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조금씩 물들어서

by 시즈

첫날에 벌써 부산에 반해버린 나는 거리를 걸으면서 신기한 감정을 느꼈다.


'뭔가 편하다'

부산의 분위기는 내가 살고 있는 일본 도시와 닮아서,

처음 왔는데도 오래 살아온 사람처럼 익숙함을 느낄 수 있었다.


호텔에 짐을 둔 후, 나는 부산타워와 국제시장을 구경했다.

부산 하면 국제시장이 유명한 관광지인데, 솔직히 나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사람이 많은 곳을 원래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날 내가 가장 마음에 든 곳은 용두산공원이었다.

넓은 공원 안에서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수다를 떠는 친구들,

데이트를 즐기는 풋풋한 커플들.

그런 한국 사람들의 일산을 엿보는 것이, 늘 TV에서만 보던 연예인을 직접 보는 것처럼 나에게는 신선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공원에서 부산 풍경을 내려다보며 다시 실감했다.

"나, 지금 부산에 있구나...

부드러운 바람이 나를 환영해 주듯 살랑살랑 불어와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저녁에는 미리 알아본 “개미집”이라는 식당에 갔다.

오후 6시에 갔더니 사람이 적어서, 혼자인 나도 편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낙지볶음을 주문하니 반찬이 여러 가지 나왔다.

그중 하얀 국물에 무가 들어 있는 음식이 뭔지 몰라서 이모에게 “이게 뭐예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모는 일본어로 “미즈 김치"라고 대답하셨다.


(어? 나 일본인이라고 말 안 했는데… 어떻게 아신 거지!?)

그때는 머릿속이 물음표로 가득했는데, 아마도 내 한국어 발음이나 외모 때문에 금방 알아보신 것 같다.


'물김치'라는 이름은 들어봤지만 먹어본 적은 없었다.

같은 '김치'인데도 보통 김치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신기했다.

일본에도 김치 (주로 배추김치)는 널리 먹지만, 물김치는 일반적이지 않아서 나도 한국 음식점에서 한번 본 게 전부였다.

처음 맛본 물김치는 시원하고 피곤한 몸에 스며드는 듯했다.


낙지볶음이 보글보글 끓자, 이모가 “이제 먹어도 돼요"라고 알려주셨다.

낙지볶음은 공깃밥 위에 얹고, 그 위에 부추나 김을 더해 비벼 먹는다고 하셨다.


한국 드라마에서도 자주 보던, 큰 볼에 밥과 반찬(?)을 넣어 숟가락으로 비벼 먹는 장면이 떠올랐다.

볼 때마다 “맛있겠다" 싶었는데, 드디어 나도 그 장면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일본에는 비빔밥처럼 비벼서 먹는 요리가 많지 않다.

소고기덮밥이나 카레도 조금씩 깔끔하게 먹는다.

만약 그런 요리를 막 섞어서 먹으면 버릇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사실 한국식의 ‘비벼서 먹는 스타일'을 좋아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라는 말처럼, 나는 낙지볶음과 밥을 성대하게 비벼 먹었다.


"음... 맛있다!"

낙지의 쫄깃한 식감과 부추의 아삭함, 적당한 매운맛이 식욕을 자극했다.

이렇게 맛있고 양도 넉넉한 요리를 12, 000원에 먹을 수 있다니.....!

역시 부산은 내 마음에 쏙 든다!!


부산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나는 그 도시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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