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실직자의 일기: 1월 첫 번째 월요일

월요일의 강화도

친구와 둘이 급 강화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강화도에 가는 것도 가서 무엇을 할 지도 떠나기 직전에 정해졌다. 나의 유일한 백수친구가 재취업을 앞두고 있어 내 마음이 급해졌기 때문이다. 지금이 아니면 평일에 이렇게 놀아볼 수 없으니, 어디라도 빨리 꼭 다녀오고 싶었다.

차로 1시간 40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강화도 교동면에 있는 대룡시장이었다. 강아지떡, 밀크티 등이 핫하다길래 기대를 품고 갔는데 월요일은 휴무인 곳이 참 많았다^^,,

개성의 실향민들이 터를 잡은 곳이다. 이들의 삶에 대해서 추측해 보고 정보를 찾아보며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컨셉에 충실히 이북식 만두전골로 점심메뉴를 선정했다. 슴슴한 메밀 김치만두와 진한 육수의 전골이었다. 궁금해서 함께 주문한 고구마묵은 독특한 식감이었다. 쫀득 말캉한 고소한 묵이었다.

든든히 먹고 나와서 가마솥에 튀긴 감자칩과 참기름 병에 밀크티를 파는 '송화칩스'에서 커피를 마셨다. 참기름 병에 든 커피가 신기하고 맛도 좋았다! 오리지널 감자칩도 고소하고 바삭함이 만족스러웠다. 함께 챙겨주신 케찹을 뿌려 먹는 것도 별미였다.

다음으로는 바로 옆 화개정원으로 갔다. 봄여름이 훨씬 예쁘고 산책하기 좋을 것 같은 곳이었다. 잘 가꿔진 정원을 모노레일을 타고 전망대에 올라갈 수 있다. 모노레일은 생각보다 무서웠다.. 경사가 상당했기 때문에.. 전망대에서는 날이 좋은 날 이북 땅이 보인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도 보았을 건데,,,, 알아볼 턱이 없었다.


강화도는 대부분 간척지라 솟아올라있는 봉우리(?)를 제외한 땅은 다 간척지라고 보면 된다고 한다. 섬 여러 개를 이어 만든 섬, 강화도다. 끝에서 끝으로 가려면 1시간은 내달려야 하는 큰 섬인데 어떻게 땅을 만들었을까. 심지어 간척 사업은 아주 오래전(조선시대보다 훨씬 전에)부터 진행 됐다고 한다. 열심히 메꿔서 유배지로 활용했던.. 그런 슬픈 이야기..

내 친구는 '인간위키백과'로 저장되어 있다. 진짜 어떻게 아는 거지 싶게 아는 게 많은데, 궁금하면 바로 다 찾아보는 덕분인 것 같다. 조수석에 앉아 강화도에 대해 많은 정보를 찾아 말해주었다. 듣는 라디오 같고 너무 재밌었다. 이런 시간이 편안함을 준다.


무계획이었으나 바쁘디 바쁜 여행이었다.. 출발하면서 쑥뜸, 좌훈 체험을 예약했는데 40분이나 떨어진 곳이어서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친구는 여행 가서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것보다 바쁘게 움직여도 할 것이 많은 게 좋다고 했다. 그렇긴 하다 ㅎㅎ

약석원이라는 곳이다. 들어가는 순간 매캐한 쑥뜸 연기가 눈을 맵게 한다. 속옷까지 모두 탈의하고 환복 한다. 치마로 된 옷을 입고 항아리를 덮고 앉는다. 40분 정도 앉아있는데 엉덩이가 많이 뜨겁다ㅜㅜ 건강해진다니 견뎌야 한다. 누워서 배와 등도 찜질하는데 아주 편안한 동시에 뜨겁다.. 진짜로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사장님의 언제 끝나지? 싶은 따뜻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강의를 듣다 보면 끝나 있긴 하다. 지금 생각나는 것은 두 가지다. 그날 하루 종일 온몸에서 쑥 냄새가 진동한다(인간훈제가 이런 것), 또 하나는 거실 같은 공간에서 단체로 좌훈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ㅎㅎ 부모님 모시고 가면 참 좋을 이색 체험이었다!

체험을 끝내고 나오니 이미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석모미네랄스파에서 일몰을 보고 싶었는데 이미 해가 졌고, 17시까지 영업인 완전히 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러다 불쑥 삼겹살을 파는 사우나를 찾았고 배고파 죽겠던 우리는 달려갔다. 반찬까지 완벽하게 맛있는 인생 삼겹살과 피부가 다 타서 없어질 듯 뜨거운 불가마를 체험할 수 있었다. 김포 포내리 옛날불한증막 강추다..!!

삼겹살 먹고 불가마에 지지고 사우나도 하고도 온몸에서 쑥향이 났다.... 쑥향을 몰고 집에 돌아오니 밤 10시였다. 하루 종일 바쁘게 돌아다닌 덕분에 기절해 버린 밤.


사실 여행 중에 서류 탈락 메일을 3개나 받았다.

그래도 친구와 함께여서, 좋은 사람과 좋은 공간에 있어서 괜찮았다. 함께하는 시간이 참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