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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두울 Nov 04. 2021

<나는 누구인가>

내가 기록하기 시작한 이유

 우리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나 듣던 진, 선, 미는 사실 인문학에서 추구하는 세 가지 기본적인 가치를 뜻한다. 그중 첫 번째인 '진'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고민을 통해 진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것이고, 두 번째인 '선'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를 판단하고자 하는 것이며, 세 번째인 '미'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로 대표되며 멋지게 죽기 위해 탁월함을 추구하는 태도로 귀결된다.


 인간은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반성적 사유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데, 무지한 나는 사유할 틈도 없이 너무 정신없이 살아왔나 보다. 이 책을 기점으로 독서하면서 인상 깊었던 것들이나 생각할 거리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임과 동시에 사회적 동물이므로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누군가는 유행 따라 대세 따라 사는 것도 제멋이라고 하지만, 자기 삶의 기준이 타인이 되면 자신을 잃어버리고, 또 잊어버리고 만다. 남 눈치 보느라 내 정체성도 잃어버리고 한 번뿐인 소중한 내 삶의 주인도 뺏긴다는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내가 누구인지 안다는 것은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과 같은 의미를 함유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럼 어떻게 주인으로 살 건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그 집단의 생각을 자기 생각인 양 떠들고 다닌다. 정치적 이념, 지역감정, 젠더갈등, 계급 불평등, 세대갈등 등. 사실 이런 건 자신이 직접 특정한 사건을 통해 뼈저리게 느끼는 경우보다 그냥 주변 사람들이 그렇다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 동적인 사건들로 이루어진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이 정적인 관념의 세계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인다. 한 책에서 말하길, 관념 속에 갇힌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경계에서 운동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 주변에 고정되고 규정된 이념들 사이의 경계에서, 그 경계를 품고 유연한 삶을 살아야 한다. 경계들로 갈라진 고정된 기준 속에서 '내가 얼마나 신념을 잘 지키느냐'로 자신의 가치를 결정하기보다,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어 자기 판단에 미루어 유연하게 이념들의 경계를 넘나들며 가치를 결정해야 한다.


(전에는 쳐다보지도 않다가) 최근 들어 많은 양의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몇 권을 제외하고는 돌아섰을 때 기억에 남은 게 없었다. 왜였나 생각해보니 윗 문단에 답이 있다. 앞으로는 작가의 생각 속에, 소설이라면 작가의 상상력 속에 내 생각도 가둬버리지 않고, 그 테두리를 넘어 '모호하지만 활동적인' 독서를 해야겠다.


오늘부터 경계를 품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읽은 걸 내 안에서 재구성하기 위해 읽어야겠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인문학의 세 가지 기본적 가치인 "진, 선, 미"를 내 브런치 매거진의 제목에 녹였다.


眞 : 고전과 명저를 읽으며 진리에 다가서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답해 보려 한다.

선善 : 사회를 진단하는 책들을 통해 사회에서의 내 역할을 깨닫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해 보려 한다.

미美 : 문학 작품을 통해 울림과 깨달음을 얻고, 그 속에 담긴 '아름다움'을 품어 보려 한다.


 이 브런치는 내가 독서를 통해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자기 기록용' 브런치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만일 이 조용한 자기 기록용 브런치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이 있다면, 브런치 글을 읽으며 '저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며 사는구나. 이 책을 읽고 이런 것을 느꼈구나. 나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라는 생각만 하게 되더라도 대단히 보람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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