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특강이 있었다.
드라마 각본에 관한 강의였는데, 생각보다 아주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나는 한 번도 각본을 쓰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드라마와는 꽤 가까운 편이었다.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뒤로는 한국 드라마와 거의 함께 살아왔다.
그렇게 드라마와 친하게 지냈는데도, 시나리오나 각본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단 한 번도 들지 않았다.
소설이나 시, 에세이는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일반인인 내가 드라마 각본을 볼 일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서점에서 대본집을 쉽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일본에서도 드라마나 영화의 "시나리오 북이 판매되고 있긴 하다)
아무튼, 대본이라는 건 배우가 아닌 내가 평생 접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강의를 들어보니 이상하게 흥미가 생겼다.
교수님 말씀에 따르면, 에세이를 재료로 대본을 쓸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내가 써왔던 글을 대본으로 옮기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이네.
한 번 도전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일본인인 내가 쓴 대본이 한국에서 드라마화되면――화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아직도 한 줄도 쓰지 않았는데 상상만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글을 쓰는 사람은 많지만, 다들 어떻게 자신의 장르를 정한 걸까?
나는 에세이도, 시도, 소설도 모두 관심이 있고, 이제는 대본도 써보고 싶다.
아직 어떤 장르가 나에게 맞는지 모르겠어서, 여러 글을 쓰면서 천천히 찾아보고 싶다.
나 같은 사람도 있을까.
하지만 에세이도 소설도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라 또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게 맞는 일인지 고민되기도 한다.
다음 학기에는 꼭 소설 수업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시나리오도 궁금하기 짝이 없다.
에세이, 소설, 시, 대본.
앞으로 이 다양한 장르의 글을 어떻게 배워갈까?
아마 장르가 달라도 결국 "글쓰기"라는 점에서는 통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관심이 가는 대로 막 배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일단 교수님이 추천해 준 책부터 한 번 읽어볼까....
글을 배우는 것도, 글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심지어 고민하는 것조차도 나에게는 그저 행복한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