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이 인정받은 날

by 시즈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해 3개월여 동안 글쓰기를 배워왔다.

어른이 되고 나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과제에 쫓기는 날이 다시 올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글을 쓰는 나날은 신선했고 재미있었다.


초학기 성적이 나오는 날,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었다.

성적이란 건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를 확인하는 것뿐, 나의 가치를 재는 기준은 아니니까.

그래도 조금 떨리는 마음으로 "성적조회"를 클릭했다.

순간, 네 개의 알파벳이 눈에 들어왔다.


B+ B+ A+ A+


그 성적을 보고도 마음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내가 예상한 것과 거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잘했어.

한 학기 동안 수고했어.

마음속에서 은근히 나에게 말을 건넸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뿌듯해졌다.

이 정도면 잘한 거지.


이번 학기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은 단편소설을 쓰는 과제였다.

원래는 소설을 쓸 생각이 없었기에 처음에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대로 고민하고 생각하며 한 편의 짧은 소설을 완성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땐 처음 치고는 꽤 잘 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교수님의 피드백을 받아보니 내 소설은 많이 부족했다.


풀이 죽었다.

내 소설을 읽고 있는 교수님의 얼굴이 지쳐 보였기 때문이다.

내 문장은 딱딱하고 설명적이었고, 리듬에 변화도 없었다.

필체에 그 사람의 성격이 드러나듯, 문장에도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부지런하고 차근차근 일을 진행하는 나의 글은 너무 다듬어져 있었다.

생각해 보면 예전에도 내 글에 대해 비슷한 의견을 말한 사람이 있었다.

인간의 성격은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고 하는데, 내 글도 예전부터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실력이 부족하다는 시살에 잠시 낙담했었지만, 정확하게 약점을 지적받은 덕분에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가 또렷하게 보였다.


피드백을 받은 부분을 하나하나 고쳐가는 시간.

아득한 작업이었다.

사실 '고쳤다'기보다는 거의 다른 소설을 새로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겨우 완성한 과제를 마감날에 제출했다.


가장 어려웠고, 가장 인상 깊었던 그 과목은 A+였다.

많이 고민하며 쓴 단편소설은 100점을 맞았다.

4년 전까지만 해도 전혀 몰랐던 언어로 쓴 내 소설.

그걸 원어민인 교수님이 "잘 썼다"라고 인정해 준 것이 나에게는 무엇보다 큰 의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