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회를 먹는 법

by 시즈

이왕 제주에 왔는데 신선한 회를 먹어야지!


내 입은 이미 회를 먹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횟집 대부분이 2인분에서 주문할 수 있다.

혼자인 내가 회를 먹으려면 어디 가야 해?

일단 호텔 직원에게 물어봤다.


"이 근처에 혼자 먹을 수 있는 횟집이 있습니까?"


그러자 직원은 "음..." 하며 잠시 고민했다.

아무래도 혼자 횟집에 가는 건 쉽지 않겠네요......

한국 사람은 혼자서 회를 안 먹나?

일본에선 초밥집에도 편하게 혼자 갈 수 있고, 마트에 가면 쉽게 회를 살 수 있는데......

그때 직원 분이 생각나듯이, "동문시장 아세요?"라고 말했다.

동문시장은 선물을 사러 갔던 곳이라 익숙했다.


"네! 알아요" 내가 대답하니,

"시장에서 1인분을 사면 돼요. 포장도 가능해요"라고 알려 주셨다.

그런 방법도 있었구나!

직원 아저씨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바로 시장을 향했다.


시장까지는 걸어서 15분 거리.

하지만 나는 자전거로 가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시장에 회를 사러 가는 길.

어떤 식당을 지나가다가 줄 서 있는 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맛집인 것 같네.

신나게 수다를 떨면서 식당 앞에서 기다리는 친구들을 보니 살짝 부러웠다.

그래도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달리다 보니, 오래전부터 이곳에 살던 사람처럼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


시장에 도착해서 자전거를 세웠다.

걸어가다가 바로 생선집을 발견했다.

1인분을 사고 싶었지만, 눈앞에 보이는 회는 전부 양이 많아 보였다.


"제일 적은 건 이거예요"

사장님이 말씀하셨지만, 그것도 2인분 정도의 양이었다.


"제가 생선을 골라서 일 인분으로 해주실 수 있나요?"

사장님에게 물어봤다.

"어떤 생선이 좋아요?"

말해주니, "연어!"라고 대답했는데 "연어는 1인분 안 돼요~"라고 하셨다.

아무래도 연어는 사이즈가 커서 2인분부터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1인분으로 살 수 있는 게 뭐예요?"

물어보니, 광어라는 거었다.

"그럼 광어 주세요"

대답하자 눈앞에 바로 생선을 손질해 주셨다.


뿌듯했다.

한국에서 한국어로 한국사람과 말을 나누면서 장을 볼 수 있는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사장님 아내 분이 회를 싸서 건네주셨다.

드디어 내가 원하던 1인분 회를 손에 들었다.


"회 사 왔어요!"

호텔에 돌아와서 직원 아저씨에게 손에 들고 있던 회 봉투를 보여주었다.

아저씨는 살짝 미소 지으면서 고개를 두세 번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그 말을 전하고 계단으로 방을 향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봉투에서 회를 꺼냈다.

젓가락, 와사비, 간장, 고추장이 같이 들어 있었다.

원래 회를 먹을 땐 꼭 와사비를 치는데...... 그 색깔이 불자연스러워서 건강에 해를 끼칠 것 같았다.


...... 오늘은 그냥 간장으로 먹자.


그렇게 마음먹고 간장을 쳐서 한입 회를 먹었다.


어?......어엉?


회는 맛있는데 간장이 맛없었다.

뭔가 단 맛이 나서 일본간장과는 전혀 맛이 달랐다.

아무래도 나는 익숙한 일본간장이어야 맛있게 회를 먹을 수 있는 것 같다.


고추장을 쳐서 먹어보자.

사실 드라마에서 한국 사람이 고추장을 쳐서 회를 먹는 게 신기했다.

일본에선 그렇게 회를 먹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빨강 고추장에 회를 쳐서 입에 넣었다.


우와 맛있네!


이제야 한국 사람이 고추장을 쳐서 회를 먹는 이유를 알았다.

"회는 꼭 간장과 와사비지!" 라고 믿었는데, 고추장이 내 입맛에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다.

이렇게 먹는 방법도 있다니, 정말 몰랐네.


재주에서 먹은 회는 비린내가 전혀 없어서 신선하고 참 맛있었다.

골똘히 먹다가 순식간에 회가 없어졌다.

이전 17화혼자서 한국에 가는 이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