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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닭 보듯
by
유재복
Jun 30. 2023
어, 저거 뭐냐?
땀 한숨 식히며 수박을 먹는데 공장 마당 앞에 닭 한 마리가 어슬렁거린다.
"엇그제부터 보이던데요. 저기 적재함 아래에서 자나 봐요."
"뭘 먹고 산대?"
"모르죠."
수박껍질을 던져주자 쪼르르 달려와 쪼아 먹는다. 어차피 직원들도 다 먹은 뒤라 박스에 나머지를 쏟아서 가까이 가니 어럽쇼? 달아나지도 않고 먹이에 다가온다.
"뉘 집 닭인지 알아보지."
"알아봤죠. 오골계 키우는 집이 동네에 딱 두 집인데, 다들 자기 닭이 아니라네요."
초복이 며칠 안 남았으니 복날 피해서 집을 나왔나? 하지만 저대로라면 중닭이라 복날은 넘어갈 텐데.....
에라, 공장에 무슨 닭이냐? 소 닭 보듯 하기로 했다.
이틀 쉬고 출근한 아침, 어디에 있었는지 강아지처럼 쪼르르 쫓아 나온다. 종관이가 간식 먹다 굳어버린 빵조각을 부스려트려 뿌려주니 하루 종일 따라다니다 용접불통에 맞기도 한다.
"아다리 걸려. 저리 가"
종관이가 발길질 흉내로 닭을 쫓으며 용접을 한다.
(용접불빛을 보면 눈에 화상을 입는다. 현장에선 아다리라고 한다)
점심시간에 커피 마시러 내려온 이장님이 닭을 보고 한마디 한다,
"집 나온 짐승은 영물이여, 꼭 저한테 해코지 안 할 집을 찾는다니까."
"이장님이 데려다 키우세요."
"아니지, 난 잡아먹을 걸 아니 우리 집에 안 올라오고 여기에 있는 거잖아."
"공장에 닭이 어울리기나 해요?"
"아무튼 보자고, 쟤가 과연 여길 뜨나."
다음날 작업복 갈아입고 사무실 계단을 내려서자 어럽쇼? 네가 강아지냐? 스티로폼 쌓아 둔 뒤에서 쪼르르 달려 나온다. 아침 커피를 마시는 중에 종관이가 종이컵에 물을 따라 닭에게 준다.
"종관아, 점심때 농협 가서 사료 한 포 사와라. 뭐 우리도 날아다니는 까만 강아지 한마리 키우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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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시집 한밤의 진동(토담 미디어)출간. 2019 e북 작은 시집 자전적 동화(디지북스) 출간. 특장차 제조 업체 운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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