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은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예전에는 그리 느끼지 못했는데,
나도 모르게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다루고, SNS도 어려움
없이 소통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는 문득 두려움과 긴장이 밀려온다.
광주에서 아컨영어 단합대회날,
대인시장 천 원 식당에서 의미 있는 봉사와
맛있는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주차장 결제 기기는 생각보다
복잡해 보였고, 많은 차량들이 지루하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 대씩 겨우겨우 출차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불안감이 커졌다.
내 차례가 왔고, 결제 방법이 화면에 나타났다.
앞서 출차한 분이 알려준 방법을 떠올리며
차량번호를 입력하고 카드를 넣어 보지만,
긴장 때문에 쉽게 진행되지 않았다.
반복되는 실패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하고,
기다리는 차들의 시선이 내 어깨를 더욱 무겁게 했다.
그때, 뒤에 있던 건강한 남자분이 다가오셨다.
"카드 주쇼... 제가 해보려니까요."
그의 외모는 조금 움츠러들게 하는 인상이었지만, 그 목소리는 놀랍도록 부드러웠다.
전라도 사투리의 정감 넘치는 말투와 함께, 그의 따뜻한 친절이 차가운 긴장감을 녹여주었다.
외모가 지적이고 여유 있어 보이는 사람일수록 대화에서 차갑고 냉랭한 모습이 많아지는
요즘 사회에서, 그의 친절과 다정함은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느리기에 경험한 친절은 단순한 결제의 순간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삶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었다.
느려도 괜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