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뒤란엔 장독대가 있다, 이른 아침부터 재잘대는 새떼들이 측백나무 사이사이와 장독대, 그리고 엄마가 부엌의 쓰레기를 모으는 곳에 모여들어 시끄럽게 한다.
어제는 부엌에 있는 커다란 소쿠리를 엎어서 받쳐 놓고 물에 담긴 쌀알 한 줌을 뿌려놓고 부엌문 안까지 줄을 늘여놓고 참새들을 기다렸다.
참새는 눈치가 100단도 넘는다. 그 많던 참새들이 측백나무까지는 오지만 땅에 좀처럼 내려앉지 않는다. 내가 조금만 움직이면 쪼르르 날아가 다시 오지 않는다.
결국엔 엄마에게 들켜 저녁 지을 쌀 집어낸 걸로 혼이나 곤 끝이 났다.
잠든 선이를 맡기고 나가신 엄마를 기다리다가 창문으로 어제 덮어둔 소쿠리를 내다보다가 다시 받침대를 세우고 매어놓은 끈을 창문으로 집어넣고 방으로 들어왔다. 얼어붙기도 했지만 소쿠리 안에는 하얀 쌀알이 그대로 뿌려져 있었다.
나는 들창문을 거의 다 내리고 조그만 틈으로 소쿠리 앞쪽만 간신히 내다보고 있었다.
새소리가 들린다. 저희들끼리 신호를 하는지 비슷한 새소리가 여러 번 들리더니 드디어 대여섯 마리 참새가 바구니 앞에 내려앉았다.
기웃기웃하더니, 순식간에…….
바구니 안으로 들어갔다 나온다. 입에 쌀알을 물고 있다. 다른 참새들도 총총총 뛰어다니다가 바구니 속으로 들어갔다 나온다. 나는 언제 끈을 잡아챌지 몰라 망설인다. 여러 마리 들어가는 걸 보면 잡아챌 텐데……. 잘 보이지도 않고 여러 마리가 한 번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엉아 뭐 해?"
방문 닫는 소리가 크게 나고 운도가 등 뒤에서 묻는다. 새떼가 한 번에 날아오른다.
“쉿, 인마, 다 날아갔잖아”
“어디 어디?”
운도가 내 옆으로 와 까치발을 서며 애쓴다.
“에이 한 마리도 없잖아”
“네 목소리에 도망갔잖아, 이제부터 조용히 해”
새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주저앉아 벽에 등을 기대고 창밖에서 들리는 소리에만 귀를 기울였다.
다시 새들이 돌아왔다. 시끄러워졌을 때 조용히 일어나 창틈으로 내다보니 아까보다 더 많은 참새가 바닥에 내려앉았다. 옆에서 까치발을 서며 꼼지락거리는 운도를 꾹 찔러 조용히 시키고 나는 기다렸다.
세 마리쯤 참새가 바구니 안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줄을 잡아챘다. 가슴은 쿵덕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방문을 열고 뛰어나갔다.
부엌문 안으로 부엌 뒷문으로, 가슴이 쿵덕거린다.
새들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바구니만 엎어진 채 놓여 있다. 얼마나 세게 잡아챘는지 끈 달린 막대기는 창문 밑에 대로대롱 매달려 있다.
“엉아 얼른 열어봐”
운도가 바구니 앞에 서서 발을 동동 구른다.
“그러다가 휙 날아가면?”
“…….”
“부엌에서 솔잎 좀 가져와”
운도가 무언지 안다는 표정으로 부엌으로 들어간다. 나는 엎드려 바구니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어보았다. 새소리는 들리지 않고 날개 퍼덕이는 소리가 잠시 들린다.
다시 가슴이 쿵덕거린다. 운도가 가져온 솔잎을 바구니 한쪽에 깔고 솔잎사이로 한 손을 넣고 바구니를 조금씩 당기며 조금 들어 손을 집어넣는다.
“있다”
놀란 참새가 퍼덕이기 시작했다. 손끝에도 스쳐 지나간다.
“야호, 몇 마리야?”
운도가 깡충깡충 뛴다.
“몰라, 가만히 있어”
팔꿈치까지 집어넣어 손을 이리저리 휘젓자 새의 날개 끝이 잡힌다. 잡아당겨 새의 몸통을 잡았다. 따뜻하다.
“잡았다”
“어디? 어디?”
“어어 안 돼”
이런 그 새를 못 참고 운도가 바구니를 열어젖힌다. 참새 한 마리가 눈앞에서 날아간다.
“야 인마, 한 마리는 놓쳤잖아”
운도와 난 날아가는 참새가 멀어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내 손엔 내 가슴보다 더 콩닥거리는 가슴을 가진 참새 한 마리가 남아 있다.
“엉아 나도 좀 만져보자”
“안 돼 그러다 또 놓치려고?”
나는 두 손으로 참새를 안고 앞마당 토끼장으로 갔다. 운도가 앞서가서 지난번 엄마가 잡은 꿩을 넣어두었던 토끼장 문을 열었다. 그건 어미 토끼가 있던 곳이라 새끼를 낳았을 때 새끼가 땅으로 떨어진 적이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새끼토끼용 집을 하나 더 만들었다. 판자도 촘촘하고 앞엔 모기장을 붙여 놓았다.
“야, 그 구멍은 참새보다도 더 크잖아”
내가 아래에 있는 토끼장을 턱짓으로 가리키자 운도가 미닫이문을 조금 연다. 나는 한 손으로 윗공간을 막으며 참새를 집어넣고 문을 닫았다. 참새가 여기저기 정신없이 날아다니다 벽에 부딪친 후 바닥에 앉아서 우리를 바라본다.
“와하하 엉아 이거 우리가 키우자”
운도가 신이 나서 팔짝팔짝 뛰면서 제 친구들에게 자랑하려는지 밖으로 뛰어나간다. 나도 아이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안방문을 열어보니 아직도 선이가 자고 있다.
조용히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우리 집 앞 신작로에 검은색 자동차가 서 있다. 동네부터 따라왔는지 아이들이 바글바글하다. 총을 든 아저씨들 두 사람이 내리는데, 허리춤엔 잡은 참새들이 몇 마리씩 나란히 매달려 있다.
서울 산다는 목장 주인아저씨다. 가끔씩 말을 타고 우리 동네를 지나가곤 했었다. 모여든 아이들에게 먹을 걸 나눠주며 이것저것 묻는다.
“너희들 참새 많은데 아니?”
“네”
운도와 개구리, 짱구가 팔짝거리며 대답을 한다. 운도가 우리 집 뒤란 쪽을 가리키다가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나는 눈을 흘기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만일 밖에서 우리 집 측백나무 쪽으로 총을 쏘면 뒤란의 항아리들이 다 깨질 거다.
운도가 앞쪽에 있는 포도밭 쪽을 손가락질한다. 아저씨들이 어깨에 걸쳤던 공기총을 들고는 포도밭 울타리 쪽으로 걸어갔다. 아이들이 뒤에서 따라갔다.
새들이 많이 내려앉는 곳을 운도도 많이 안다. 영도 형은 늘 새들 모여 있는 곳에 돌멩이를 던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운도도 우리 따라서 거리에 미치지도 않는 돌을 던지곤 했었다.
“팡, 팡”
“야아”
총소리가 나고 포도밭 울타리 덤불 속에서 새떼들이 날아올랐다. 아이들이 함성을 지르며 포수들 뒤로 달려갔다. 멀어서 새들이 잡히는 건 보이지 않았다.
신작로를 따라서 올라가는 아저씨들과 아이들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나는 선이가 걱정돼 집으로 들어왔다. 신작로 옆으로 흐르는 개울의 덤불 속이나 포도밭이 끝나는 밭둑에도 참새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사이사이에 계속해서 총소리가 나고 아이들 소리도 들렸다.
“도도야, 놀자”
“야 그래선 안 나와 또또야 놀자”
시장에 다녀온 엄마와 방안에 있는데 밖에서 치완이와 용진이가 부른다. 내가 대답을 안 하면 용진이는 꼭 내 별명을 부른다.
나는 아이들에게 아까 잡은 참새를 보여주었다.
“이야! 이걸 소쿠리로 잡았다고?”
“난 아무리 해도 안 잡히던데…….”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뒤란으로 가서 소쿠리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참새들이 귀신이야, 근처에 사람 숨어있는 걸 알더라고, 그래서 방안에 숨어서”
“야, 또 잡자, 한 마리 가지고 뭐 해? 구워봐야 요만한 살 한 점인데,”
“그래, 그래”
뒤란에는 새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밖으로 나와 새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새들 많은 곳에 우리가 숨을 곳이 있다면 바구니를 들고 올 생각이었다.
이상하다. 마을이 너무 조용하다.
새들이 보이지 않는다. 새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우리 셋은 어깨동무를 하고 신작로를 따라서 포도밭 지나 개울가를 살피며 수리산 밑에까지 갔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새들이 다 어디 간 거야?”
“아까 사냥꾼들이 왔다더니 다 잡아간 것 아냐?”
“어떻게 다 잡냐? 새들이 얼마나 많은데”
용진이와 치완이가 얘기하는 사이에 수리산 쪽에서 날아온 이름 모를 새 두 마리가 개울가에 내려앉다가 우리를 보자 놀란 듯 날아올라 산 쪽으로 다시 날아갔다.
우리는 새들이 날아가는 산을 바라보다가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새들이 아이들을 보고 저렇게 허둥지둥 달아나는 건 본 적이 없다.
“새들이 총소리에 놀라 다들 멀리 도망갔나 봐”
내 얘기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는 시무룩해져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에 아버지가 돌아오셨을 때 운도가 마치 자기가 잡은 것처럼 토기장 안의 참새를 보여주며 호들갑을 떨었다.
“새끼 참새로구나, 너희들에게 잡힌 걸 보니”
“아니 이렇게 큰대요?”
“어미 참새는 눈치가 빨라서 바구니로는 못 잡아. 이건 올해 태어난 새끼 참새야 “
“그럼 잘 됐네, 새끼니까 우리가 키울게요”
운도가 말했다. 글쎄다, 하시며 아버지가 방으로 들어가신다.
저녁상 앞에서 운도는 동네에 온 사냥꾼들에게 새 많은 곳을 가르쳐줘 새를 잡은 얘기와 총을 만져 봤다고 자랑을 한다. 나는 사냥꾼도 밉고 운도도 미웠다.
“동네에 새들이 한 마리도 없어요. 저녁 내내 새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아요.”
내가 말하자, 아버지가 운도를 바라보시며 말했다.
“운도가 몹쓸 짓을 했구나”
“네, 왜요?”
운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다.
“우리 동네 새들을 보호했어야지”
“새들은 마음대로 날아다니잖아요? 그게 어떻게 우리 동네 새에요?”
“저 앞산과 뒷산에 둥지를 틀고 우리 동네에서 살잖아”
“그렇지만 엉아도 잡았잖아요”
“그건 새들을 모두 놀라게 한 총소리 하고 틀리잖아”
나도 아버지 생각과 똑같았다. 운도가 숟가락을 놓고 시무룩해졌다. 내가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럼 사냥꾼이 왔을 때 도망가라고 새들을 쫓아 버리는 게 잘하는 일이네요”
“그렇지 외부 사람들에게 우리 동네 새들이 잡혀 가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안 되지, 생각해 봐라. 그렇게 사냥꾼이 설치면 우리 동네엔 새들이 한 마리도 살지 않을 걸, 그럼 얼마나 이상한 동네가 되겠어?”
“우아앙”
고개를 숙이고 있던 운도가 울음을 터트렸다. 아버지는 내게 눈을 찡긋하시곤,
“아니야, 아냐 운도는 모르고 한 일이니까 다음부터 안 그러면 되는 거야”
아버지가 운도를 다독였다. 그래도 서러웠던지 울음이 쉬이 그치지 않는다. 엄마가 아버지를 꾹 찌르며 다독여도 훌쩍거린다. 나는 운도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방안에선 엄마가 아버지를 나무라신다.
나는 운도를 데리고 토끼장 앞에 섰다.
“왜?”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운도가 나를 올려다본다. 나는 턱짓으로 인기척에 놀라 퍼덕이는 토끼장을 가리켰다.
“놔주라고?”
울음을 삼키며 운도가 묻는다.
“엄마가 기다리지 않겠어?”
운도가 빙긋이 웃었다. 미닫이문을 열어 주었는데도 참새는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나와, 엄마가 기다리는 너희 집으로 어서 가”
운도가 손을 집어넣어 흔들며 말하자 알았다는 듯이 어둠 속에서 참새가 쪼르르 나온다. 울타리에 앉는가 싶더니 어두운 밭 속으로 휘리릭 날아간다.
나는 운도 등을 토닥여주며 방으로 들어왔다.
“아버지 운도가요, 새끼 참새를 놓아주었어요”
“그으래? 운도가 이번엔 착한 일을 했네, 엄마 참새가 참 고마워하겠는 걸”
운도가 배시시 웃었다.
운도가 변했다. 마당 가득, 울타리 가득 참새들이 앉아 있어도 절대로 돌을 던지지 않는다. 오히려 빙 돌아서 지나간다.
이 거대한 어둠이, 등잔불을 가린 몇몇 사람들의 그림자라고?
긴 총을 들고 늠름하게 다가오던 그 포수는 겨울이면
우리 마을을 찾아오곤 했었다 포수는 처음에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공터에 와서 어디에 새가 많은지,
어디에서 토끼를 보았는지 묻곤 했었다
몇몇 아이들이 새들의 숲으로
재빨리 그를 안내하였다 그는 아이들에게
온갖 신기한 것을 꺼내 보여주기도 하고
총을 만져보게도 했다
그럴 때마다 포수의 허리에 목을 매다는
새들이 늘어갔다 포수를 안내하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졌으며 아침이면 아이들은
새들이 달아난 숲을 찾아다니기 바빴다
총소리가 골짜기 밖으로 새어 나오면 곧이어
아이들의 환호성이 뒤따라 울렸다
이상하게도 겨울이 채 얼마 가기도 전에
포수는 다시는 마을을 찾지 않았다
아이들은 부지런히 숲을 찾아다녔지만
마을 어디에도 새들은 살지 않았다
갑자기 한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아침조차 구별할 수 없는
긴 겨울이 그때부터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