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초보운전자
도대체 서울 아파트들은 가격대비 주차장이 너무 구린 거 아니냐고요. 주차장 입구는 차 궁둥이 사이즈에 꼭 맞아 기어들어 갔다, 기어 나와야 하잖아요. 주차장 자리도 없어! 각만 나왔다 하면 1cm 여유를 주고 빈 공간에 주차해 버리는 고수도 많아요. 서울에서 초보운전은 민폐라고 하지 마세요. 진짜 나도 잘하고 싶은데 너무 어렵잖아요!!!!라고 화를 내는 이유는 네, 긁었습니다.
왼쪽은 기둥, 오른쪽은 SUV, 앞은 가로로 놓인 세단에 갇혀 앞뒤로 오백번 정도 움직이다가 결국 SUV의 모서리에 닿아 버렸다. 그 차에 (보이지 않는 아래쪽에 아주 살짝) 흠집이 나버렸다.. 내 차는 멋지게 스크래치 한 움큼 그어줬고요.. 그나마 내 차 상처가 더 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당황해서 남편을 불렀고, 차주 분께 전화를 드렸다. 이른 아침 얼마나 불쾌하실까 싶어 죄송하기만 하고... 오시자 마자 (마음만은) 도게자로 사죄드렸다. 살펴보시더니 쿨하게 "괜찮은 것 같은데요?"라고 하시고 정말 괜찮다며 떠나셨다. 멋지다. 대인배.. 이런 대인배가 또 없다. 아침부터 기분이 많이 나쁘셨을 텐데 어쩜 저렇게 인자하실까 ㅠ^ㅠ
놀란 마음 쓸어 담고 독서교육에 갔다. 당연히 늦었다. 늦는 거 딱 싫어하는데 자기혐오 생기게 만들었다. 또다시 도게자를 박고 시간을 다 채우고 나왔다 후
매일 차를 끌고 나가는 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신경 쓸게 많다. 주차할 곳이 없어서 뺑뺑이 돌다 독서교육에 늦고, 급해서 대충 세워놨다가 아저씨한테 혼꾸멍나고, 정말! 날씨 풀리면 따릉이로 댕겨야겠다...
운전이 익숙해지면 그때부터 조심해야 한다는데, 요즘의 내 얘기인가 보다. 그래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뜨는 해를 보며 잔잔한 노래 듣는 여유로운 시간이 참 마음에 든다. 출근하는 사람들과 반대로, 연어처럼 거스르는 기분이 나쁘지 않고 하루를 차분하게 만든다. 다만, 긁거나 욕을 먹지 않았을 때만..
기가 안 죽었다면 거짓말이지만, 계속 도전해야지. 부딪혀 봐야지 뭐. 나도 주차 고수가 될지 어떻게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