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
대구의 길거리는 인적이 없어 조용했다.
한국 하면 활기찬 이미지인데,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했다.
걸어서 달성공원으로 향했더니, 갑자기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를 만났다.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거리에 상품을 늘어놓고 장사하고 있었다.
일요일이라 플리마켓이라도 하는 걸까.
인파 사이를 헤집고 달성공원으로 들어갔다.
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방금까지의 인파가 환상처럼 느껴질 정도로 안에는 조용한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어디로든 문을 지나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온 기분이었다.
얼룩말, 호랑이, 사자...
공원 안에서는 많은 동물들이 나를 맞아 주었다.
무료로 개방된 공원에 이렇게 다양한 동물들이 있다니... 정말 대단하다.
호랑이 우리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우리 안에선 호랑이가 혼자 놀고 있었다.
귀... 귀여워...!!!
고양이를 사랑하는 내 눈에는 사나운 호랑이조차 덩치 큰 고양인처럼 보였다.
40대가 지난 중년 아줌마가 다섯 살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호랑이를 바라보고 있는 풍경은... 꽤 기묘했을 것이다.
동물들 하나하나에게 인사를 한 뒤, 벤치에 앉아 가져온 샌드위치를 베어 물었다.
옆 벤치에는 아주머니들이 소녀처럼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혼자 조용한 시간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수다를 떨고 있는 아주머니들을 보니 살짝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도 그 사이에 끼어보고 싶다.
개인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에서 살다 보니, 한국 특유의 '유대감'이 부러워 보인다.
한국에서는 일본에 없는 따뜻하고 강한 유대감이 느껴진다.
일본이 잊어버린 소중한 무언가가 한국에는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아서, 나는 한국을 찾아가는지도 모른다.
달성공원에서 위로를 받은 뒤 버스를 타고 대구타로 향했다.
타워에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자 오르막길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걸 걸어서 올라가야 하겠네...
10분 정도 걸어 겨우 입구에 도착했다.
대구타워. 별명 83타워.
83층까지 있기에 이렇게 불린다고 한다.
우선 4층 전망대에 올라갔다.
평일 오전이라 사람은 많이 없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대구에 풍경. 음... 제법이구만.
그런데 고층 빌딩들이 여기저기 우두커니 서 있는 게 뭔가 묘한 광경이었다.
자, 그러면 83층까지 올라갈까... 했더니,
"당일 티켓 매진"
여기까지 왔는데 나는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가지 못했다.
호텔에 가는 길에 롯데마트에 들러 일본으로 가져갈 선물을 사기로 했다.
마트에서 과자와 라면을 골라 무인 계산대에서 하나하나 바코드를 찍었다.
신용카드를 계산기에 넣었더니 오류가 나와 계산을 하지 못했다.
어쩌지...
호출 버튼을 눌러 직원에게 도움을 구했다.
직원 분이 다시 내 카드로 계산을 시도했지만, 또 오류가 났다.
아무래도 내 카드는 여기 계산대에서 사용할 수 없는 것 같았다.
큰일이 났다.
내 손에는 오류가 난 카드밖에 없었다.
보통 해외여행을 한다면 이런 경우에 대비해 신용카드를 두 장 이상 가져가는 게 정석인데, 나는 늘 한 장만 챙겨 한국을 다니고 있었다.
현금도 있기 했지만, 지갑 안의 현금을 모두 모아도 부족한 것 같았다.
부끄럽지만 구매를 포기하고 그냥 갈 수밖에...
그 생각이 스쳐간 순간, 내 눈에 'Apple pay'라는 글자가 들어왔다.
오, 내 폰으로 Apple pay 사용할 수 있는데...!!
"아, Apple pay로 계산할게요!"
직원 분에게 말하고 무사히 계산을 마칠 수 있었다. 아휴~.
호텔에 가서 아까 구매한 상품을 확인하자, 괜히 과자를 많이 사고 있었다.
(왜 나는 이렇게 많이 샀지?)
내가 좋아하는 '비쵸비"라는 과자가 네 게나 있었고, 약과는 세 개나 있었다.
그냥 막 사버렸네...
벌써부터 일본으로 돌아가는 길이 걱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