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실직자의 일기: 12월 세 번째 화요일

상담 후

어제 고민 끝에 객관적으로 내 상태를 알아보자 싶어 상담 예약을 잡았다.


편안한 분위기, 향으로 가득 메워진 공간이었다.

간단히 양식을 작성하고 상담사와 마주 앉았다.


몇 마디 안 했는데, 내 얘기는 제대로 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내 성향을 다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신기했다 서류에도 별 말 안 적은 것 같은데..


4월 결혼식 전날 받은 희망퇴직 통보, 5월 첫 번째 실직, 12월 두 번째 실직까지. 대략적인 상황을 얘기했는데 누구라도 힘들었을 거다. 결혼식에 지장을 받는 사람도 있었을 거다. 4월부터 마음이 편했던 순간이 한 번도 없을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는지 눈물이 콸콸 나왔다.


한 해에 두 번의 실직을 겪으면서 그동안 내가 쌓아온 커리어가 전부 잘못된 것 같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만 같다고. 둘이서 열심히 잘 살아보자고 결혼한 남편에게도 너무 미안하다고. 얘기하며 또 울었던 것 같다.


상담사는 우선은 꼭 쉬어야 한다고,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 뿐만 아니라 다음으로 나아가서도 잘 버티려면 체력을 비축해 놔야 한다고. 그리고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다그치는 성향이기에 평생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내가 겪고 있는 불안과 초조함, 그리고 위경련과 가슴 답답함 등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한다. 신기한 건 심리 신체화라는 현상이 있다는 거였다. 난 몸이 약한 게 아니라 멘털이 약한 걸 지도... 원하면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는 방법이 있지만, 일을 그만둔 상황이니 쉬면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 했다.


남편은 본인이 신경을 써 주지 못한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미안한 건 난데..


당분간 쉬면서 그동안 못 즐긴 신혼 생활을 즐겨보기로 했다. 그러기엔 이벤트가 많지만, 대화를 많이 하며 즐겁게 보내보고 그다음 나 자신에게 어떤지 묻기로 했다. 2주 동안 푹 쉬어보고도 괜찮지 않으면 상담을 해보기로.


지나면 아무것도 아닐 상황인걸 알면서 이렇게 힘든 일인가 싶다가도, 우울해지는 이상한 상황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