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공부에서 일본인이 어려움을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발음"이다.
한국어에는 일본어에 없는 '받침'이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일본인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건 'ㄹ'받침이다.
얼굴
오늘
하늘
한글
이 단어들을 일본어 가타카나로 쓰면,
오루구루
오누루
하누루
한구루
이렇게 된다.
사실, 본래의 발음과는 전혀 다르다.
일본어에는 받침 개념이 없기 때문에 억지로 쓰려면 '루'로밖에 표기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조사 ‘를’은 일본인에게 정말 난관이다.
“대체 이걸 어떻게 발음하라는 거야……!?” 하며 곤란해했던 기억이 있다.
'ㄹ'받침만으로도 어려운데 '를'은 'ㄹ'가 두 개나 붙어 있어서 처음에는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일본인이 구별하기 어려워하는 발음으로 "ㄴ,ㅇ,ㅁ"받침이 있다.
일본어에도 비슷한 발음이 있긴 하지만, 일본에선 그것들 모두 한 글자 "ん"로 쓴다.
예를 들어,
공 → こん
산 → さん
섬 → そん
이렇게 모두 똑같은 ‘ん’이 된다.
한편 한국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일본어 발음도 있다.
바로 "ざ(ZA)"ず(ZU)"つ(TSU)" 같은 발음이다.
예를 들어, ‘ざ’를 한글로 쓰면 ‘자’가 되지만 사실 이 둘은 미묘하게 다르다.
내 이름도 한글로 쓰면 "시즈(SHIJU)"가 되지만, 일본어로 쓸 때의 "しず(SHIZU)"와는 다르게 들린다.
일본인이 "를"을 "루"로 발음하듯, 한국 사람도 "つ(TSU)"를 "츄(CHU)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일본어 발음을 아주 잘하는 한국인도 있다.
그런 사람에게 내 이름을 들으면 “어, 일본어 실력이 대단하네”라고 느낀다.
그런데 문득, 내 한국어가 한국 사람에게는 어떻게 들릴까? 궁금해졌다.
한 번은 수원에서 전주까지 가려고 버스터미널에서 티켓을 구매했을 때의 일이다.
"전주까지 한 장 주세요"라고 말했는데, 미리 확인했던 가격과는 다른 금액이 나왔다.
이상하게 생각해서 스마트폰 메모장에 "전주"라고 적어 보여 주었더니, 그제야 정확한 가격이 나왔다.
나는 "전주"가 아니라 "청주"라고 발음한 것 같았다.
사실 "전"과 "청"도 일본어로 쓰면 똑같이 "ちょん"이 된다.
그래서 일본인에게는 "전주"와"청주"를 정확히 구별해서 발음하는 것도 어렵다.
이 외에도 "어, 오", "으, 우"도 일본인이 구별하기 어려워하는 대표적인 발음이다.
일본어에는 "어"와 "으" 발음이 없어서, "어"는 "오", "으"는 "우"로 대체된다.
결국 한국 사람들이 내 한국어를 듣고 바로 일본인이라는 걸 알아채는 건…… 발음 때문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