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뺏기

눈싸움

by 유재복


“도도야 옷 챙겨 입고 빨리 나와”


밤사이 눈이 소복이 쌓였다. 마당도 쓸지 않고 뛰어 나갔던 형이 다시 들어와 나를 부른다. 재빠른 건 운도다. 용수철처럼 튕겨져 뛰어나간다.


“넌 빠져, 빵학년은 안 돼”

“무슨 일인데?”


내가 잠바를 걸치고 마루로 나가며 물었다. 형 표정은 신이 났다.


“건넛말 하고 눈싸움 붙었어. 다리로 와.”


형이 먼저 뛰어 나간다. 마을아래 개울 건너 산 밑에 우리 동네 반만 한 동네가 있다. 가겟방 옆 신작로에서 그 마을로 들어가는 다리가 하나 있다. 다리 뺏기 놀이다. 하지만 우리가 번번이 졌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다리가 필요 없지만 건넛말 아이들은 그 다리를 건너지 않으면 학교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 다니는 남자 애들은 다 모인 것 같았다. 숫자는 우리가 더 많았다. 하지만 조무래기들이다. 건넛마을엔 육 학년 형들이 둘이나 있다. 우리 마을엔 부엉이형, 우리 형, 영팔이 형 삼총사가 이제 6학년이 될 거다.


“봉택아, 가서 강띵이 오라고 해”

부엉이 형이 봉택이에게 말한다. 봉택이는 걸음도 빠르고 강띵이 형 옆집이다. 우리는 다리 이쪽 끝에다 연탄재와 함께 눈을 밀어 쌓아 올리고 있었다.


건너말 사는 상규와 현문이가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든다. 상규는 우리 반 친구다. 6학년 형이 다리를 건너서 우리 쪽으로 왔다.


“눈으로만 하는 거야, 손이나 발 쓰기 없고, 작년처럼 돌멩이에 눈 뭉쳐 던지면 반칙패하는 걸로 끝이야.”

“알았어 형. 올핸 우리가 이길걸. 지면 다리 건널 때 형도 나한테 인사해야 돼”

“하하 우리가? 어림없지. 얘들아 이 형들 오면 거기에서 머리 숙이고 나오지 마. 그래야 한 대라도 덜 맞지.”


부엉이형 말에 6학년 형이 우리를 내려다보며 눈을 부라린다. 덩치가 부엉이 형보다 한 뼘은 크다. 올해도 질 것 같았다. 그때 신작로를 따라 강띵이 형과 봉택이가 내려오고 있었다.


“어어 쟤는 중학생 아니야?”

“아냐 형, 우리랑 친구인 걸 나이는 형하고 동갑일 거야”

“그래? 근데 잰 뭘 먹어서 저렇게 뚱뚱하냐?”

하며 할 수 없다는 듯 육 학년 형이 돌아 선다.


“똥 먹어서요.”


눈뭉치 뒤에 앉아 눈을 뭉치고 있던 용진이가 조그맣게 속삭이자 치완이가 킬킬거렸다.

뒤에 있던 내가 뒤통수를 치자 웃음을 참지 못하고 오히려 더 킥킥거린다.


“모모? 뭐 하는 건데?”

강띵이 형이 부엉이 형에게 묻는다. 부엉이 형은 우리 형과 용팔이 형과 작전을 짜는 중이었다. 강띵이 형이 형들이 있는 앞으로 나가자,


“어라? 어디서 똥구린내가 나지?”


이번에는 치완이가 손으로 코를 쥐는 시늉을 하며 용진이에게 돌아앉는다.

용진이 웃음보가 또 터졌다. 이번에는 마침 뒤에 앉던 봉택이까지 셋이 모두 킬킬거린다. 이번엔 뒤통수치는 걸로 막을 수 없다. 나는 강띵이 형이 눈치챌까 봐 얼른 일어나 강띵이 형에게 갔다.


“그냥 우리가 눈 뭉쳐 줄 테니까 쟤네들 이쪽으로 못 건너오게 눈을 던지면 되는 거야”


내가 강띵이 형에게 설명했다. 아무래도 우리가 던져서는 다리 끝까지 제대로 날아가질 않았다.

강띵이 형이 뒤돌아서자 세 녀석은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땅으로 고개를 박고 눈을 뭉치는 척한다. 삼키는 킥킥 소리와 들썩거리는 어깨가 다 내려다보인다.


“강띵아 넌 얘들 맡아. 얘들 눈 안 맞게 네가 보호해야 돼”

부엉이 형이 뒤늦게 강호 형에게 말한다.

“그리고 너흰 절대로 이 뒤로 물러서면 안 돼. 쟤네들이 여기까지 오더라도 머리 가리고 그냥 엎드려 있어”


우리에게도 작전을 준다. 부엉이 형은 역시 대장이다. 진지 뺏기다. 여기 눈뭉치 모아둔 진지를 뱄기고 다리에서 밀려나면 지는 거였다.


강띵이 형이 알았다고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그제야 웃음을 그친 용진이와 치완이 봉택이가 부엉이 형에게 대답을 한다.


서로 눈이 마주친 상규와 용진이가 욕하며 떠들어대다가 저희들끼리 눈을 던지기 시작했다.


“시이작”


눈싸움이 시작되었다. 뭉쳐둔 눈이 많아서 눈덩이가 마구 날아다녔다. 내가 강띵이 형에게 눈덩이를 주자,


“너, 너, 너무 작아 크, 크게 뭉쳐 줘”


나는 두 덩이를 합쳐서 주었다. 강띵이 형이 힘 안 들이고 던지는데 뒤에 있는 상규에게 고개를 돌리고 있던 6학년 형 뒤통수에 정확히 맞는다.


내가 눈짓으로 치완이와 봉택이에게 뭉친 눈뭉치 크기를 보여주며 강호 형에게 주자 아이들도 커다란 눈뭉치를 만들어 강띵이 형 발밑에 내려놓는다.


강띵이 형……. 다시 봤다. 던지기 선수다. 멀리 던지기도 했지만 정확하기도 했다. 딴 곳을 바라보고 한 눈을 팔던 상규가 또 맞았다.


“스톱”

갑자기 6학년 형이 앞으로 나오며 소리쳤다. 눈을 막 던지려던 강띵이 형이 멈칫한다. 앉아 있던 건넛말 아이들도 모두 일어선다.


할아버지 한 분이 진달래집 모퉁이를 돌아 나오신다. 두루마리에 털모자를 쓰시고 지팡이를 짚으셨다. 상규네 할아버지다. 건넛말 아이들 인사를 받고 천천히 다리를 건너오신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부엉이형도 우리도 모두 일어나 인사를 했다.

“살살 들 해, 다치면 안 되니”

“네, 다녀오세요”


“시작”

할아버지가 다리를 건너가시자 건넛말에서 소리와 함께 눈덩이가 날아왔다. 뒤돌아 인사하느라 날아오는 눈을 보지 못하고 머리에 맞았다. 6학년 형들이 다리 중간까지 다가와 있었다.


우리 형과 부엉이 형이 앞서서 눈을 던진다. 나도 눈을 던지려는데 6학년 형이 나를 쳐다본다. 하이고……. 멈칫했다. 뒤따라 나오는 상규와 현문이가 보였다. 나는 이쪽을 보지 않는 현문이에게 던진다. 정통으로 맞았다.


우리 진지 바로 앞까지 다가 온 6학년 형이 우리에게 눈 폭탄을 퍼붓는다. 우린 고개도 들지 못하고 웅크리고 있었다.


“얘들아 일어나”


강띵이 형 목소리다. 고개를 들어보니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건넛말 아이들이 던지는 눈덩이가 강띵이 형 등에 맞아떨어진다.


우린 강띵이 형 사이로 눈을 마구 던졌다. 6학년 형이라고 못 던질 게 없었다. 강띵이 형은 팔을 벌려 날아오는 눈을 맞으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우리도 형을 따라가며 눈을 던졌다.


다리를 거의 다 건너왔다. 눈뭉치 뒤에 앉아있는 상규와 현문이가 보인다. 눈을 뭉치지도 않고 잡히는 대로 마구 뿌렸다. 고개를 못 든다.


부엉이 형이 뒤에서 달려와 건넛말 아이들 사이로 빠져나간다. 진지가 뚫렸다. 형은 진지 반대편에서 눈을 던지기 시작했다. 굴러나간 눈뭉치를 주워서 뒤돌아서지 못한 건넛말 아이들 뒤통수를 맞춘다.


강띵이 형이 돌아섰다. 진지를 만들었던 눈사람 머리만 한 눈뭉치를 들어 부엉이 형 때문에 뒤돌아서서 눈을 던지는 6학년 형 한 명에게 눈덩이를 뒤집어 씌운다.


“어구구”

6학년 형이 쓰러진다. 다른 6학년 형이 눈을 양손에 들고 강띵이 형을 돌아보는데 더 커다란 눈덩이를 들어 머리 위로 들고 서서 씩 웃는다. 어어어 그 형이 뒷걸음질 친다.


그렇게 머리 위로 눈덩이를 들고 상규와 현문이를 내려다본다. 3학년과 4학년도 상규와 현문이와 함께 뒷걸음질 친다.

우린 신이 나서 뒤돌아선 아이들에게 눈을 집어던졌다.


“그만 우리가 이겼다.”

“만세”



삼총사 형들이 다리 앞 눈밭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강띵이 형과 우리는 그 뒤에 서서 구경을 했다.


“와서 인사하고 다리를 찾아가야지. 어떻게 건너 다닐 건데?”

부엉이 형이 말하자 뒤에 섰던 상규가 쪼르르 나와 형들에게 인사를 한다.


“다리 주세요”

“그래, 넌 맘대로 다녀, 형들이 해야 되는 것 아냐?”
6학년 형 둘이 서로 뭐라고 하며 앞으로 나온다. 고개를 조금 숙이다가…….


“다리 주세요, 이럴 줄 알았지?”


하면서 달려들어 앉아 있는 형들에게 눈을 뿌린다. 다시 엎어지며 뒹굴며 눈싸움이 시작됐다. 킬킬거리는 웃음소리 사이사이로 아악 차가워 옷 속으로 눈을 뒤집어쓴 영팔이 형 소리도 들렸다. 점점 거칠어져 누군가 울음이 터져야 끝날 것 같았다.


“형, 잠깐 저기 봐”

상규 목소리에 6학년 형에게 깔려있던 영팔이 형도 다른 형을 넘어뜨리고 눈을 퍼붓던 부엉이 형과 우리 형도 진달래 집 쪽을 바라보았다.


토끼다. 그것도 아주 커다란, 올가미에 걸려 얼어 있었는지 빳빳하게 굳은 토끼를 어깨에 걸치고 아저씨 한분이 다리로 다가온다.


이놈 할아버지다. 우리는 쭈뼛거리며 인사하는데 봉택이가 앞으로 나서며 인사를 한다.

"오냐, 아버지 집에 계시냐?"

"네"

부엉이 형이 어떻게 잡았냐고 묻는다.

"아! 재수 없는 놈이여, 이놈보다 큰 놈들은 다 빠져나가고 겨우 이놈 하나 잡았어"


아이들 눈이 반짝였다

“우리 다 데리고 토끼 잡으러 가자”


6학년 형 얘기에 눈싸움은 끝났다. 눈싸움을 하던 아이들 모두가 앞산으로 향했다.


토끼는 잡힌 거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애들이 많으니,

그렇지만,


종일 개 발자국만 따라다니다 우리는 눈사람이 다 되어 산을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