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돌아오니 호텔 사장님이 말을 걸어왔다.
"오늘은 일찍 나오셨네요."
첫날에 호텔에 아무도 없어서 체크인하지 못했던 사건이 있었는데, 그 덕분에 사장님이 편하게 말을 걸어주시게 되었다.
방에 가서 씻은 뒤 로비에 내려가 마사지 의자에 앉았다.
평소라면 씻고 나서 밖에 나오려고 하지 않을 텐데, 그땐 왜 일부러 나왔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마사지 의자에서 피로를 풀고 있으니, 사장님이 커피를 타 주었다.
쿠키 같은 과자도 챙겨주고, 잠시 그녀와 수다를 떨며 저녁 시간을 즐겼다.
"머리 풀고 있는 게 더 좋아요!"
항상 긴 머리를 하나로 묶고 다니던 나에게 사장님이 말했다.
묶고 있을 때의 나는 마흔 살 쯤으로 보이고, 풀고 있을 때는 서른 살 쯤으로 보인다고 했다.
헐.... 그렇게까지 인상이 다르게 보이는구나.
내 나이가 43살이라고 말했더니 "43? 33살이죠?"라는 기분 좋은 말을 해주셨다.
사장님이 52살이라고 하길래, "사장님이야말로 젊어 보이세요~! 피부도 예쁘시고."
이렇게 40대와 50대 여자끼리 '칭찬 싸움"이 잠시 벌어졌다.
"우리, 친구 하자요. 자주 대구에 와요! 같이 놀아요!"
오랫동안 혼자 여행을 다녔는데, 그런 말을 듣는 건 처음이었다.
나도 드디어 한국에 언니가 생겼네... 싶었다.
내가 돌싱이고, 한국어를 더 잘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니,
"그럼 한국 남자랑 사귀어요! 대구 남자가 좋아요."
사장님이 자꾸 '대구 남자'를 강추했다.
"좋은 분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장난치듯 말하자,
"아 맞다! 좋은 사람이 있어요! 53살인데 젊어 보이고 싱글이거든요. 일본에서 일하고 있어서 일본어도 잘해요. 식사하면서 다 같이 놀 자요!"
그러더니 그녀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자기야, 내일 뭐 해? 한국어 잘하는 일본인 아가씨가 있는데 같이 밥이나 술 먹고 놀아요!"
아무래도 사장님이 나에게 소개하고 싶었던 분은 남편 분 친구인 것 같았다.
어떡해.
나는 대구 남자와 식사하고, 어쩌면 만나게 될지도...!?
그렇다면 대구에 살게 될 수도 있네.
대구에서 살면서 한국 남자와 사귀면 한국어 실력도 꽤 늘 것 같다.
벌써부터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상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생각대로 잘 흘러가지는 않고, 결국 남편 분이 일이 있어서 소개팅은 실현되지 않았다.
아쉽게도 10살 연상에 일본어도 잘하고, 똑똑하고, 돈도 많은(사장님 말로는) 그 남자를 만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