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실직자의 일기:1월 세 번째 금요일

'쉼'의 진정한 의미

우울증 약을 먹지 않았다. 처방받은 뒤 처음으로 건너뛴 날이다.


결론은 아무렇지 않았다. 혼자 걱정되어 콩닥콩닥 불안한 느낌을 받은 것뿐(의사 선생님이 약의 영향은 아닐 거라고 하셨다)


약을 건너뛴 이유는 자다가 타이밍을 놓쳐서다. 새벽에 독서교육을 다녀온 뒤 내리 자버렸다. 10시 병원 예약을 3시로 미루고, 필라테스 수업은 취소 타이밍을 놓쳐서 날려버렸다.


말 그대로 엉망진창인 하루였다. 그런데 괜찮았다. 원래의 나였다면 자책하며 부끄러웠을 일인데, '뭐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겼다. 약을 복용하고 있는 덕분일까, 지금의 내가 많이 안정된 걸까 생각했다.


어찌 됐든, 지금 쉬어가는 이 시간이 나에게 긍정적인 것 같다. 나에게 좀 더 유해졌다고 할까? 너그러워진 것 같다고 느낀다.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고, 자고 싶으면 자도 되고.. 원초적이긴 하지만 그동안의 나는 나에게 좀 가혹하지 않았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력감에 휩싸여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 미워했다. 무의미하게, 비생산적인 시간을 보내는 내 자신이 너무 하찮다고 생각했다. 지금 글을 쓰면서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니 하찮긴 하다..;


지금의 나는 이대로도 괜찮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사람에게 '쉼'이 왜 필요한지 진정으로 느낀 시간. 참 감사하고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