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편안한 도시

by 시즈

한국 사람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인상은 "급하다"였다.

물론, 사람마다 성격은 다르고, 그렇지 않은 분도 많이 있을 것 같은데,

한국 하면 역시 빨리빨리 문화 이미지가 세다.


하지만 대구 사람들에게서는 그런 급한 인상을 덜 받았다.

비행기가 대구 공항에 도착했을 때, 벨트 착용 신호가 꺼져도 좌석에서 일어나는 사람이 없다는 게 놀라웠다.

다른 도시에 갔을 때는 비행기가 정지하자마자 사람들은 좌석에서 일어나 통로에 줄 섰다.

나도 비행기에서 바로 내리고 싶어서 마찬가지로 행동한다.

그래서 대구에 도착했을 때는 "뭐야!? 뭔가 다른데??" 하며 당황했다.

그때 나는 창가 자리였기에 통로 좌석의 사람들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 짐칸에서 캐리어를 꺼내려고 했다.

그러다가 한 소년이 곁에서 기다리는 게 보였다.

내가 "먼저 가세요"라는 손짓을 하고 나서야 소년과 그의 엄마는 나를 스쳐가며 출구에 향했다.

그 소년의 예의 바른 행동에 놀람과 동시에, 대구 사람들은 남을 존중하는 마음이 크다고 느껴졌다.


대구 사람들은 내게 편안함을 주었다.

거리를 걸으면 차가 정지하며 내가 건너가는 걸 기다려주거나,

좁은 거리에서도 자전거를 탄 사람이 나를 위해 길을 양보해 주었다.

그런 남을 헤아리는 사소한 행동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나는 한국에서 살 거면 무조건 대구를 선택할 것이다.


비가 오는 날에도 불구하고 들뜬 마음이었던 건,

아마 대구 분위기가 너무나도 내 성향이었기 때문이다.


짐을 호텔 방에 두고 나가려는 내게 사장님 이모가 말을 걸어주셨다.

"우산이 없으세요? 비가 오니까 거기 우산을 가져가세요"

프런트 구석에 여러 우산이 놓여 있었다.

그중에 하나를 뽑아 감사 인사를 전하고 호텔을 나섰다.


우산을 펴다 보니, 퀴퀴한 냄새가 코로 들어왔다.

솔직히 말하면, 참기 힘든 정도로 불쾌한 냄새였다.

비는 많이 오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우산을 접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대로 목적지까지 걸어갔다.

우산을 쓰지 않으면 친절한 호텔 이모의 호의를 저버리는 것 같아, 그게 마음이 쓰라렸다.

그래도 10분쯤 걸어 목적지에서 우산을 접었을 때, 더 이상 냄새를 맡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했다는 건...... 비밀이다.


한국은 일본에서 가깝며, 치안도 좋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게 매력이지만,

무엇보다 사람이 친절하다는 게 좋다.

도움을 구하면 누구나 선뜻 받아들여 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곤란하거나 망설이지 않고 따뜻한 손을 내밀어 준다.


단 하나, 대구에서 조금, 아주 조끔 힘들었던 건,

사투리 때문인지 부산이나 제주보다 듣기가 어려웠다는 점이었다.

(근데 생각해 보면, 부산도 제주도 사투리가 있네...)


아... 아마도 내 한국어 듣기 능력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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