하면 더 이상 자신을 제한하는 한계에 묶이지 않는다. 현재의 행동과 현상을 바꿀 수 있다.


#두드려야 열린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것과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서로 부딪히는 게 아니다. 남을 존중하면서도 얼마든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겸손이란 야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겸손하지만 야심도 가질 수 있다. 수동적으로 있지 말고 두드려 볼 필요가 있다. 두드리면 열린다. 설령 당장 안 열려도 열릴 가능성을 훨씬 높인다. 가만히 있는데 무언가 문이 갑자기 열리지 않는다.


#'처음부터 제대로'가 민첩함의 발목을 잡는다

어떤 분들은 처음부터 제대로 할 것이 아니라면 아예 실행하지 않는다. '실수'하거나 '실패'하려 하지 않는다. 특히, 지금까지 좋은 경력과 브랜드를 쌓아 왔을수록, 성공과 인정의 욕구가 강할수록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다 보면 하세월이다. 그러나, 일단 작게 실험해보고 피드백을 받으며 발전시켜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다. 무엇을 하든 일단 부담 없이 가볍게 출발하고 이를 반복, 향상해나가라. 아니면 접으면 되고, 괜찮으면 발전시켜가면 된다.


#착한 척하다 보니 착하게 되었다.

물론 마음과 생각이 착한 사람이 착한 행동을 하는 게 자연스럽다. 그러나 착한 행동을 하다 보니 착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마음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먼저 행동하는 것도 괜찮다. 선한 마음이 안 생겨도 선한 행동을 해보자. 이러다 보면 어쩌면 그게 가식이 아니라 진짜 자연스러운 자신의 삶이 될지도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누구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