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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두울 Nov 29. 2021

<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자유라는 개념은 현대인의 삶에서 엄청나게 큰 중요성을 가진다. 권위와 통제는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지며, 사람들은 성적 지향성, 종교 선택, 라이프스타일 등의 측면에서 유례없는 다양성을 표출하고 있다. 얼마 전 작성한 ‘자유로부터의 도피’ 독후감에서는 현대인이 자유를 자발적으로 버리고 권위에 복종하기도 하며, 돈과 권력 앞에 자유하지 못하다는 의문을 제기했으나, 그러한 삶도 개별 주체가 자유로이 선택한 삶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현대인이 '자유'에 대한 개념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으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꼽을 수 있다.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자유에 대한 가장 고전적이고도 기본적인 내용을 알아보고자 책을 꺼내 들었다.


 “타인에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개인의 생각과 행동에는 무한한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자유론>은 이 한 문장을 위해 수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나머지 내용은 이 주장을 부연하기 위한 내용들이다. 책은 총 5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장은 위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적인 흐름에 따라 체계적으로 짜여 있다.


 밀은 다수가 동의하고 단 한 사람만 반대하는 상황에서도 그 한 사람의 의견이 다수의 의견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말한다. 공리주의자였던 밀이 다수와 소수에 차등을 두지 않은 점이 이상해 보이지만, 그가 이렇게 주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이 인류 전체의 공리를 증진시킨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그 세 가지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소수의 의견이 맞을 수도 있다. 소크라테스는 사형을 선고받았고, 지동설을 주장했던 코페르니쿠스는 이단으로 몰렸지만, 후대에 이르러 그들의 사상은 널리 인정받는다. 지금 당장은 말도 안 되어 보이는 주장이 새로운 발견에 의해, 시대의 전환과 사회 변화에 의해 새로운 진리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둘째, 소수의 의견이 틀렸다고 하더라도, 잘못된 의견과 비교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진리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말에 반박하고, 그의 반박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더욱 견고히 할 수 있다. 주류에서 벗어난 의견을 묵살한다면, 사람들은 합리적인 사고 과정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형성하기보다 그저 다수의 주장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셋째, 100% 옳은 이론이나 주장은 있을 수 없다. 대부분의 경우 모든 면에서 결점이 없는 주장은 존재하지 않고 대립되는 주장들이 각각 부분적인 진리를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책은 위와 같은 이유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모두의 의견이 존중될 때 사회 전체적인 공리가 증진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의 내용 중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밀이 표면적인 자유가 과연 진정한 자유인지 의심했다는 것이었다. 자유로운 사고를 통해 도출된 것으로 보이는 개인의 주장이, 사실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경우를 경계했다. 밀은 어떠한 주장이 대중의 공공 여론에 반대해서 행사될 때도 문제지만, "그것에 편승해서 행사될 때 더욱 유해"하다고 지적한다. <자유론>이 19세기에 저술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이 지적은 특히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보다 유용한 정보를 간편하게 얻는 요즘 사회에서 밀이 경계한 “여론에 편승하는 행위”가 더 쉽게 일어난다. 개인의 주장이 깊이 있는 사고를 통해 나오는 경우는 드물고, 그저 자신에게 주로 노출되는 의견을 피상적으로 답습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은 물론 모두에게 자유로운 소통의 장이 될 수 있으나, 때로는 가장 배타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생각만이 공유되는 곳이 되기도 한다. 선택적 미디어 섭취에 의해 세뇌된 개인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이 자유롭고 합리적인 사유의 주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여론의 주장을 자기주장과 동화시킬 때, 그들은 자유로부터 멀어진다.


 <자유론>은 타인에 피해를 끼치는 행위의 범위와 그에 대한 제재에 대하여 나름의 기준을 제시하지만, 그것이 모두가 납득할 만한 명확한 결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런데, 책의 내용에서 줄곧 주장하다시피 모두에게 흡족한 의견은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위험하다. 한 위대한 철학자의 의견에 의지하는 것은 그의 집필 의도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사회의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소통하고 토론하며 유동적인 협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최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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