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실직자의 일기 : 1월 첫 번째 수요일

어린 시절

편안한 공간에 편한 사람들과 있을 때가 가장 좋다. 아주 친한 친구 부부가 집에 와서 먹고 게임하고 놀았다. 올해는 다 같이 책을 읽어 보자며 각자 책을 한 권씩 준비해 교환했다.


내가 뽑은 책은 <결국 너의 시간은 온다>라는 프로야구 감독 염경협의 책이었다. ㅇㅅㅇ..? 싶었지만 날 생각하며 산 책인데 내가 뽑았다고 했다. 내 시간이 오겠지!


내가 준비한 책은 프레드릭 베크만의 <오베라는 남자>다. 편하게 읽기도 좋지만, 내가 사랑하는 구절이 있다.

사랑하는 여자의 웃음소리를 샴페인 거품이 웃는 소리에 비유한 로맨틱한 남자. 너무 좋다 T^T 친구들도 이 문장을 찾아주길 바란다!!


내 친구와 늦게까지 얘기를 나눴다.

요즘 내가 내 시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걱정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기다린다고. 고마운 말이다. 또 내 어린 시절에 대해 얘기하며 눈물을 보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땐가.. 2학년 땐가.. 여름방학에 고추밭에서 고추 딴 얘기다 ㅋㅋ


내가 7살 때 부모님은 이혼했고, 아빠는 나와 동생을 친척집에 맡겨야만 했다. 큰집, 작은집, 고모집 돌아가며 살았다. 큰집에 살 때 한 여름에 큰엄마는 동생과 날 데리고 고추밭에 갔다. 땡볕 아래 고추를 한참 따다 한편에 자리를 잡고 앉아 흰쌀밥에 방금 딴 고추와 고추장, 김치를 해서 밥을 먹었다. 그때 먹은 밥이 인생에서 제일 맛있었다고 몇 본 얘기한 적이 있는데, 친구는 이 얘기가 제일 안쓰럽다고 했다.


그 어린애가 얼마나 힘들었을 거며, 하기 싫어도 해야 했을 그 어린 마음이 안타깝다고. 옛날에 들었을 땐 그냥 웃긴 얘기였는데, 지금은 너무 속상하고 짠한 이야기라고 했다. 우리가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과 동시에 나의 과거가 쉽지 않긴 했구나 싶었다.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했을까.

우리는 어떻게 어른이 되었을까. 앞으로 만날 아이들에게는 꼭 아름답고 사랑 많은 하루하루를 선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