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들과의 수업

by 고정숙

발달장애인을 위한 수업을 시작한 계기는 코로나 시기에 떠오른 사회적 문제들에서 비롯되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이 뉴스에 자주 등장했고, 나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공교롭게도 경북문화재단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한 인연으로 5명의 발달장애인이 공방으로 와서 자격증 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몇 달은 모든 것이 힘들었다. 수업은 매주 이루어졌지만, 수업 시간마다 아이들의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한 명은 중간에 소리를 지르며 수업을 방해했고, 또 다른 아이는 손에 풀이 조금만 닿아도 불편해하며 손을 계속 닦아야 했다. 보호자나 선생님들이 두 명씩 따라왔지만, 아이들의 감정이 한 번 폭발하면 제어가 되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면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로 남았고, 나는 자신을 스스로 탓하기도 했다.

“이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섣부른 판단이었나 싶었고, 매주 수업을 준비하는 것이 점점 부담으로 다가왔다. 도저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어느 날, 아이들과 동행한 선생님께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정말 이렇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변화가 없고, 아이들에게도 별다른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러자 선생님은 진지하게 답했다. “우리 아이들 버리지 말아 주세요.”

그 한마디가 나를 붙잡았다. 최소한의 책임감을 느끼고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아이들에게 조금 더 천천히, 더 체계적으로 접근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발달장애인들과의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익숙한 패턴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매번 수업에 앞서 나는 아이들에게 숫자 3을 강조했다. “3 이거 할 때 뭐 하죠?”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며, 순서를 하나하나 따라가게끔 유도했다.

첫 번째는 한지에 풀을 바르는 것이었다. “첫 번째, 한지에 풀 바르고!”라고 말하며 아이들이 한지와 친숙해지도록 했다. 두 번째는 골격에 풀을 바르는 것이었다. “두 번째, 골격에 풀 바르고!”라고 강조하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갔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공기를 빼는 작업이었다. 도구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밀어내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공기 빼는 작업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아이들에게 작업을 쉽게 기억시키기 위해서는 동작 하나하나를 명확하게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예를 들어, 한지를 붙일 때도 간단한 설명보다는 “앞에서 뒤로 이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재미있게 동작을 설명했다. 이렇게 하면서 아이들은 복잡한 작업 과정을 단계적으로 따라갈 수 있었다. 한지를 넘길 때마다 “이사합시다!”라고 외치며 조금씩 작업이 익숙해지도록 유도했다. 이 반복적인 과정은 아이들이 한지 작업을 배우는 데 큰 도움을 주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도 점점 더 자신감 있게 과정을 따라오게 되었다.

이 숫자 3의 순서는 보통의 공예 수업 방식이 아니라,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익숙함과 안전감을 주는 방법이었다. 단계마다 반복적으로 연습하며, 그들이 차근차근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소란을 피우던 아이들도, 점점 이 패턴에 익숙해지면서 스스로 한지 작업을 완성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갔다.

서서히 변화가 느껴졌다. 아이들은 처음엔 소리를 지르고 집중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풀을 바르고, 한지를 다루는 기술을 습득해갔다. 풀을 손에 묻히는 걸 싫어했던 아이도 조금씩 참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전국대회에 작품을 출품하자고 제안했다. 아이들은 큰 사과나무 등을 만들기로 했고, 그 과정을 통해 협동과 인내를 배워갔다. 사과나무 등을 완성하는 데는 6개월이 걸렸지만, 그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점점 더 자신감을 얻었다.

결국, 우리는 전국대회에 출품했고, 입선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아이들은 크게 기뻐했고, 나는 그들의 성취감을 함께 느꼈다. 이 작은 성공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었다. 발달장애인 아이들은 반복된 학습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했다. 수업을 며칠만 빠지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 꾸준한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조금씩 발전해 나갔다. 아이들이 점차 한지를 다루며 자신감을 찾고, 작품을 완성하는 기쁨을 느끼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그들에 대한 책임감을 더욱 깊게 느끼게 됐다.

지금도 몇 명의 아이들이 꾸준히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중에는 한지를 손에 묻히는 것도 싫어하던 아이가 이제는 한지를 능숙하게 다루고, 작품을 완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그들의 변화를 보며, 처음의 좌절과 힘듦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고, 조금 더 기다려주면 된다.

수업을 통해 나는 그들과 함께 성숙했다. 발달장애인 수업은 나에게도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아이들의 작은 변화와 발전은 나에게 더 큰 보람을 느끼게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시적인 성취나 결과가 아니라, 꾸준함과 반복하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는 안정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쉽게 집중하지 못하고, 한지공예의 기본적인 과정을 따라가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단 30분이라도 꾸준히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그들의 변화를 끌어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매주 반복되는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조금씩 기술을 익혀갔기 때문이다.

이러한 꾸준함은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한지공예를 배우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자세다. 한지공예는 한 번에 완성되는 작업이 아니라, 오랜 시간 반복하고 집중해야 하는 종합예술이다. 일반인들도 처음에는 손이 서툴고, 공예 과정에서 실수를 직면하지만, 매일 30분씩 꾸준히 시간을 투자하면 차츰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다. 꾸준함은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속도에 맞춰 능력을 증진시킨다. 발달장애인에게도, 일반인에게도, 이 꾸준함이야말로 한지공예의 본질이며,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중요한 태도임을 깨닫게 되었다.


KakaoTalk_20250703_193734227.jpg 마지막 수업날 나에게 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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