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맞냐고요 <용의자 X의 헌신>
20년 전인 2006년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을 이제야 읽었다.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추리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선, 책을 끝까지 읽어야 범인이 밝혀지는데 보통 추리소설은 분량이 꽤 많아서 한 번에 읽기 너무 힘들다. 또 읽는 내내 머리를 복잡하게 써야 하는데 그 복잡함이 싫었다.
이런 내가 이 책을 샀다. 친구가 친구들과 함께한 오픈한 북바에서 꼭 한 권을 구매하고 싶었고, 이 책은 내 친구의 추천작이었다. 그리고 남편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일 거라는 판단이 들어서. 사실 지난해 여름에 샀는데, 이제 펼쳐봤다. 추리소설은 정말 쉽게 시작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 인지, <용의자 X의 헌신>은 사건의 진상을 먼저 공개하고 시작한다. 누가 어떻게 살인을 했고, 어떤 관계인지, 왜 살인을 했는지 까지! (그럼에도 초반 사건에 너무 몰입되어 힘든 나머지 3일 정도 쉬다 다시 읽었다는 후문..)
3일 만에 다 읽어버렸다. 마지막 30쪽 정도를 남겨 두고 일이 생겨 잠시 나가야 했는데, 밖에 있는 내내 빨리 집에 가서 읽고 싶단 생각만 했다.
다 읽고 책을 덮었을 땐 마음이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 이렇게 슬픈 책이라고 친구도,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는데...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 세상에 이런 사랑이 또 있을까!
주인공 이시가미는 참 기구한 천재다. 그의 가치관과 사고, 삶의 방식을 들여다보면 참 단순한 듯 미묘하게 복잡하고, 알듯 말듯한 인물이다. 천재라는 사실은 확실하지만 말이다. 그런 그가 세상을 짊어지고 순수함을 활용해 악이 된다. 아무도 행복할 수 없는 내일을 만든다. 마지막 포효는 내 귀에 들리는 것만 같았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저릿한 심장을 부여잡고 가시지 않는 여운을 품고 한참 생각했다. 그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뭐라고 형용할 수 있을까. 나는 영원히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 아파해 주기로 했다.
여느 추리소설과 너무 다른 구성, 전개가 1차 매력이라면, 책을 다 읽고 느낄 수 있는 감정은 1239450차 매력까지 채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