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실직자의 일기: 1월 두 번째 목요일

내면의 가스라이팅

병원에 가는 날

진료 대기를 하면서 가스라이팅에 대한 책자를 봤다.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가스라이팅이 아니라, 진짜로 가스라이팅을 겪으면서 역겹다고 생각했었다. 가스라이팅인걸 알면서도 듣고 있어야 하는 현실과 나도 모르게 그 가스라이팅에 당하고 있단 걸 자각할 때면 답답하고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그때 정말 많이 했던 건 '자기 검열'이다.

내가 예민한가? 내가 못하니까 그렇지. 난 못하니까 열심히 해야지. 저 사람이 하는 말이 틀리진 않았지. 내가 좀 오버해서 나쁘게 생각하나? 등등


오늘 본 책자 마지막 페이지.

당시 내가 했던 생각이 그대로 쓰여 있었다.

"내가 예민한 걸까?"

"내가 너무 속이 좁아서 그런 걸까?"

"내가 자존감이 낮아서 저 말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걸까?"

"혹시 내가 지나치게 반응하는 걸까?"


내가 날 의심하기 시작했다면 위험 신호라고 했다.

자책이 아니라 자신을 부정하는 내면의 가스라이팅일 수 있다고.


스스로를 가스라이팅하며 나 자신을 갉아먹고 있었던 거다. 이제 와서 누굴 탓하겠냐 싶으면서도 억울하고 화가 난다. 얼마나 잘난 사람이길래 다른 사람의 인생을 이러쿵저러쿵하며 가르치는 걸까.


나는 하루라도 나보다 더 산 사람들에 대해 배울 점이 있고, 이유가 있는 선택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경험을 존중한다. 다만, 그것도 사람 나름이다. 본인이 다 맞고, 그걸 강요하고, 주변을 살피지 못하는 사람은 어른으로 쳐주지 않는다.


그 가스라이팅 감옥에서 자의든 타의든 나온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상담에 들어갔다.

약을 먹더라도 바깥 생활을 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더욱 노력해서 빨리 회복해야겠다고 또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