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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나를 찾아서#5. 그건 너도 그렇다.

귀하디 귀한 존재

by 단이이모

약 40일 전 조카가 태어났다. 애칭은 강두두. 두두는 태어날 때부터 오토바이 모터를 달고 나와 두두두두~ 하며 방귀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시원하게 어른 방귀를 뀐다. 동그란 눈에 살짝 눌린 코, 눈을 치켜뜨면 이마에 5개의 주름이 생기고 M자형 탈모의 조짐이 보인다며 동생이 걱정할 만큼 아주 적은 머리숱을 가졌다. 언뜻 보면 동네 할아버지 같은 외모라고 넋두리를 하다가도 두두의 재롱 짓에 연신 감탄을 쏟아낸다.


콧구멍을 벌렁거리기만 해도 너무 귀엽다,

오징어 같이 몸을 베베 꼬아도 사랑스럽다,

‘꺼억~’하는 우렁찬 용트림에도 오구오구 잘한다,

쪽쪽이를 야무지게 쪽쪽 거려도 예쁘다 예쁘다,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너의 임무는 다했다고 작은 몸짓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애정의 눈길로 바라본다. 37년 전 나 역시, 엄마 아빠에겐 사랑스러운 두두였을 것이다.


존재 자체만으로 조건 없는 사랑을 받아 지금까지 커왔는데, 존재 자체만으로 조건 없이 나 자신을 사랑해 주는 건 너무나도 어렵다. 마치 단 한 번도 사랑받아 본 적 없는 것 마냥 나를 미워하고, 비난하며, 나의 쓸모를 찾는다. 내가 오늘 숨을 쉬고 살아있음에, 이것 하나만으로는 나 스스로를 사랑해 주는 게 너무나도 벅차다.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대기업에 취직하지 못했어도,

강남 집을 혼수로 해올 수 있는 남편이나 부인이 없어도,

공부 잘하는 자식을 두지 않았어도,


조건 없이 두두를 사랑하듯,

조건 없이 나 스스로를 대견하다고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


오늘도 너 혼자 힘으로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잘 살았다고,

이 험난한 세상을 멋지게 이겨냈다고,

인생은 원래 고난의 연속인데 너는 오늘 그 고비를 하나 잘 넘겨냈다고,

내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일으켜 세우며 응원하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한때는 사랑받는 두두였다. 너도 두두만큼이나 귀하고 귀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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