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실직자의 일기: 12월 네 번째 월요일

잠만보와 광합성

아마도 약기운 일 것 같다. 낮에 기분이 요동치지 않는 대가로 잠을 설치게 된 게 아닐까.


7시에 일어나서 남편 아침 도시락을 싸고, 집 청소를 하고 바쁘게 움직이다 9시쯤 다시 잠들었다. 눈 떠보니 낮 1시가 넘어있었다. 아프지 않고서야 이렇게 오래 자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당황스러웠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러닝을 하기로 했다. 해를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밖은 공기도 너무 좋았고 하늘도 푸르렀다. 세상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8킬로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뛰었다. 워치가 꺼지면서 내 기록은 날아갔지만.. 뛰면서 당장 내가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건 내 몸이지 않나, 이 시기에 뭐 하나를 이뤄내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당장 엄청 빡세게 운동을 해서 바디프로필을 찍고 그럴 힘은 없을 것 같고,,, 꾸준히 노력해서 스스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어야겠단 생각.. 은 하지만 또 집에 들어오면 나가고 싶지 않아 진다.... 밖으로 나가는 게 과제다...


우울증 선배이자 옆 집 선배는 하루에 15분이라도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사람은 그래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아마도 이 시기에 같은 기분을 느꼈던 것 같다. 아직 사회 초년생인 네가 겪기엔 너무 어려운 일을 한해에 다 겪어서, 켜켜이 쌓인 거라고, 주변에서 너는 괜찮을 거라고 말해서 혼자 눌러가며 참아왔던 것 같다고, 그렇게 말했다. 그런가 싶으면서도 지금도 누르고 있구나 싶었다.


노력해야지. 노력해서 빨리 원래의 나로 돌아갈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