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실직자의 일기:12월 세 번째 주말

약, 사람

금요일 밤 처음으로 우울증 약을 먹었다.

살짝 긴장한 탓인지 약 기운인지 속이 울렁거렸다. 그렇게 조금 누워있다 잠이 들었는데 잔 듯 만듯한 상태로 일어났다.


친한 선배 결혼식이 있어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나섰다. 결혼식장에 도착해서까진 괜찮았는데 식이 시작하고 사람들이 많아지자 현기증이 났다. 숨이 조금씩 가빠지고 어지러워서 나갈까 고민하다, 식이 진행되는 곳에 시선을 집중하고 4-7-8 호흡법을 계속했더니 괜찮아졌다.


내 상황을 아는 선배가 계셨는데, 너는 겉으로 티를 하나도 안 내니까 전혀 몰랐다면서 잘 챙기라며 따뜻하게 말해주었다.


저녁에는 친구들 모임이 있었다. 가기 전까지 고민했다. 상태가 또 나빠지면 어쩌나 싶어서.. 가는 길까진 긴장도 되고 초조했는데 막상 도착하니 괜찮았다. 익숙한 사람들과 함께 떠들고 노는 시간이 오히려 훨씬 좋았다. 문제는 자려고 누웠을 때다. 약을 먹고 누웠는데, 약기운인지 어두운 밤 낯선 공간이어서 그런지 호흡이 엉키고 두근거려서 잠들기 어려웠다. 한참을 뒤척이다 살짝씩 잠이 들긴 했지만 계속 깼다. 매우 피곤했다.


도대체 약기운인지, 공간 때문인지, 내 컨디션 탓인지 모르겠다. 잠을 이렇게 못 자진 않았는데


하지만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익숙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오히려 나에게 편안함을 준다는 것이다. 별 얘기 아니지만 웃고 떠드는 그 시간이 나에겐 필요한 것이었다. 혼자 가두고, 숨지 말고 좀 더 나가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얻어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