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물랑루즈>
화려하다. 아름답다. 애처롭다.
정도로 표현이 될까. 뮤지컬 <물랑루즈>
극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붉고 반짝이는 무대에 압도된다. 양쪽 벽에는 커다란 코끼리와 풍차가 걸려있다. 온통 붉은색인데, 그냥 붉은색이 아니라 정열이라는 단어를 색으로 만들어 낸 듯이 붉다.
공연 시작 전 프리쇼부터 엄청난 것들이 나올 거란 예감이 들었다. 몸짓, 손끝 하나 그냥 움직이는 법이 없었다. 프리쇼가 끝나고 본 공연이 시작되자 순식간에 홀려버렸다. 화려한 복장, 메이크업을 한 배우들이 나와 신나게 노래하고 춤을 췄다. 온 무대를 누비는 동선에 침을 흘리며 황홀하게 볼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내 뒤에 사람이 눈요기 잘했다는 표현을 썼다. 완전 공감이다. 잠시도 시선을 뗄 수 없이 화려했다.
크리스티안은 홍광호, 사틴은 김지우 배우가 연기했다.
어쩜 연기며, 노래며 그렇게 할 수 있는지. 경이롭다고 생각했다. 저 작은 체구에서 저런 울림이 나올 수 있구나. 두 배우다 엄청났다.
무대를 사랑하는 사틴과 그녀를 사랑하는 크리스티안. 이들의 애절한 사랑과 가슴 아픈 서사. 마지막까지 놓지 않는 두 손. 진심으로 세상에 이런 사랑이 있을까.
주변에서 갑자기 코를 훌쩍여서 설마 했는데, 울고 있는 거였다! 눈물이 날 정도는 아니었는데..라고 생각하며 감정이 너무 메말라 버렸다고 느꼈다... 인간미를 좀 되찾아야겠다....(용의자 X의 헌신이 훨씬 슬펐다고요ㅠㅠ)
공연을 보기 전 '툴루드 로트렉'이란 화가에 대해 알아보고 가라는 조언을 듣고, 그의 서사에 대해 대략 알아보고 갔다. <물랑루즈에서>라는 작품을 그린 작가로, 사회적 약자들의 해방촌 물랑루즈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그 또한 왜소증을 앓고 있는, 사회에서 소외된 탓이었다고 한다. 고흐의 초상화로도 유명한데, 극 중 고흐가 즐겨마신 술로 유명한 압생트가 나오기도 한다. 섬세하고 부드럽게 많은 요소를 녹여 내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매일 고요한 저녁을 보내다 찾아온 상당한 화려함에 혼미하기까지 했던 공연. 기분 좋게 취한 느낌과 여운이 오래도록 남아있다. 리메이크한 넘버가 많아서 듣는 즐거움이 있었고, 그냥 넘버 자체가 많아서 절대 지루할 틈이 없다. 참 지하철을 뚫고, 감기를 뚫고 보러 가길 너무 잘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