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누는 귀신

술래잡기

by 유재복

신나게 놀면 하루가 짧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날들이 더 많다. 그런 날은 저녁에 굴뚝마다 연기가 올라가고 집집마다 아이들을 불러도 아이들이 쉬 돌아가지 않았다. 급기야 여기저기서 욕을 해대며 부르거나 형과 동생이 데려가기도 한다.


밥을 먹자 나는 튀어나갔다. 치완이도 노는 게 미진했던지 벌써 동네 우물가 마당에 나와 있다. 어깨동무를 하고 동네 한 바퀴가 시작됐다. 뒷산 꼭대기에 보이는 구름 끝만 붉게 젖어있었고 반대쪽 하늘에선 어둠이 쭉쭉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봉택이 집 앞에 도착했다.


“봉택아 놀자”

방문이 벌컥 열리며 봉택이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봉택이 지금 밥 먹는다.”

“좀 있다 나갈게”


봉택이 밥 먹는 속도가 빨라지는 게 보이는 듯했다. 우리는 다시 동네를 돌며 소리를 질러댔다.


“얘들아 놀자”

“여자는 필요 없고 남자 나와라”

“여자는 필요 없고 남자 나와라”


성혜네 집골목으로 들어서는데 헉! 성혜가 허리에 손을 올리고 골목 중간에 서 있다.


“여자는 왜 필요 없는데?”

“그게 아니고…….”

“왜 필요 없는데?”


하면서 배로 내 배를 툭 밀친다. 젠장, 넘어질 뻔했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다.


“하하하 같이 놀자. 그러면 되지?”

옆에서 치완이가 말한다. 성혜도 금세 킬킬거리며 우리는 동네 마당으로 다시 돌아왔다. 벌써 봉택이와 용진이가 나와 있다.


“우리 뭐 할까?”

이미 어두워졌다. 딱지도 구슬치기도 비석 치기도 어두우면 끝이다. 앞마당에 그려진 오징어만이 달빛에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술래잡기하자”

우리는 숨바꼭질을 그렇게 불렀다. 이미 어두워졌으니 다른 의견도 없었다. 처음엔 술래가 성혜였다. 우리가 주로 숨던 곳은 너무 쉽게 들키고 내가 술래가 되었다.


“스물까지 세기다”

좀 더 멀리 숨기 위해 스물까지 세는 걸로 바꿨다. 하나 둘…… 열셋열다섯열일곱……스물

“찾는다!”


나는 우물가에 있는 커다란 버드나무에서 돌아선다. 오른쪽으론 집들이 있고 왼쪽엔 신작로와 그 아래 개울이 있다. 집 쪽은 더 이상 새로운 숨을 자리가 없으니 개울 쪽이다. 생각하고 걸음을 떼려는데,

“야도 헤헤헤”


속았다. 버드나무 뒤에서 치완이가 돌아 나와 나무를 찍는다. 우르르 신작로로 내닫는 발소리만 들렸을 뿐 나무 쪽으로 오는 발소리는 못 들었는데…….


신작로 넘어 개울을 내려다보니 달빛에 허옇게 드러나는 얼음줄기가 보일 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신작로를 따라 걷는데 억새숲 뒤에서 시커먼 것이 솟아올라 다다다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로 내달린다.


‘봉택이’ 이미 늦었다. 달리기로는 저 녀석을 잡을 수 없다. 그런데 왜 못 봤지? 봉택이가 숨었던 억새뭉치는 다시 봐도 너무 작았다.


“헤헤 납작하게 엎드려 있었지.”

집을 찍고 나오며 봉택이가 웃는다. 봉호형 집 옆에 있는 다리 밑이 수상해서 살금살금 다가가 보니 성혜가 숨어있다.


“하하 성혜”

나는 뒤돌아 달렸다. 술래집하고 여기는 너무 멀다.

“두두두”


성혜 발소리가 뒤에서 들린다. 금세 나를 앞지른다. 내 두 걸음보다 성혜 한걸음이 더 많은 것 같았다. 나는 중간에서 포기하고 돌아선다. 용진이만 찾으면 되니까.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셋이서 어깨동무를 하고 내 뒤를 따라다닌다. 세 집 울타리와 변소 모퉁이를 다 뒤져도 용진이는 보이지 않았다.


“어느 쪽으로 갔는데?”

내가 뒤돌아 물어보니 성혜가 고개를 쭉 빼며 말한다.

“여기까지는 나랑 같이 왔는데…….”

“에이 그럼 다시 하자 뭐”


나는 찾는 걸 포기하기로 했다. 아마 용진이가 전판까지 술래만 세 번을 해서 아주 꼭꼭 숨은 것 같았다.


“못 찾겠다. 꾀꼬리”

내가 소리를 질러도 아무 대답이 없자 아이들도 셋이 목소리를 합쳐 소리를 질렀다.

“못 찾겠다. 꾀꼬리”

“용진아 이제 그만 나와”


소리쳐도 용진이가 나오지 않자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성혜 너 분명히 용진이랑 여기까지 왔다고 했지?”


“응, 이쪽으로 가기에 난 저쪽으로 갔지. 거긴 숨을 데가 다리 밑 밖에 없잖아”

이쪽? 우리는 성혜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았다. 여기 모여 있는 세집 너머에는 커다란 밭이 있고 그 너머는 포도밭이었다. 숨을 곳이 없었다. 하지만…….


“에이, 설마…….”

다른 아이들도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포도밭 끝에는 커다란 똥통이 있고 거기에 변소가 하나 붙어있었다. 이 벌판에서 숨을 데라곤 거기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혹시 술래 하기 싫어서…….”


성혜가 말한다.

“가보자”

그곳을 쳐다보던 아이들이 나를 돌아본다. 하지만 나는 술래다. 찾든 못 찾든 용진이를 못 찾으면 놀이가 끝나지 않는다.


“거긴 밤에 똥 누는 귀신이 있어”

봉택이가 뒤로 물러서며 말한다.

“푸하하, 똥 누는 귀신?”

모두들 웃었지만 봉택이는 진지했다.


“진짜야, 우리 할머니가 그랬어. 밤마다 똥 누는 귀신이 똥통 속에서 나와 밤새 똥을 누곤 내려간대. 그러니까 똥이 점점 더 늘어나는 거지.”

“아니 그건 읍내에서 똥차들이 부어 논 거잖아? 거기 빗물이 들어가니까 늘어나는 거고…….”

“아니래 요새는 눈도 안 오잖아, 그런데도 똥통은 더 높아졌잖아.”

그런 것 같았다. 치완이가 웃으며 말한다.


“잘 됐네. 그럼 우리 귀신이 똥 누는 거 보러 가자”

“안 돼 귀신한테 잡히면…….”

“잡히면?”

“같이 똥을 누자고 한대.”

“푸하하, 그럼 같이 누면 되지. 똥귀신하고 나란히, 히히히”


치완이 웃음에 우리도 따라서 자지러지게 웃었다. 하지만 봉택이는 표정을 풀지 않는다.


“다 누면?”

“히히히. 다 누면, 어떻게 되는데?”

“내일 밤 다시 누자고 데려간다는 거야.”

“어디로?”

“그야, 똥통 속이지.”

“…….”

“으악”


아이들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그 사이에 밭을 다 건너와 저 앞에 나무판으로 얼기설기 만들어진 포도밭 변소가 눈앞에 있었다.

치완이와 봉택이가 뒤에 처져서 오지 않자 성혜가 밀고 앞으로 나왔다. 만일 용진이가 똥귀신에게 잡혔다면 데리고 가야 한다. 짜식 벌써 다 눈 건 아닐 테지?


“용진아”

판자 사이사이로 달빛에 드러난 건너편 포도밭이 넘겨다보였다.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아이들이 크게 소리쳤다.

“용진아 나와 다 끝났어.”


혹시 통통에 빠진 건 아닐까 걱정이 들어 들여다보려고 가까이 가려는데…….


“으아악”

뒤에 있던 치완인지 봉택인지 비명을 지른다. 공포는 쉽게 전염된다. 뒤돌아 달리기 시작하는데 저만치 아이들이 앞서 있다. 게다가 나는 달리기도 못한다. 또 꼴찌다. 으아악 내 입에서 저절로 비명이 나왔다. 앞선 아이들 걸음이 더 빨라진다.


세 집이 모여 있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서야 우리는 멈췄다. 봉호형네 할아버지가 방문을 열어보시곤 시끄럽다 이놈들 하고 야단치시고 방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뭘 봤는데?”


나는 헉헉거리며 아이들에게 물었다.

“못 봤냐? 변소 뒤에 시커먼 똥덩어리가 쑥 올라오는 거.”


봉택이가 물었다. 놀란 아이들은 그런 게 꼭 있었던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인다. 나만 못 봤나? 나는 멀리 있는 포도밭을 돌아보았다.

“용진이네 집에 가보자. 만일 집에 없다면 어른들에게 얘기해야지.”


성혜가 말하자 우리는 용진이네로 향했다. 봉택이 할머니가 위험하니 가까이 가지 말라고 지어낸 말일 거야, 생각하면서도 자꾸 나는 포도밭을 뒤돌아보았다.

용진이네 집 울타리는 개나리 덩굴이었다. 대문이 따로 없어서 우리는 방문 앞까지 다가가 용진이를 조그맣게 불렀다.


“용진아”


가족들 목소리는 들리는데 용진이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다시 겁이 났다. 다시 조그맣게 불렀다. 안에서 말소리가 끊어지더니 벌컥 방문이 열리고 용진이 엄마가 내다보았다.


“어라, 너희들이 웬일이니?”

“술래잡기를 하는데 용진이가…….”

“하하하 여기 숨은 걸 이제야 안 거야?”


용진이가 밥상 너머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온다. 후유, 다행이다. 아이들 표정이 환하게 풀린다. 그러다가 방문이 닫히자 표정이 다시 사나워졌다.


“어떻게 된 거야?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헤헤 저기 봉호형네 집을 돌아 숨는데 형이 내 목덜미를 잡아서 끌고 오잖아, 밥도 안 먹고 내뺐다고 엄마가 잡아 오랬대.”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똥통에 빠졌는지 알고.”

아이들이 용진이 꿀밤을 먹이며 다들 한 마디씩 한다. 헤어지면서 술래잡기 법이 하나 더 생겼다. 다음부터는…….

“밥 먹으러 갈 때는 꼭 얘기하고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