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탄. 2

by 유재복


아침에 일어나자 우리 셋의 잠자리는 한쪽으로 밀쳐져 있었고, 방 한쪽에는 새하얀 보자기 같은 것이 펼쳐져 있었다.

“와 낙하산이다.”


아랫도리 내복이 없는 형이 다리를 이불로 돌돌 말은 채 턱을 괴고 들여다보았다. 동그란 흰색 천에는 여러 가닥 나일론 끈이 달려있고 끝에는 번쩍거리는 동그란 쇠들이 매달려 있었다. 엄마는 가위로 그 끈을 하나씩 잘라내고 있었다.


“와! 아버지 많이 주워왔네요?”

윗목에 모여 있는 낙하산들을 보며 내가 말했다.

“봉호는 불발탄도 주웠어”

아버지 말이 떨어지자 형과 내 눈이 동시에 마주쳤다. 나는 재빨리 양말을 신고 방문을 열었다.

“도도야 같이 가”

형이 바지를 입느라고 뒤뚱거리며 말하는 사이에 눈치 빠른 운도가 방문을 잡고 있는 내 팔 사이로 빠져나간다.

“밥 차릴 테니 빨리 갔다 와”


엄마 목소리를 뒤로하고 우리는 아랫집 봉호 형네로 달렸다. 싸리나무 울타리를 돌아 마당에 들어서자 벌써 온 동네 아이들 절반은 모여 있는 듯했다. 아이들 틈으로 보이는 마루 끝에 봉호 형이 앉아서 무릎에 커다란 폭탄을 안고 있었다.


“와! 금덩인가 봐, 번쩍거리는 게…….”

영도형이 앞으로 나서며 아는 척을 한다.

“아냐, 신주야 그래도 비싼 거야”

“와! 신쭈, 한번 만져봐도 돼?”


영도 형이 마루로 다가서며 손을 내밀었다. 이제껏 멀찍이서 바라보면 다른 아이들도 형을 따라 가까이 다가갔다.

“조심해 그러다 터지면, 이렇게 쾅!”


봉호 형이 폭탄을 들었다가 무릎 아래로 내리며 소리쳤다. 형이 뒷걸음치며 뒤에 서 있던 치완이 발을 밟았다. 아야, 소리를 지르자 아이들은 일제히 우르르 싸리담장까지 달아났다. 동작 빠른 운도는 담장 밖까지 달아나 개구멍 사이로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하하 안 터져, 가까이 와”


봉호 형이 웃는다. 아이들이 다가설 때 언제 왔는지 엿장수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제치고 마루 끝에 앉는다. 시내에서도 조명탄이 다 보였나 보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우리 동네까지 엿장수가 올라오는 일은 없었다. 운도가 먼 신작로를 바라보고 있다가 나를 부른다.


“엉아. 저기…….”

아이들이 우르르 뛰쳐나갔다. 멀리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밤에 훈련 마치고 오는 미군들 트럭이었다. 미군 부대는 산 뒤쪽에 있기 때문에 우리 동네까지 트럭이 들어오는 건 드물었다. 하나, 둘……. 산길을 돌아 여러 대의 트럭들이 마을 길로 들어오고 있었다.


“헬로, 헬로”

아이들은 벌써 손을 흔들고 있었다. 봉호 형 집 앞은 산개울이 내려오는 곳이라 얼어붙은 언덕이 있었다. 트럭은 속도를 줄이고 개울을 넘어 부우웅 요란한 소리를 내며 언 언덕에 올라섰다.

“헬로 기브미 짭짭”

신작로 옆에 선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손나팔을 만들어 소리를 질렀다. 트럭 뒤에 앉은 미군들은 피곤한지 더러는 졸고, 저희끼리 수군대며 웃거나 손을 흔들기도 했다.


“기브미 초코렛 해봐”

뒤에 있던 부엉이형이 영도 형에게 말했다.

“헤이 기브미 초코렛”


형이 손나팔을 만들어 소리를 질렀다. 앞쪽에 모여 있던 운도와 고만고만한 여섯 일곱 살짜리들이 그 소리를 들었다. 초콜릿은 저희도 아는지라, 금세 시끄러워졌다.


“초콜릿”

“초콜릿”

“기브미를 해야지”

영도 형이 가르쳐주자 꼬마들이 또 소리를 질렀다.

“기브미 초코렛또”

“기브미 쪼꼬렛”


"쌍노무새끼들"

차들이 그냥 지나가자 봉오형 집 뒤에서 누군가 그렇게 소리를 질렀다.


"끼이익"


그 순간에 트럭이 섰다. 아차! 하는 사이 꼬맹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다.

뛰어 달아나는 운도를 돌아보니 내 뒤에 섰던 형과 다른 아이들도 모두들 봉호형 집으로 뛰어 들어가고 있었다. ‘아차’ 나는 그 자리에서 고개를 돌려 트럭을 바라보았다. 헉 완전히 시커먼 검둥이가 총을 들고 쓰윽 일어선다.


순간 난 눈을 꼭 감고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총에 맞으면 얼마나 아플까? 총 맞아 죽으면 얼마나 쪽팔릴까? 아마 우리 마을 아이들은 다들 알게 될 거야. 미군들에게 쌍노무새끼라고 욕하지 마라, 그랬다간 도도처럼 총에 맞는다.


그런데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웃음소리가 들린다. 무서웠지만 꼭 감은 눈을 살짝 뜨고 보니, 세상에 희고 커다란 이빨이 눈앞에 보였다. 검둥이 이빨은 정말 하야네. 총은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고 옆에 있는 백인과 웃고 있다.


그리곤 한쪽 손을 흔들어 보였다. 나도 슬그머니 한쪽 손을 내리며 손을 흔들며 희미하게 웃었다. 검둥이 군인이 윗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 발 앞으로 던진다. 옆에 있던 백인도 뭔가를 트럭 아래로 던져주곤 씩 웃는다. 앞쪽에 미끄러지던 차가 얼음언덕을 넘어가자 뒤에 있던 그 트럭도 출발했다.


나는 발밑에 있는 것을 얼른 주어서 잠바 주머니에 넣었다. 그 앞에 아까 집어던진 깡통이 있었는데 허연 거품을 내며 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옆에 터지지 않은 깡통이 보이기에 그것도 얼른 주머니에 넣었다.


그제야 숨어 있던 아이들이 하나둘 고개를 내밀고 내다보았다. 봉호형 집 쪽에서는 내가 서있던 자리가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시치미를 떼고 어정거렸다. 두 손은 주머니에 넣고 주머니 안에 잡히는 깡통을 꽉 움켜잡고 가슴은 쿵쾅거렸지만 미군들이 사라진 먼 신작로만 바라보는 척했다.


“이게 뭐야? 맥주 아냐?”

봉호 형이 떨어진 깡통을 들고 말했다. 입에 넣고 털었지만 몇 방울 떨어지다 만다.

“이런 다 쏟아졌네, 아까운 거…….”

“형 그게 뭔데? 맛있어?”

영도 형이 봉호 형 손에 있던 깡통을 잡으며 물었다.

“어허……. 이건 어른들만 먹는 술이야 어딜”


엿장수 할아버지가 봉호 형 손을 잡고 데리고 간다. 모여서 구경하던 아이들도 덩달아 엿장수 리어카로 모두들 몰려갔다. 나는 슬그머니 돌아서 집으로 향했다. 뒤돌아서서 웃는 내 모습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엉아 왜 웃어?”

깜짝이야, 운도 녀석이 옆에 바짝 붙어 있다.

“내가 뭘?”


내심 찔려서 큰소리를 내려는데, 운도가 씩 웃는다.

“난 다 봤다. 조기 봉호 형네 변소에 구멍이 있어서 엉아가 깜둥이하고 뭐라 뭐라 얘가 하는 거 다 봤다.”

더 말해봐야 소용없었다. 나는 한 손으로 운도 머리를 안고 다른 주머니에 있던 깡통을 살짝 꺼내 보여주었다.

“와! 우아, 이거, 그…….”

“쉿, 조용히 해. 집에 가서 보여 줄게”


우리 집 담장은 돌담이었다. 담장을 돌아 집안으로 들어서자 운도가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보챈다.

“뭔데 그러냐?”

목소리에 올려다보니 외할아버지다. 바로 윗집에 사시니, 아침나절엔 수시로 들르신다. 옆에 있던 엄마도 눈짓으로 묻는다. 바로 들킨 거다. 운도 표정이 일그러졌다.

“저어 이거……”

나는 주머니에서 깡통을 꺼내 외할아버지에게 드렸다.


“어허…… 이거 삐루네”

“어른들 먹는 술이라는데요?”

“어미야 그 술잔 좀 갖고 오너라.”

엄마가 밥상에 막걸리 잔과 김치를 들고 부엌에서 나온다. 할아버지가 따서 잔에 붓자 누런 게 거품을 일으키며 쏟아졌다.


“뭐야 오줌이잖아?”

운도 말이 맞다. 꼭 요강에 담긴 오줌처럼 거품을 일으키며 술잔에 담겨 있다. 외할아버지가 한 모금 마시곤 인상을 쓰신다.

“할아버지 맛있어? 엉, 무슨 맛이야?”

운도가 무릎에 올라서며 묻는다.

“원 싱거운 게…… 네 말처럼 맛도 꼭 오줌 맛이다.”

“어디 어디”


그래도 운도는 맛을 보겠다고 달려든다. 엄마가 꿀밤을 먹인다.

“가서 큰 성 데리고 와서 밥 먹어. 아직 아침도 안 먹었잖아”

운도가 쪼르르 달려 나가자 나는 얼른 방 안으로 들어갔다.

주머니에 있던 딱딱한 것은 초콜릿이었다. 조그만 건 껌둥이가 뜯어서 먹던 건지 4개 남아있는 껌이었다. 껌은 도로 주머니에 숨기고 초콜릿을 까고 있을 때 엄마가 밥상을 들고 들어 오셨다.


“그게 뭐냐?”

“응 초콜릿이래.

“그것도 미군이 줬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안 먹고?”

“응 엄마부터 먹어보라고”


나는 속에 싸여 있는 은박지를 뜯어 엄마에게 내밀었다. 달콤한 냄새가 났다.

엄마는 업고 있던 선이를 내려놓으며 초콜릿을 받아 들었다. 툭 분질러서 내 손에 쥐어주신다.


“녀석, 너부터 먹어봐라.”

“응. 엄마도 먹어봐”

“엄마는 됐어. 운도 오기 전에 어서 먹어.”

내가 엄마에게 도로 내밀자 엄마는 들고 있던 초콜릿을 조금 잘라내 먹어 보신다.

“맛있다. 어서 먹어”


정말 맛있었다. 엄마는 조금 더 떼어 멍하니 바라보는 선이 입에 넣어주신다. 어리둥절한 애가 입맛을 쩍쩍 다시며 엄마를 파고든다. 엄마가 조금씩 떼어 선이 입에 넣어 주시고 나도 조금씩 야금야금 녹여 먹고 있을 때 형과 운도가 들어온다.


애들은 저 없을 때 뭘 먹으면 다 안다.


“엉 이게 무슨 냄새야?”

“밥부터 먹어. 밥 다 먹으면 줄게. 도도가 미군한테 초콜릿을 얻어왔어”

“초콜릿?”


운도가 펄쩍 뛰어오른다. 그런 운도를 엄마가 쥐어박아 앉히고 숟가락을 쥐어 준다. 주둥이에 시커먼 흔적을 남기고 쩝쩝거리는 선이나 나나 밥이 맛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형과 운도는 금세 밥공기를 비우고 엄마를 올려다보았다.

엄마는 똑같이 세 토막을 낸 초콜릿을 우리에게 나누어주고 조금 남은 초콜릿은 은박지에 잘 접어 밥공기 사이에 숨겼다.


“이건 저녁에 아버지 보여 드리고 먹자”

운도도 형도 초콜릿을 아껴 먹으며 엄마의 밥상이 부엌으로 나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한다. 이내 방문이 닫히자 나에게 조른다.

“엉아 더 있지? 엉아 거 좀만 주라.”

“없어 한 곽이었어. 엄마랑 같이 뜯었는걸.”

하면서 나는 다른 쪽 주머니에서 껌을 꺼냈다.

“이건 먹던 거라 딱 세 개거든, 하나씩 나눠먹자 "


물론 주머니 안에 한 개는 빼놓았다.

‘와! 껌이다. 껌 껌“


형과 운도는 재빨리 입에 넣고는 우물거린다. 아랫목에 앉아 있던 선이가 우물대는 운도의 입 앞으로 다가와 손가락으로 운도의 입을 판다. 매몰차게 동생 손을 뿌리친 운도와 형이 밖으로 나가자 우아앙 선이가 울음을 터트린다.

나는 망설였다. 선이는 껌도 꼴딱 삼킬 거다. 울음소리를 듣고 방으로 들어오던 엄마가 내 손에서 조그맣게 잘라진 껌조각을 보시곤 고개를 흔든다. 난 껌을 입에 넣고 쳐다보는 선이에게 두 손을 펴 보이며 말했다.


“봐 다 먹었지? 이젠 아무것도 없어”

밖으로 나오자 신작로 아래 개울가에 모인 아이들 한가운데 운도가 있었다. 풍선껌이었다. 몇 번은 잘 안 불어지다가 마침내 커다랗게 불어진 풍선이 터져 코까지 덮었을 때 누군가 어깨를 툭 친다.


용진이다. 찐득이 용진이다. 아 하필 찐득이한테 들키다니…….

아무 말도 없다. 다가와 어깨동무를 한다. 나는 포기하고 잡힌 채 또 풍선을 분다.


“맛있냐?”

“아니, 단물은 다 빠졌지. 뭔 맛이 있어?”

“더 없냐?”

“응”

“그럼 할 수 없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 내 목을 감은 팔에 힘을 준다. 이대로 내내 따라다닐 게다. 그래서 용진이 별명은 찐득이다.


“반 줄까?”

“그래, 바로 그거야. 좀 있다가 딴 애들 나오면 안 되니까”


용진이가 감았던 팔을 풀며 킬킬거린다. 나는 껌을 중간쯤 끊어 용진이에게 주었다. 너무 많이 잘라냈나? 입 안이 허전하고 풍선도 조그맣게만 불어졌다.


‘봐봐 나도 된다 “

용진이도 풍선 만든 껌을 손에다 들어보며 좋아한다. 우리는 어깨동무를 하고 신작로로 나갔다. 저만치서 치완이와 봉택이가 놀고 있다가 우리 입을 보고 달려온다.




저녁 밥상에 온 식구가 둘러앉았다. 나는 아버지에게 자랑할 것이 있어서 부엌으로 난 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숭늉 그릇을 들고 엄마가 들어와 앉는다.

"부뚜막에 숨겨둔 초콜릿이 없어졌다. 누구 짓이지?"

엄마가 우리들을 바라보고 묻는다. 형도 나도 동시에 운도를 바라보았다. 아까부터 껌도 씹고 있지 않았다.


“운도 너, 아까 부엌에서 어정거렸지?”

“아냐. 난 물 마시려고 들어갔던 거야”

엄마 물음에 운도가 고갯짓을 한다. 아버지는 다 안다.

“운도야 거짓말 하면 벌 받는 거 알지? 엄마 말처럼 부엌에 있던 초콜릿 꺼내 먹었니?”


아버지가 조용히 묻는다. 운도는 아버지에겐 꼼짝도 못 한다. 고개를 거북이처럼 어깨 속에 집어넣으며 말한다.

“그게요. 한 입만 먹으려고 했는데요. 너무 맛있어서, 쪼금만 더 먹으려다가…… 우아앙”


운도가 울음을 터트렸다.

“그럼 껌은? 네가 누구 줄 녀석은 아니고 초콜릿 먹다가 삼켰지?”

내가 묻자 고개를 끄덕이더니 더 서럽게 울어댄다.

“넌 공짜 좋아하고 얌체 짓만 하니까 대머리가 될 거야”


형도 제 몫이 아쉬웠던지 한마디 한다. 승모 형네 아버지의 빛나는 대머리를 운도 머리에 그려 보다가 나는 킬킬거렸다. 운도도 그 생각이 났던지 더 서럽게 울어대며 소리쳤다.

“아냐, 난 대머리 싫어”

엄마도 아버지도 그런 운도를 보며 웃으셨다. 운도의 조그만 머리를 온통 빛나는 대머리로 바꾸면 안 웃을 수 없다.


다음날 아침 세수를 하고 늦게 들어와 내 머리맡에 붙여둔 껌을 찾아보니 ……없다. 방문을 열고 마루 끝에서 신작로 쪽을 바라보니 운도가 제 또래들과 떠들고 있다. 껌을 씹고 있다.

“운도야, 너 거기 있어”

내가 소리치자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마을 사잇길로 달아난다. 내 주머니에는 한 개 남은 껌이 있다. 하지만,


‘운도 녀석은 틀림없이 대머리가 될 거다. 이건 확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