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 한 숟갈
선이랑 같이 먹어라
선이 한 숟갈 나 한 숟갈
선이 한 숟갈 나 한 숟갈
선이 한 숟갈 나 두 숟갈
선이 한 숟갈 나 세 숟갈
선이 눈은 숟가락만 따라다닌다
내 입에 들어갈 때 저도 입을 움찔한다
앗! 울려고 한다
선이 한 숟갈
다 먹으면 아 해
선이 한 숟갈 나 한 숟갈
금방 삼키고 아 한다
선이 한 숟갈
선이 한 숟갈
선이 한 숟갈…….
삼룡이
용진이네 집골목으로 들어서는데 성혜네 개가 지랄 맞게 짖는다. 골목모퉁이를 돌아가자 뒤돌아보며 나오는 운도가 보인다. 저 놈의 개는 꼭 저런 어린애들만 보면 지랄이다.
운도가 나를 보더니 표정이 밝아진다. 저만치 뛰어가서 제 주먹만 한 돌멩이를 양손에 들고 다시 골목으로 들어가서 힘껏 던진다.
성혜네 개소리가 다시 커졌다. 어어! 운도가 비명을 지르며 후다닥 내 쪽으로 뛰어온다.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개 줄이 풀린 게 틀림없다. 어떡하나……. 운도를 잡아 등 뒤에 세운다.
하얗고 덩치 큰 성혜네 개가 소리를 질러대며 골목을 돌아 나온다. 나를 보더니 잠시 멈칫한다. 나는 옆에 서있는 달맞이꽃 마른 줄기를 꺾어 몽둥이 마냥 들고 개의 눈을 노려보았다.
“사나운 개가 달려들면 절대로 뒤돌아 달아나지 마. 개랑 눈싸움해서 이기면 돼. 등을 보이고 달아나면 그때 물리는 거야.”
개에게 많이도 물려 본 영도 형 말이다.
개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운도는 내 등 뒤에서 나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 개가 이빨을 까며 으르렁거렸다. 땅을 차며 컹컹컹 크게 짖더니 다시 무섭게 으르렁거린다. 나는 손에 쥔 풀줄기로 어쩔 수가 없어서 다른 뭐가 없나 슬쩍 옆을 바라보았다.
“으르르 웡”
개가 나에게 달려드는 게 곁눈으로 보였다. 운도가 비명을 질렀다. 눈을 감으며 얼떨결에 소리를 질렀다.
“깨갱깨갱 깽”
어럽쇼? 눈을 뜨니 개가 내 발 밑에 엎어져 있다. 다시 일어나더니 또 으르렁거린다.
“삼룡아 더 때려. 다신 못 덤비게.”
운도 목소리다. 지게 작대기가 개 앞으로 쑥 나온다. 깨갱……. 성혜네 개가 꼬리를 다리사이에 끼우고 재빨리 골목 안으로 달아난다.
삼룡이가 지게를 지고 옆에 서있다. 언제나처럼 씩 웃고 있다.
“작대기로 때렸어?”
내가 묻자 대답대신 웃는다.
“산에 나무하러 가는 거야?”
또 웃는다. 삼룡이는 웃는 게 대답이다.
“삼룡이가 저 개새끼를 작대기로 이렇게 찔렀어”
운도가 팔을 내밀며 대신 대답한다. 덩치는 고등학교 다니는 형들 만한데 우리 마을에서는 애나 어른이나 다들 삼룡이라고 불렸다. 삼룡이도 그랬고 어른들도 이름 부르는 애들을 나무라지 않았다.
“어디를 간다고?”
“히이이, 낭구…….”
“저기 수리산으로?”
또 웃는다. 찌그러지게 웃는 입 옆으로 기다랗게 침이 흘러내린다. 나는 운도 손을 잡고 집 방향으로 돌아서며 손을 흔든다.
삼룡이도 작대기를 흔들며 웃는다. 또 침이 길게 떨어진다.
그 동네 개들은 아이들을 자주 물었다 개들은 항상 배가 고팠다
배 꺼진다고 뛰지 말랬지만
노는 게 우선이었다
세상엔 잡을 수 없는 것뿐이라서
우리는 서로를 잡는 놀이를 하곤 했다
해가 꺼지면 과연
배가 꺼졌다
하나둘 부르는 소리에
아이들이 돌아가고
엄마가 부르지 않는 빈 길을
터덜터덜 돌아올 때면
배고픈 게 제일이었다
선이 맡기고 부엌문 밖 오래 내다보던
엄마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부엌의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지워지자 허전해져
우물우물 뭘 먹는 시늉을 하는 내 입을
선이의 손가락이 들어와
함부로 헤집고 다녔다
아, 아무것도 없지 입을 보여주자
와아앙 울음이 터졌다
달래려는데 기운이 없는지
선이가 울음을 삼킨다
꾸역꾸역 흘린 울음까지 주워 삼킨다
등잔불도 깜깜해진 늦은 밤
밥상이 들어왔다
허겁지겁 퍼먹는데 쿵 소리가 났다
졸음 못 참은 운도의 머리가 밥상에 엎어져 있다
양껏 퍼 넣은 불룩한 볼은 끝내
잠들지 못하고 우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