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한국인의 하루 속으로

by 시즈

부산 하면 감천문화마을이 유명한 관광지다.

형형색색의 집들, 어린 왕자님, 방탄소년단 벽화 등 사진 명소가 많아서 한번 가보고 싶었다.


나는 시내버스를 타고 감천문화마을을 향했다.


나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걸 좋아한다.

외국인이다 보니, 택시가 가장 편한 교통수단이긴 하지만,

현지인이 자주 이용하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뭔가 나도 그들의 일상에 스며드는 것 같은 기분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 버스는 일본과 약간 다르다.

한국은 앞문으로 타고 뒷문으로 내리지만, 일본은 뒷문으로 타고 앞문으로 내린다.

한국에서 습관적으로 앞쪽에서 내리려다가 기사님이 “뒤쪽으로 내리세요"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빠르다.

정류장에 도착하기 전에 벌써 일어나 문 앞으로 가고, 교통카드도 내릴 때가 아니라 미리 찍어 두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노인분들이 버스가 아직 달리고 있을 때 자리에서 일어나는 건 놀라운 일이다.


한국에 올 때마다 어르신들을 보면 “참 다리와 허리가 튼튼하시다"라는 생각을 하는데, 어쩌면 평소 이렇게 버스를 타면서 자연스럽게 단련되는 게 아닐까 싶다.


일본에서는 버스가 완전히 멈출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면 안 된다.

달리는 동안 일어나면 위험하므로, 기사님도 승객이 모두 자리에 앉아 안전을 확인한 후에 출발한다.

그래서 일본 버스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국 버스를 탈 때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버스를 타면 바로 난간을 잡아라!"


나도 이 교훈을 가슴에 새기며 한국 버스를 탄다.

그래야 내 안전을 지킬 수 있다.

그리고 한국에 오면 한국 사람처럼 생활하고 싶어서, 일부러 한국인처럼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고 교통카드를 삑" 찍는다.

이렇게 함으로써 나도 한국인의 ' 일원‘이 된 것처럼 살짝 좋은 기분이 든다.


감천문화마을에 도착한 후, 나는 한복 대여점을 향했다.

한 번은 꼭 한국에서 한복을 입고 관광하고 싶었다.

일본에서 예약해둔 한복집에 들어가자, 이모님이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그 가게는 1층이 카페, 2층이 대여점이었다.

계단을 올라가 문을 열자, 작은 체구의 이모님이 웃으면서 반겨 주셨다.

여러 가지 한복 중에서 나는 분홍색 한복을 골랐다.

40대의 내가 분홍색이라니, 누군가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분홍색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선택했다.


"나이에 걸맞다 “

나는 이 표현이 싫었다.

나이에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 되지 않을까, 늘 그렇게 생각한다.


일본 사람들은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원하는 머리를 하고, 옷을 입고, 가방이나 액세서리도 다양하게 고른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는 분홍색이나 빨간색 같은 밝은색 옷을 입은 사람이 그리 많이 없다.

한국은 개성을 강조하기보다는 다른 사람과의 “조화"를 더 중시하는 것 같다.


개인을 존중하는 일본.

연대감을 중시하는 한국.

나는 둘 다 좋아한다.


이모님이 나에게 한복을 입혀 주고 머리도 예쁘게 꾸며 주셨다.

그 순간, 은근히 친근함이 느껴져서 나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고 관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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