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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라이야기 Jul 16. 2021

인어공주

조선으로 간 인어공주

 옛날 옛적에 인어공주가 살았습니다. 인어공주는 성인식을 맞아, 기분이 들떠있었습니다. 왕국에서는 인어공주의 성인식을 거대하게 진행하였습니다. 인어공주가 사는 왕국의 임금님은 인어공주에게 성인이 된 것을 축하해주며 당부의 말을 해주었습니다.


- 공주야. 이제부터 넌 “어른”이란다. 어른은 본인의 일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돼. 그러니 막중한 책임을 지기 싫거든, 어디 가서 참견하지 말거라. 특히 인간 세계 말이다.


임금님은 인간 나라의 왕자님을 사랑한 인어공주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더 해주었습니다.


- 아버지, 알고 있어요. 정말 귀에 딱지가 앉겠어요. 이제 저도 어른이니깐 저를 믿어보세요.

- 그래. 너라면 잘 할거다. 어른이 되었으니, 하고 싶은 것을 말해보거라.

- 왕국에서 떨어진, 다른 세계를 구경하고 싶어요.

- 어허, 위험한데.......

- 이제 저도 어른이잖아요. 어른으로써 제 의견을 존중해주세요.

- 그래. 너도 어른이니깐. 대신 절대 인간들과 접촉해서는 안된다.

- 네. 알겠어요.

- 너를 보호해줄 군사를 몇 명 붙여줄 테니 잘 다녀와라.


인어공주는 어릴 때부터 꿈꾸었던 바깥세상을 구경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인어공주는 군사 3명과 함께 왕국 바깥으로 나왔어요. 신이 난, 인어공주는 선두로 나서기 시작했어요.


- 야호. 신나.

- 공주님, 이제 그만 가시죠.

- 조금만 더 가볼게요. 지금까지 꿈꾸어 왔단말이에요.

- 그럼 우리들은 여기 서 있을 테니, 항상 우리들이 볼 수 있는 곳으로만 이동하세요.

- 알겠어요.


인어공주는 더 멀리 가고 싶었지만, 임금님이 붙여준 군사들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어요. 어릴 때부터 바깥세상은 다른 풍경일 것이라 상상했지만 그렇지만도 않았어요. 바위, 해초, 무리 지어 다니는 물고기 등. 인어공주가 사는 왕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어요.


 실망하고 있던 중에 인어공주 주변으로 그늘이 졌어요.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니, 바다 표면에 뭔가가 떠다는 것이 보였어요. 큰 배였어요.

 

- 어머, 신기해. 저건 무슨 물고기지? 고래인가?


인어공주는 꼬리도 없는 것이 괴이하게 느껴졌어요. 인어공주는 군사들의 주의사항도 잊은 채, 그 배를 따라갔어요.


- 어머, 저 물고기는 물 안으로는 안 들어오네. 신기해.

 

멀리서 군사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어요.


- 공주님, 위험합니다. 어서 돌아오세요.


바다 위를 떠다니는 배에 정신이 팔려, 인어공주는 군사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어요. 그리고 배 주위로 몰려오는 태풍의 위험도 감지하지 못했어요.

 

 인어공주는 좀 더 배 가까이로 가, 배의 밑 부분을 만지고 관찰했어요. 배가 태풍으로 크게 요통 치자, 그제야 인어공주는 위험을 감지했어요. 인어공주는 물살을 타고 물살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이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위험에 당황했어요. 사지가 마비된 것처럼 움짝달짝 하지 못했어요. 인어공주는 배와 함께 태풍에 빨려 들어가 버렸어요.

 

 멀리서 그 상황을 지켜보던 군사들은 태풍의 위험 때문에 어찌할 줄을 몰랐어요. 결국 인어공주가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어요. 군사들은 손도 쓰지 못하고 왕국으로 돌아가버렸어요.




 어느 바다 한가운데, 인어공주는 눈을 떴습니다.


- 여기가 어디야? 아버지! 어머니!


인어공주는 본인이 태풍의 영향으로, 왕국과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오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어공주는 낙담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부모님의 얼굴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저절로 새어 나왔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인어공주는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성인으로써 책임감! 인어공주는 우선 거처를 정하고, 다시 왕국으로 아갈 계획을 찬찬히 세우기로 했습니다.

 
  인어공주는 거처를 정하기 위해, 여러 곳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 육지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수많은 섬들도 보였습니다. 인어공주는 이곳의 자연경관이 마음에 들어, 이곳에 거처를 정하기로 했습니다.

 

 육지로 인간들이 무리 지어 걸어 다니는 것이 보였습니다. 인어공주는 바위틈에 몸을 숨기고 지나가는 인간들을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얀 옷을 입은 인간들이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인간들의 대화를 통해, 이곳이 “조선”이라는 나라라는 것과 이 지역이 “진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어공주는 자고 지낼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진도와 해남 앞바다, 곳곳을 누볐습니다. 인어공주는 바다를 누비다가 해녀와 맞닺뜨릴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인어공주는 인간이 오지 않는 곳으로 거처를 마련해야 했어요. 그러다 “울돌목”이라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은 물살이 빨랐고, 빠른 물살 탓에 요란한 소리도 들렸습니다. 그런 이유로 인간들이 울돌목에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인어공주는 이곳에 자리잡기로 결정했습니다.

 

 인어공주는 왕국을 찾아가기 앞서서, 어릴 적 꿈이었던 바깥세상을 잔뜩 구경하기로 했어요. 인어공주는 특히 인간을 관찰하는 것에 흠뻑 빠졌어요. 배 밑에서 인간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바위틈에서 인간들의 대화와 행동거지를 지켜보기도 했어요. 그들의 생활은 인어공주가 접해보지 못했던 세상이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신기롭기만 했어요. 그곳의 인간들은 짐은 머리에 올리고 다녔고, 하얀색의 퍼짐한 옷들을 입고 다녔어요. 무엇보다도 그들은 열심히 살았어요. 해가 뜨면 누구나 할 거 없이 집을 나와 일을 했어요.


 인어공주는 인간들을 관찰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여러 인간들 중에 인어공주의 눈에 사로잡는 인간이 있었어요. 바로 “박구”라는 소년이었어요. 박구의 집은 바닷가 어귀에 위치해있었어요. 그 박구라는 녀석이 여간 똘똘한 것이 아니었어요. 아버지를 도와, 매일 산을 타고 다녔어요. 산에서 산삼이나 약초를 찾아다녔고, 모은 것이 어느 정도 쌓이면 시장에 내다팔기도 했어요. 마을 어르신들에게 인사도 잘하고, 몸이 힘든 노인들을 돕기도 했어요. 항상 웃는 얼굴로 동네를 돌아다니는, 씩씩한 박구의 모습에 인어공주는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어요. 아직 성인이 안된 박구를, 인어공주는 본인의 동생으로 삼고 심을 정도였어요.


 그렇게 박구를 관찰하던 중, 박구의 아버지가 산을 타다 넘어졌어요. 넘어지면서 허리를 다치고 말았어요. 박구의 아버지는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고 집에 누워만 있게 되었어요. 인어공주는 박구와, 박구의 아버지가 걱정되었어요.


 인어공주의 걱정과 달리, 박구의 집에서는 여전히 웃음소리가 피어났어요. 박구는 여전히 쾌활했으며, 예전보다 더 열심히 생활했어요. 아버지를 대신해 산을 타기도 하고, 이웃의 밭일, 논일을 도와주며 먹을 것을 얻어오기도 했어요.


 박구의 집에 박구의 어머니는 보이질 않았어요. 어머니를 어릴 적에 여의 것 같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구는 마을 이웃 아주머니를 보며 “이모, 이모”하며 어울려 잘 살았어요. 씩씩하게 잘 살아가는 박구의 모습에, 인어공주는 고향을 잃어버린 근심을 잊어버릴 수 있었어요.



 그러던 중, 전쟁이 터졌어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배가 조선이란 나라로 넘어왔어요. 그들은 정말 잔혹했어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총으로 쏘고, 칼로 베어버렸어요. 그리고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 상관없이 코를 베어 모으기도 했어요. 그들의 잔혹함에 인어공주는 치를 떨었어요.


 전쟁이 터지자, 박구는 전쟁에 징집되게 되었어요. 징집되기 전날, 박구는 산으로 올라갔어요. 산에 올라가 번개를 맞았다는 나뭇가지를 꺾어왔어요. 그리고 그 나뭇가지를 정성스럽게 깎았어요. 박구가 만든 것은 “지팡이”였어요. 보통 성인의 명치까지 오는 높이의 지팡이였어요. 밑은 뾰족하여 땅을 지지할 수 있었고, 위는 원형으로 되어 있어 손쉽게 잡을 수 있었어요. 징집으로 집을 떠나야 하는 박구는 번개 맞은 나무로 만든 지팡이를 아버지에게 건넸어요.


- 아버지, 몸이 편찮으시니, 제가 돌아올 때까지만 이 지팡이를 이용하세요. 부디 만수무강하세요.


징집되는 날 아침, 박구는 아버지에게 큰절을 하고는 집을 떠났어요. 박구 아버지는 지팡이로 몸을 지지한 채, 집 밖에서 박구가 안 보일 때까지 박구의 모습을 쳐다봤어요. 그리고 박구의 아버지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왔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박구는 수군에서 생활하게 되었다네요. 다행히 그곳에 있는 장군이 유능하여 적들을 소탕하고 연전연승하고 있다고 하네요.


구경 중에 가장 재미난 구경은 싸움구경이 아닐까요? 인어공주도 그 싸움을 구경 갔어요. 박구가 속해있는 배에서 대포알 수십 알이 포물선을 그리며 적선을 침몰시켰어요. 적선은 어쩔 줄 몰라 허둥지둥 대는 모습이 보였어요. 박구는 나이가 어려, 노를 젓는 일을 하고 있었어요. 전쟁 승리 후 박구는 크게 기뻐했어요. 그 모습을 보니, 인어공주는 흐뭇했어요. 인어공주는 이 전쟁이 빨리 끝나, 박구가 다시 아버지 곁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랬어요.


 한편 박구 아버지는 박구가 모아놓은 식량으로 연명하고 있었어요. 허리가 완치되지 않아, 아직 일할 수가 없었어요. 대신 박구 아버지는 밤만 되면 바닷가, 가장 큰 바위에 올라 기도를 올렸어요. 몸이 불편해 항상 지팡이를 이용, 이동했어요. 큰 바위에 올라, 등에 불을 붙여서 주위를 밝혔어요. 아마 높은 곳에 있을 전지전능한 존재가 이곳을 잘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등을 이용하는 것이었어요. 박구 아버지는 달님과 용왕님께 절하며 간절히 기도했어요.


- 우리 박구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주세요.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만약 박구가 위험하다면 저를 대신 데려가십시오.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박구 아버지는 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파도가 일렁거리는 큰 바위에 갔어요.


그러던 중 큰일이 발생했어요. 박구가 속해 있는 수군의 유능한 장군이 붙잡혀간대요. 임금님의 말을 듣지 않아, 노여움을 샀나 봐요. 박구 아버지도 유능한 장군이 붙잡혀가는 것을 들었나 봐요. 집 앞으로 나와,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고 또 울었어요.


- 아이고, 이제 어쩌지? 우리 박구가 제발 무사해야 할 텐데.


박구 아버지는 아들 걱정으로 땅이 꺼질 정도로 하루 종일 한숨을 내쉬었어요.


 박구가 속한 수군의 장군이 바뀌었어요. 성격이 꽤나 급한 것 같았어요.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 군함을 데리고 거제 칠천량 바다로 갔어요. 전쟁을 하려나 봐요. 인어공주는 박구의 안전을 기원하며 그 싸움을 지켜보았어요. 인어공주의 예상대로 장군의 급한 성격 탓에 큰 어려움을 겪었어요. 적선을 따라가다 적선의 매복에 걸려, 수많은 배들이 불탔어요. 그 모습을 지켜본, 뒤에서 따라오던 배들이 도망치는 것이 보였어요.

 

 인어공주는 박구를 찾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러다 박구를 찾았어요. 박구가 탄 배는 도망가는 배가 아닌 불에 타, 침몰하는 배였어요. 박구가 바다에 빠지는 것이 보였어요. 인어공주는 어떻게 해서든지 박구를 구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망설여졌어요.


 아비규환 중에 여러 인간들의 눈에 띄일 수도 있었어요. 또한 아버지가 인간 세계의 일에 절대 끼어들지 말 것을 이야기했던 것이 생각났어요 인어공주는 인간을 사랑해 물거품이 된 선대의 인어공주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어쩔 줄 몰라하던 인어공주는 바다 깊은 곳, 바위틈에 몸을 숨겼어요. 모든 배가 물러 나기를 기다렸어요.


 바다가 잠잠해지자, 인어공주는 바위틈에서 나왔어요. 그리고는 박구를 찾기 시작했어요. 인어 공주가 한참을 헤엄쳐, 박구를 찾아내었어요. 하지만 박구를 숨을 쉬고 있지 않았어요. 인어공주는 눈에 눈물이 흘렀어요. 그동안 박구와 이야기하며 소통한 적은 없었지만, 항상 멀리서 지켜보았어요. 하지만 그동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애정을 키웠기에, 박구가 친동생처럼 느껴졌어요. 인어공주는 다시 가족을 잃어버린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어공주는 박구를 고서, 박구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헤엄쳐갔어요. 박구 아버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바닷가, 큰 바위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었어요. 인어공주는 박구를 쳐다보았어요. 박구는 눈을 감고 있었고 무표정이었어요. 인어공주는 쾌활하게 웃고 떠들던 박구가 생각났어요. 그런 추억을 떠올리며 박구를 못 구해준 것을 후회했어요. 인어공주는 미안함 마음에, 눈물을 흘리며 박구 뺨에 입을 맞추었어요.


- 박구야, 정말 미안해. 누나가 너를 지켜주지 못했구나.


인어공주는 소리 나지 않게, 박구를 바닷가에 놓아주었어요. 그리고 물살을 이용해, 박구 아버지가 있는 바위 쪽으로 흘려보냈어요.

 

 한참 동안 절을 하며 기도하던 박구 아버지는 기도를 끝냈어요. 촛불로 주위를 밝히며 조심스럽게 내려오던 박구 아버지는 시꺼먼 물체를 발견했어요. 박구 아버지는 느낌이 이상해, 가까이 다가갔어요. 그리고 촛불로 밝혔어요. 그것이 박구라는 것을 확인한 박구 아버지는 소스라치게 놀랐어요. 그리고는 크게 울부짖었어요.


- 아이고. 박구야. 이 아비는 어찌 살라고 너 먼저 갔단 말이야? 내가 죽고 네가 살아야지. 아이고 이를 어찌하노? 나는 어떻게 살라고.


박구 아버지의 울부짖음에 달님과 용왕님은 아무 대꾸도 없었어요. 오직 파도만이 인어공주의 마음을 대변하듯 훌쩍훌쩍거릴 뿐이었어요.



 인어공주는 크게 낙담했어요. 박구를 잃은 것 때문이에요.  동네 사람들이 박구 아버지를 도와주었어요. 집 뒤쪽 언덕 같은 산, 양지바른 곳에 박구를 묻어주었어요. 인어공주는 죄책감에 한동안 울돌목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어요. 그러다 문득 박구 아버지가 걱정되었어요. 박구가 전부인 박구 아버지는 어찌 되었을까? 순간 불안해졌어요. 그래서 박구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헤엄쳐갔어요. 박구네 집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어요. 아무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어요.

 

 인어공주는 가슴이 답답해졌어요. 그리고 인어공주는 박구 아버지의 마음을 알 것도 같았어요. 인어공주는 아픈 마음으로 인해, 나날이 야워어갔어요.

 

 인어공주는 박구 아버지의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어요. 2주가 지나고서야, 박구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어요. 늦은 밤, 박구 아버지는 박구가 만들어준 지팡이로 짚고, 바닷가로 향했어요. 그리고 다시 큰 바위에 올라, 촛불로 주위를 밝혔어요. 예전처럼 달님께 기도를 올렸어요.


- 달님, 용왕님 다시는 우리 박구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우리 조선의 젊은이들이 다시는 허무하게 죽지 않게 해 주시고, 부모 곁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원하시면 이 육신이라도 바치겠습니다.

 

인어공주는 간절히 기도하는 박구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다시 힘을 내기로 결심했어요.



 박구 아버지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던 달님과 용왕님이 미안했는지, 이제야 박구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나 봐요. 임금님의 말을 듣지 않아, 잡혀갔던 유능한 장군이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이 들렸어요.


 소식이 사실이었어요. 유능한 장군이 다시 돌아왔어요. 백성들은 환호했어요. 하지만 장군의 몸이 많이 불편해 보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군은 병사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적들이 휩쓸고 갔던 자리를 돌며 쓸만한 무기와 먹을 것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다시 싸울 준비를 시작했어요.


 박구 아버지도 이 소식을 들었나 봐요. 이야기를 들은 박구 아버지는 달님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으로 절을 올렸어요.


- 달님, 용왕님 드디어 제 소원을 들어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유능한 장군이 돌아온 후, 박구 아버지의 일상은 더 바빠졌어요. 박구가 만들어준 지팡이로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어요. 아침에는 낚시를 하고, 저녁에는 낚시한 고기를 유능한 장군이 있는 병영에 갖다 주었어요.


- 이거 별거는 아니지만 받아주시오. 내가 할 것이라고 이것밖에 없소. 이리해서라도 도움이 되고 싶소. 꼭 힘을 내서 전쟁을 끝내주시오.


하지만 병사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 힘들게 들고 왔으니, 놓고 가시오. 이렇게 먹을 것을 갖다 주시니 고맙기는 한데. 전쟁에서 이기기는 글렀소.

- 아니. 왜. 그러시오? 장군이 다시 돌아왔지 않소?

- 돌아오면 뭐해? 우리 쪽 배는 13척인데 비해 적함은 3백 척이 넘소. 싸움도 비등해야 승산이 있질 않겠소? 근데 지금 차이가 너무 나질 않소? 이기는 것이 가능하겠소? 기적 같은 꿈은 버리시오. 아무튼 물고기는 고맙소.


병사의 말에 박구 아버지는 눈앞이 깜깜 해지는 듯했어요. 하지만 박구 아버지는 병사의 말에 낙담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더 열심히 생활했어요. 아침에서 점심까지 낚시를 하고, 물고기를 수군 진영에 갖다 주었어요. 그리고 저녁을 간단하게 챙겨 먹고 서둘러 바닷가, 큰 바위가 있는 곳으로 갔어요. 예전보다 더 지극정성으로 기도했어요.


- 달님, 용왕님 부디 전쟁에서 이기게 해 주소서. 그리하여 이 전쟁이 끝나기를 부탁드립니다. 전쟁이 끝나, 병사들이 무사귀환할 수 있도록해주십시오. 비나이다. 비나이다.


박구 아버지는 허리를 다쳤기에 아직도 몸이 불편했어요. 그리해도 달님과 용왕님께 기도하며 절을 했어요. 군사들을 위한 낚시와 젊은이들의 무사귀환을 위한 기도는 계속되었어요.


 비가 와도, 구름에 달이 가려져도 박구 아버지는 계속 큰 바위에 올랐어요. 그것이 일상이 되어버렸어요. 인어공주는 박구 아버지가 걱정되었어요.


 비가 세차게 와도 기도는 계속되었어요. 빗물로 미끄러울 텐데도, 박구 아버지는 큰 바위를 올라갔어요. 인어공주는 ‘혹시 저러다 박구 아버지가 다치시지 않을까?’ 걱정도 했어요.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박구 아버지는 지팡이를 옆에 내려놓고 간절히 기도를 했어요. 달님과 용왕님께 부탁하는 간절한 말투가 큰 울부짖음으로 바뀌었어요. 비를 뚫고, 구름에 가려진 달님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처럼 보였어요.

 

- 달님, 용왕님 제발 도와주십시오. 이번 전쟁에서 우리 수군이 꼭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박구 같은 우리의 젊은이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박구 아버지는 함성 같은 말투로 말을 하고는 지팡이를 짚고 일어섰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인어공주는 깜짝 놀랐어요. 갑자기 박구 아버지가 큰 바위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에요. 발을 헛디딘 것인지, 미끄러졌는지, 반복된 기도에 힘이 빠져서인지는 알 수 없었어요. 박구 아버지는 떨어지면서 돌에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어요. 박구 아버지의 머리에서 검붉은 피가 바닷물에 퍼졌어요. 그 와중에도 박구 아버지는 지팡이를 품에 꼭 품은 채, 살려고 노력하지 않았어요.


 인어공주는 또 망설여졌어요. 이번에도 못 본 척 내버려두어야 하는 것인가? 옛날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가 떠올랐지만, 박구를 잃어버린 아픔이 더 크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인어공주는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박구 아버지 곁으로 다가갔어요. 박구 아버지를 뒤에서 껴안고 수면 위로 나가려고 했어요. 그때 박구 아버지가 눈을 번쩍 떴어요. 인어공주를 확인하고는, 품 안에 있던 지팡이를 던지듯 인어공주에게 건네주었어요. 그리고는 인어공주의 품에서 벗어나버렸어요. 박구 아버지가 물 밑으로 가라앉는 것이 보였어요.

 

 인어공주는 박구 아버지의 돌발행동에 몹시 당황했어요. 인어공주의 도움을 바라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근데 지팡이는 왜  내게 준거지? 인어공주는 혼란스러워 어쩔 줄을 몰랐어요. 인어공주는 다시 침착하게 행동하기로 했어요. 물살을 이용해, 박구 아버지를 해안가로 밀어버렸어요. 다행히 지나가던 사람이 박구 아버지를 발견했어요. 그리고 구조되는 모습이 인어공주의 눈에 들어왔어요. 참 다행이에요.



며칠이 지나, 유능한 장군이 모든 수군을 이끌고 명량으로 간다는 소문이 들렸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한바탕 크게 전쟁을 치를 예정이라네요.

 

 전쟁이 일어나기 전날, 인어공주는 박구 아버지가 건네준 지팡이를 가지고 수군진영으로 갔어요. 유능한 장군이 모든 병사들을 집합시켜, 용기를 북돋아주고 있었어요.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것을 당부했어요. 그리고서는 모든 병사들과 눈을 맞추고 손을 맞잡았어요.


 인어공주는 본인의 거처인, 울돌목으로 돌아왔어요. 인어공주는 지팡이를 손에 쥔 채, 깊은 생각에 빠졌어요. 박구 아버지는 마지막이라고 생각되는 순간, 왜 내게 지팡이를 주었을까? 왜 살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인어공주인 자신을 달님이 보낸 전령사로 보낸 것이라 생각한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지팡이를 건네준 것이 아닐까요? 아버지를 위해 몸을 던진 심청이처럼, 박구 아버지도 본인의 몸을 희생해서라도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랬던 것이 아닐까요?

 

 인어공주는 머리가 아팠어요. 인간 세계에 엮이지 않기로 결심했는데, 손에 있는 지팡이가 인어공주를 가만두지 않았어요. 계속 박구를 떠올리게 했어요. 인어공주는 박구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을 씻어내고 싶었어요. 그리고 박구 아버지가 달님과 용왕님께 기도하던 말들이 귓속에 계속 반복되는 것 같았어요. 이 지팡이 때문인 것 같아요.

 인어공주는 지팡이를 불끈 쥐었어요. 이번에는 인간 세계에 뛰어들기로 했어요. 박구 아버지의 바람대로, 유능한 장수를 도와 전쟁이 이길 수 있도록 돕기로 결심했어요.



 인어공주는 이른 아침에 울돌목을 나서려는데, 유능한 장군의 병사들 표정이 생각났어요. 겁에 질려 있는 모습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들의 모양새 같았어요. 그들에게 용기를 주어야 이번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하며 고민하던 인어공주의 눈에 어떤 물체가 눈에 들어왔어요. 그것은 거칠고 혼잡한 물살에 멀리 나아가지도 못하고 울돌목에 정체되어 있던 적군의 시체였어요. 근데 시체의 옷차림이 화려했어요.


 인어공주는 물속에서 여러 전쟁을 보았고, 죽은 병사들도 많이 목격한 탓에, 옷차림으로 지위나 신분 등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어요. 인어공주는 그들 중에 옷차림이 가장 특이하고 화려한 시체를 이끌고 유능한 장군이 있는 곳으로 향했어요.


 수군이 오는 것이 보였어요. 인어공주는 물살을 이용해, 시체를 유능한 장군이 있는 대장선 쪽으로 흘려보냈어요.


 인어공주의 묘안이 들어맞았어요. 대장선에서 시체를 배위로 끌어올렸어요. 죽은 적군의 장수인 것을 확인하고는 병사들이 분위기가 변하는 것이 보였어요. 그들은 죽은 적군의 장수의 목을 베었어요. 그리고 군선의 앞쪽 높은 곳에 매달았어요. 적군이 잘 보일 수 있도록 말이에요. 수군의 환호성이 들려왔어요.


 희한하게도 수군은 울돌목 주변에서 적군과 대치했어요. 그런데 인어공주는 본인의 눈을 의심했어요. 적선의 배는 3백 척이 넘어 장사진을 이루는 반면, 유능한 장군이 이끄는 군함은 고작 13척뿐이었어요. 당돌함인지 용기인지 모를, 장군의 결단에 어안이 벙벙해졌어요. 임금님에게 고문을 많이 받은 탓에 판단이 제대로 서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누가 봐도 결과가 뻔히 보이는 승부가 날 것 같아요.


 인어공주는 지금까지 바다에서 수군이 하는 전쟁을 지켜봤습니다. 적선은 빠른 속도로 수군의 배에 달라붙어, 총이나 칼로 공격을 했습니다. 반면에 수군은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배의 양 옆에 위치한 대포로 공격을 했습니다. 적선의 배 밑은 뾰쪽해서 물살을 가르는 속도가 빨랐어요. 이와 달리 수군의 배 밑은 모가 나지 않고 반원처럼 완만해 방향 전환이 빨랐어요. 빠른 방향 전환을 이용해 양 옆에 위치한 대포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어요.


 수군은 적선이 타격지점으로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상하게도 적선이 한꺼번에 쳐들어오지 않았어요. 수많은 적선 중의 한 무리가 빠른 속도로 수군으로 다가갔어요. 조선 수군의 대장선만 앞쪽으로 나와있고 다른 군함은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어요. 뒤에 따라오는 수군들이 겁을 먹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어요.

 

 대장선은 여러 척의 적선을 포로 침몰시켰어요. 이에 화가 난 적들은 더 많은 적선을 대장선으로 보냈어요. 인어공주는 대장선 밑에서 적선이 오는 것을 지켜보며, 박구가 만든 지팡이를 움켜쥐었어요. 그리고는 서둘러 밀어내는 물살을 일으켰어요. 적선이 대장선에 섣불리 붙지 못하도록 물살을 일으켜, 일정한 거리를 유지시켰어요. 대장선이 포를 쏘아 침몰시킬 수 있는 적당한 위치가 되었어요.


 대장선이 여러 척의 적선을 침몰시키는 것을 지켜본 다른 수군들이 용기를 되찾은 것 같았어요. 그들도 대장선에 나란히 붙어 포를 쏘았어요. 이에 질세라, 엄청나게 많은 적선들이 한꺼번에 빠른 속도로 진격했어요.

 

 인어공주는 꼬리지느러미에 더 많은 힘을 주었어요. 이쪽, 저쪽 방향으로 거센 물살을 보냈어요. 그리고 그 거센 물살은 회오리로 변했어요. 그러자 적선의 배들이 거세게 요동치기 시작했어요. 적선의 배들은 회오리로 인해 서로 부딪쳐 침몰하기도 했어요. 게다가 길목이 좁아 그 효과는 극대화되었어요. 이를 놓칠세라 수군들은 더 많은 포를 쏟아부었어요.

 

 울돌목 주변으로 적의 병사와 부서진 배 조각들이 무수한 띠를 이루며 떠 다녔어요. 뒤에서 이 광경을 관망만 하고 있던, 나머지 적선들은 방향을 틀었어요. 후퇴를 하기 시작했어요. 수군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어요.


 한편 인어공주는 너무 많은 힘을 쓴 탓에 쓰러질 지경이었어요. 인어공주는 울돌목 거처로 돌아왔어요. 인어공주는 옆구리에 난 상처에 손을 갖다 대었어요. 적선에게 더 많은 피해를 주기 위해, 적선의 주변에서 회오리를 만들 때 포가 인어공주의 옆구리를 아슬하게 지나쳤어요. 그때 다친 것이었어요.


 명량에서의 전쟁이 끝난 늦은 밤, 인어공주는 지팡이를 들고 박구 아버지가 기도를 하던 큰 바위로 향했습니다. 아직 박구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인어공주는 지팡이를 큰 바위 쪽으로 세게 던졌습니다. 지팡이는 포물선을 그리며 큰 바위 쪽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인어공주는 바위틈에 숨어 박구 아버지를 기다렸어요.

 

 잠시 후 박구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박구 아버지는 촛불을 들고 큰 바위로 접근했어요. 그리고 지팡이가 큰 바위에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박영감은 눈물을 흘리며 달님과 바다 쪽으로 큰 절을 올렸어요.


- 아이고 달님, 용왕님 감사합니다. 제 청을 들어주셨을 뿐만 아니라 박구가 만들어준 이 지팡이도 돌려주셨으니 말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박구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박영감이 지팡이를 들고 일찍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어요. 박영감은 뒷동산, 박구의 무덤으로 향했어요. 박구 아버지는 박구의 무덤에 엎드려 통곡했어요.


- 이 아비는 네가 만들어준 지팡이 덕분에, 달님과 용왕님께 기도드리고 조금이나마 수군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너의 마음이 내게 전달되었고, 우리의 정성과 간절함이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야. 틀림없다. 이제 이 전쟁도 끝날 것이야.


박구 아버지는 무덤에 넋두리를 풀었어요.


 유능한 장군이 이끄는 수군은 점점 번창해갔어요. 수군의 배와 병사들도 늘어났고, 바다에서 일어나는 전쟁에서도 계속 승리했어요. 인어공주는 이제 안심이 되었어요. 그리고 이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인어공주는 떠날 채비를 했어요.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즐거운 순간들과 슬픈 순간들을 떠올렸어요. 인어공주가 아끼고 사랑했던 박구가 계속 생각 나, 더 이상 조선이란 나라에 있을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인어공주는 떠나기 전, 박구 아버지의 거처로 갔어요. 그리고 지켜보았어요. 박구 아버지에게 지팡이를 돌려주길 잘한 것 같아요. 박구 아버지가 다시 지팡이를 이용해 열심히 활동하는 것이 보였어요.

 

 인어공주는 박구 부자를 통해, 용기를 얻었어요. 용기를 바탕으로 힘을 내어, 본인이 있던 왕국을 찾으러 가기로 결심했어요. 박구 아버지처럼 무수히 노력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움직인다면 언젠가는 왕국에 도착하지 않을까요?







글을 마치며.......

 뉴스를 보다 보면 간혹 영웅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귀중한 존재를 잃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싸우는 부모님들의 관련 소식입니다. 중대재해법, 민식이법 등을 만들어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 애쓰는 어른들의 모습. 그들이 제겐 영웅으로 보였습니다.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하고,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쓸쓸한 환경에서도 꿋꿋이 버티며 싸우는 사람들이야 말로 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주역이라 확신합니다.

 우리 사회 영웅들의 모습을 이야기에 녹여,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싶은 욕망이 커져갔습니다. 하지만 필력이 부족한 탓에 시도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카카오 브런치에서 다시 쓰는 안데르센 세계명작 공모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인어공주와 명량해전이 생각났습니다. 예전부터 “명량에서 어떻게 13척의 배로 3백의 적선을 이겼을까? 수군이 가지고 있는 폭약, 포, 활 등의 재원이 분명 유한할 텐데. 무슨 초인적인 존재가 도와준 것은 아닐까? 또한 초인적인 존재가 있다면 분명 과정, 동기기 있을 것이다.”라는 저만의 추측을 했습니다. 그런 상상과 그동안 제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뭉쳐, 이야기의 뼈대가 저절로 구상되었습니다.   

 며칠 전에도 의로운 영웅이 본인과 상관없는, 물에 빠진 어린이 3명을 구한 것을 접했습니다.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박구가 만든 지팡이를 통해, 세대가 아우르고 기적이 발생하는 것을 보며 우리 사회의 영웅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더 떠올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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