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꼭 가고 싶은 식당이 하나 있었다.
여행오기 전에 네이버지도에서 찾은 "코코분식"이라는 집이다.
한국에서는 분식집을 흔히 볼 수 있다.
라면이나 떡볶이 같은 저렴하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파는 그곳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일본에서도 다코야키나 오코노미야키 같은 분식집은 있긴 하지만, 한국의 분식집 같은 식당은 없을 것 같다.
호텔에서 코코분식까지는 걸어서 35분, 자전거로 10분 거리였다.
나는 자전거로 가기로 했는데,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데 20분 정도 걸렸다.
생각보다 한국에서는 일반 도로에서 자전거 타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코코분식은 겉으로 보기엔 소박한 식당이었다.
안에 들어가 빈자리에 앉았다.
탁자 위에는 주문용지가 놓여 있었다.
메뉴를 보니,
칼국수
육개장
비빔밥
콩국수
네 가지가 있었다.
나는 육개장을 주문했다.
잠시 후,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솔직히 말하면, 탁자 위에 놓인 그 국수요리가 도저히 맛있게 보이지 않았다.
국물은 흙빛으로 탁해서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어 "육개장"을 찾아봤다.
화면에는 빨간 국수가 나왔다.
(뭔가 아닌 것 같은데...)
내 눈앞에 있는 요리는 진짜로 육개장인가?
혹시 식당 이모가 잘 못 가져온 것이 아닐까?
은근히 의심이 갔지만, 한입 먹어보니 번개 같은 충격이 나를 맞았다.
이게 뭐야!? 너무 맛있는데......!!
제주도에서 먹은 음식 중에 제일 맛있었다.
지금까지 먹어보지 않은 것 같은, 그런데 익숙한 것 같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맛이었다.
한국에서 육개장은 건강식으로 많은 사람이 즐겨 먹는 음식이라는데,
나도 먹은 후 힘이 쏟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식이 매력적인 이유는, 일본에서는 상상하지 못한 요리를 한국에서는 자연스럽게 만들어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식사를 마친 후, 호텔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3일 제주도에서 머물러 보니, 이제 지도를 보지 않아도 감각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바다 쪽은 느른한 분위기가 있고, 시외지 주변에서는 활기차게 다양한 가게가 늘어서는 제주도.
도시에서 힘을 얻고, 자연 속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게 매력적이었다.
한글을 읽을 줄 아는 이제는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밤의 바람을 맞으면서 걸어가다 어느새 호텔에 도착했다.
다음날, 아침부터 산책하러 호텔을 나왔다.
자연스럽게 걸음이 바다 쪽을 향했다.
바닷가에는 흰 방파제와 푸른 길이 길게 펼쳐져 있었다.
사람이 적고, 조용한 거리를 걷다 보니, 제주의 풍경과 공기를 혼자서 누리는 기분이었다.
가끔씩 비행기가 머릿 위를 지나가며, 그때마다 발을 멈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사람들은 어디서 왔고, 어디에 떠나는가?
어떤 기분으로 하늘을 날고 있을까?
비행기는 수많은 설렘과 기대를 싣고 날아가는, 거대한 선물상자처럼 느껴졌다.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다 덩그러니 놓여 있는 카카오 바이크가 눈에 들어왔다.
(바닷가를 달리면 시원하겠다)
그런 생각이 든 순간, 내 발이 그쪽으로 향했다.
자전거에 몸을 실어 페달을 밟았다.
달리기 시작하니 마치 바람이 된 것처럼 상쾌했다.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누군가가 건넨 선물 같은, 사치스러운 시간이었다.
자전거로 달리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기분이 드는 제주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제주에서 먹은 음식 중에 인상 깊었던 게 또 하나 있었다.
바로 "물회"다.
솔직히 처음 물회라는 요리를 들었을 땐, 어떤 음식인지 상상도 못 했다.
일본으로 돌아가는 날, 공항에서 물회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았다.
주문해 보니, 빨간 국물 속에 얼음을 넣어서 회와 여러 야채가 들어 있었다.
차가운 국물 속에 회가 담겨 있는 모습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회 한 조각을 입에 넣는 순간, 마치 바다에 뛰어든 듯 온몸이 시원해졌다.
우와, 맛있다!
여름에 먹는 데 딱 좋은 요리, 그게 물회였다.
일본도 물회가 있었으면 좋을 텐데.
역시 한국요리. 늘 내 예상을 넘는 맛을 가져다준다.
제주에서 만든 추억을 잊지 않으려는 듯, 물회를 곱씹며 쉴 새 없이 입에 넣었다.
쉬고 싶어지면 또 여기에 올 거라고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