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는 곳과 작가들이 사는 곳

by 시즈

대학 수업에서 조해진 작가님의 "빛의 호위"라는 단편소설을 만났다.

그 안의 스며 있는 '빛'이 내 마음을 붙잡았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읽었을 때는 그 빛의 존재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두 번째로 읽고 보니, 눈에 보이지 않던 빛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세 번째로 읽을 즈음에는 그 빛이 나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고, 나는 어느새 소설 속의 한 주민이 되어 있었다.


이 소설의 특징은 사건 그 자체보다, 사건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과 생각이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

또한 문장으로 쓰이지 않은 여백 속에서 흐르는 감정을 느끼며 읽게 된다는 점이다.

소설이라면 기승전결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소설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소설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넓고, 다양하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야기 자체를 따라가는 소설도 있지만, 이렇게 감정의 결을 따라가는 작품도 있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에서 우연히 한 작가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는데, 그게 꽤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이유리'작가님.

애인의 손이 갑자기 브로콜리가 된다는, 그 기묘하고 독특한 소설 "브로콜리 펀치"로 화제가 된 분이다.

인터뷰에서 그녀는 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독자에게 재미있는 이야기인가?"라고 했다.

물론 작가로서 재미있는 소설을 쓰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작가가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글에 담는 데 집중하는 것과 달리, 그녀는 그보다 '재미있는가'를 먼저 생각한다는 점이 나에게는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작가라면 이래야 한다'는 일종의 고정관념이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사회라, 눈에 띄는 행동을 하면 뒷마리 따라오기 쉽다.

그런 사회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래도 요즘 젊은 세대가 그 분위기를 조금씩 깨뜨리고 있는 것 같다.

독창적인 글을 읽을 때마다 "나도 더 나다운 글을 써야 해"라는 마음이 든다.


이유리 작가님의 인터뷰를 읽다가 "아, 이 사람은 작가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작가를 꿈꿔왔고, 일상에서 일어난 사소한 일조차 소설의 씨앗으로 삼는다.


어릴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고, 일상 속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살려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는 이유리 작가님의 인터뷰를 읽으며 "아, 이 사람은 작가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구나"라고 느꼈다.


나는 그녀처럼 어린 시절부터 작가를 꿈꾸던 사람도 아니고, 작가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작가가 되기 위해... 아니, 그보다 글을 쓰기 위해 살아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