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아침 식사 하면 뭘까?
아마 빵을 먹는 사람도 있고, 된장국이나 찌개 같은 한식을 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전복죽이 먹고 싶었다.
일본에서는 죽이라고 하면 주로 몸이 아플 때 먹는 음식이다.
그 외에는 거의 먹을 기회가 없다.
그래서 “전복죽"이라는 메뉴가 내게 아주 새롭게 다가왔다. 고급 재료인 전복과 소박한 죽의 조합이라니, 신기했다.
부산에는 전복죽 전문점이 있었다.
죽만 전문으로 하는 가게가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일본에서는 본 적이 없었으니까.
가게 문을 연 지 15분쯤 되었을 때 도착했는데, 벌써 손님 몇 명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남은 자리는 4인석뿐이었다.
사장님은 나를 4인석에 앉게 해주셨다.
그 뒤로도 손님들이 계속 들어와 금세 가게 안은 가득 찼다.
자리가 꽉 찬 식당. 밖에서 기다리는 몇 명의 손님들.
그 속에서 혼자 4인석에 앉아 있던 나는 괜히 미안하고 조금 불편했다.
그러다 내 주문이 좀처럼 나오지 않아 불안해졌다.
뒤에 주문한 옆자리 손님에게 먼저 반찬이 나왔을 때는 순간 ‘혹시 나는 외면당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스쳤다.
불안이 파도처럼 몰려올 즈음. 드디어 반찬과 전복죽이 나왔다.
전복죽은 내가 알던 죽과 달랐다.
일본의 죽은 거의 흰색인데, 전복죽은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처음 보는 색깔의 죽, 하지만 그 낯섦이 오히려 반가웠다.
한국에는 일본에 없는 게 참 많다.
그게 늘 새롭고, 신기하고, 재미있고... 그리고 좋다.
천천히 맛을 응미하고 싶었지만, 가게 안과 밖의 상황을 생각하니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서둘러 먹고 나와 사장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손님이 많은 걸 알면서도 혼자 온 나를 4인석에 앉히고 친절히 대해주신 게 고마웠다.
아마 이런 작은 따뜻함이, 내가 한국을 좋아하 는 이유일 것이다.
전복죽과 따뜻한 마음으로 배를 채운 후, 흰여울문화마을로 향했다.
아침 9시 무렵이라 마을은 한적하고 고요했다.
근처 카페에 들어가 커피와 치즈키이크를 주문했다
손님은 없었고, 마치 나만을 위한 공간처럼 느껴졌다.
창가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니, 나만의 카페, 나만의 디저트, 나만의 자리, 나만의 바다......
모든 게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특별했다.
여행하면서 가장 좋은 순간은, 어쩌면 이런 카페에서 천천히 시간을 보내는 일일지도 모른다.
관광지를 다니는 것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커피 한 잔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소중했다.
바쁜 일상에서는 가질 수 없는 이런 느릿한 시간이야말로 진짜 사치가 아닐까.
흰여울문화마을은 소박하고, 예쁘고, 걷기만 해도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이었다.
관광을 마치고 호텔로 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그만 반대 방향으로 가버렸다.
내려야 할지 망설이다 종점까지 와버렸다.
어떡하지......?
어찌할 바를 몰라 기사님께 물어봤다.
"남포동까지 가고 싶은데요, 어디서 타야 합니까? “
그러자 기사님은 무뚝뚝하게 “여기서 타면 돼요"라고 알려주셨다.
기사님 말투가 세게 들려 처음엔 조금 무서웠다.
하지만 출발 시간이 남았다고, 밖에서 기다리려는 나를 버스 안으로 손짓해 불러주셨다.
그제야 알았다. 기사님은 무뚝뚝한 게 아니라 사실 친절한 분이었다는 걸.
만약 내가 한국어를 못했다면 그 친절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 억양이 일본인인 내게는 세게 들릴 때가 많았는데, 그건 단지 다르게 들릴 뿐이지 화내는 것도, 불친절한 것도 아니었다.
특히 부산 사투리는 서울 사람에게도 다투는 것처럼 들린다고 한다.
부산 사람은 그냥 평범하게 대화하는 것뿐인데 말이다.
내가 조금 무섭다고 느낀 것도, 아마 도쿄 사람이 오사카 사투리를 들으면 거칠게 느끼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었을 것이다.
오사카가 “다정한 도시"라고 불리듯, 부산도 인정이 넘치는 따뜻한 도시임을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