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실직자의 일기:1월 세 번째 목요일

모르는 사람이 찾아준 내 브런치의 의미

ㅂ타의다.

친구의 북바에서 진행되는 시인의 출간 기념 북토크에 스텝(?)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인생 첫 북토크였다.


유난히도 추운 한 주였다. 한파이니 외출을 자제하라는 재난문자가 연일 쏟아지고 있었지만 작가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러, 그와 대화하러 많은 사람들이 추위를 뚫고 모였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저들이 가진 열정은 어떤 걸까.


북토크는 책 내용을 가지고 참석자들과 대화를 하는 건가? 했는데, 사회자가 준비한 질문 중심의 인터뷰로 진행되었다. 책의 내용, 구절에 담긴 스토리와 의미를 작가에게 직접 들어보는 시간이었다. 2부에서는 참석자들이 미리 남긴 질문에 작가가 응답하고 대화하는 시간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시를 왜 쓰냐고 묻는다면, 왜 사냐고 묻는 것과 같다. 나는 그냥 써야지만 살 수 있다"였다. 작가는 자신의 상황과 아픔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서 글을 썼다고 했다. 그렇게 글은 그녀의 도피처였고, 이제는 완전한 삶이 되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삶도 그러한가 보다.


생각해 보니,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내 마음, 생각을 어디에 말할 수 없어서였다. 처음부터 내 속마음을 이 글에 쏟아내기 쉽지 않았지만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

정신과 상담을 추천한 선배는 '너는 속 마음을 잘 꺼내놓지 않는다'며 병원에 가서 좀 시원하게 얘기해 보라고 했다. (여전히 주저리주저리 내 속마음을 얘기하는 건 못하지만 약의 도움은 확실히 받고 있다) 그만큼 내 얘기를 속시원히 하지 못한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아주 솔직하지 못했다. 속마음을 얘기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도 최근엔 제법 내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 (약간 배설..일지도)


글이 30개 이상 쌓였을 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고 주변에 말해볼까 생각했지만 곧 접었다. 지인이 내 글을 보고 있다면 솔직하게 쓰기란 불가능할 것 같아서. 그래서 내가 글을 쓰고 있단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 남편도..ㅎ


브런치 글쓰기는 그냥 나만의 취미 같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참가한 북토크에서 의미를 주었다. 나의 도피처라고. 앞으로도 조용히 혼자 잘 쏟아내고 빠져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