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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복 Jun 11. 2024

가거도 3일

생의 섬에서 바다끝 섬으로

가거든 오지 말아라

오거든 가지 말아라


그렇게 먼 섬.

목포항에서 짧아도 3시간 40분

섬마다 들리는 완행배는 5시간

그 옛날 작은 배로는 어찌 다녔을까?

그래도 살만한 섬

관광객보다 낚시꾼이 많아 내리고 탈 때 사람보다 짐이 많아 부산한 섬.

부두 공사 소음이 없어지니 내리고 나면 조용한 섬.

바다 내려다 보는 자리마다 꽃

해수욕장 쪽 산책길에서

남방의 이민족처럼 만난 처음 보는 꽃

꿀 찾는 벌 나비 기다리며 집게발을

꽃게처럼 들고 기다리는 녹색거미가

송이마다 한 마리씩 숨어있다.

도시의 회색빛을 벗어나

저 푸른색 하나로 만나는 바다는 언제나 옳다

집어등 켠 밤볼락 낚시는

물살에 태워 한없는 곳으로 나를 흘려보낸다.

신발짝 볼락

320 신발 신는 사람은 아직 못 봤는데

32센티 볼락이 최대어였다.

다시 낮낚시

날씨도 포인트도 잘 만났다.

뺀지 낚시였는데

사이즈가 다 돌돔이다.

할아버지 구름모자 썼네.


해발 50미터까지 구름이 낀다.

날이 더워 해무가 만들어지는 거겠지.

돌아오는 배

오늘밤 지나면 다시 도시로 간다.

 아픈 사람 안부는 물어도

마음 안부를 물어본 적은 없었다.


1년에 한 번쯤은 내가 사는 곳과 먼 원도로 낚시를 간다.

거기서 먼 곳에 있는 내 생을 그리움처럼 바라보기도 한다.

고기를 잡으러 온 것도

일상에서 도망쳐 온 것도 아니다.

물고기 없는 물에 낚싯바늘을 흘리듯

아무것도 지나지 않는 허공에 빈바늘을 날려 보내던

날들을 지워버리고,

내 앞에 놓인 다른 날들을 잡으러 온 거다.


초침처럼 빠르게 달려드는 파도를 깨며 배는 달린다.

우리의 생도 잠시 저 뒤에 다른 파도를 만들며 자국을 남기지만,

결국은 지워져 버려 백지가 된다.


또 다른 날에

낙서하러 가자.

낚시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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