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백수의 일기: 1월 마지막 주말

조용하고 나른하게

친구랑 둘이 온천에 가기로 했다.

인제에 있는 '필례온천' 물이 좋기로 유명한 곳으로 근처에 숙소를 잡고 떠났다.


친구 집에서 친구를 픽업하고 순식간에 도심을 벗어났다. 홍천에서 유명한 '양지말 화로구이'라는 곳에 점심을 먹으러 들어갔다. 생각보다 자극적이지 않고 맛있었다. 어렸을 때 홍천에서 먹은 화로구이가 너무 맛이 없어서 반신반의했는데 유명한 집은 다 이유가 있다. 더덕구이도 신선하고 쫄깃한 게 일품이었다. 모든 반찬과 고기 양념은 여러 야채를 갈아 손수 만들었다. 감칠맛이라고 할까, 독특한 식감과 맛이 입맛을 돋웠다.

해가 빨리 지는 한겨울이라 곧장 인제로 향했다.

'필례온천' 주장으로는 세계에서 2번째로 게르마늄 함량이 높은 온천이라고 한다. 물이 정말로 부드럽고 몸이 미끈해지긴 했다! 조그마한 공간에 탕은 딱 2개, 메인인 노천탕까지 총 3개의 탕만 있다. 씻는 공간은 샤워기 6대, 좌식 6개 정도가 다였다. 노천탕은 10명 남짓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고, 날이 많이 추운 탓에 보온재 뽁뽁이가 덮여있다. 물이 뜨겁지 않았지만, 목만 내놓고 바라보는 설산 풍경이 예술이었다. 다만, 노천탕이든 씻는 곳이든 눈치싸움을 해야만 했다!

개운하게 씻고 나왔더니 해가 져 있었다. 숙소는 차로 10분 정도 거리였는데 주변에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식당도 편의점도... 당황스러웠다. 편의점에 들렀다 숙소로 가려면 30분을 돌아가야 했다. 당황해서 일단 숙소로 가보자! 하고 나서는 길에 온천 바로 옆 식당에 간이 편의점이 있는 걸 보았다. 간단한 물, 과자, 라면등을 팔았고 치킨은 포장이 됐다. 온천 앞 공터를 캠핑장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캠퍼들을 위한 간단한 물품과 요기를 파는 곳이었다. 필요한 것들을 사고, 치킨을 포장해서 숙소로 출발했다! 가로등 하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이 펼쳐져 좀 무서웠다. 숙소 역시 불 하나 안 켜진 건물이 산을 등지고 덩그러니 있었다..

딱 있을 것만 있는, 시골 숙소였다. 다행히 넷플릭스가 나왔고 온돌이 지글지글 끓어서 아늑함은 있었다는 것!

우리는 치킨을 먹고 누워 넷플릭스를 즐겼다. 요즘 핫하다는 '솔로지옥'을 내리 5편이나 봤다. 빌런에 대해 분노하며 도파민 터지는 밤을 보냈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잔 덕에 몸이 뻐근하고 허리가 아팠지만, 나름 잘 자고 일어나 정리하고 나섰다. 밝을 때 본 숙소는 무슨 산속 수련회장 같은 비주얼이었다.


곧장 두부요리 전문점 '고향집'으로 갔다. '콩콩팥팥'에 나온 집으로 인기가 많은 것 같았다. 두부구이와 비지찌개를 먹었는데, 왜 인기가 많은지 알겠더라. 손두부를 들기름에 직접 구워 바로 먹으면 너무 고소하고 부드러워 기분이 좋아졌다. 청국장 베이스의 비지찌개도 속이 편안하고 간이 적당해 자꾸 손이 가는 맛이었다. 반찬도 다 너무 맛있었다. 친구는 더덕막걸리를 시켰는데,, 자그마치 2L짜리 통에 담긴 막걸리였다.. 집에 싸갔다^^...

참 정갈하고 편안한 한 끼 잘 먹었다며 만족했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너무 많지도 않았고 차도 많지 않아 좋았다. 다 먹고 나와서 서울로 출발했다. 오는 길에 홍천 쪽에 봐둔 카페에 들렀다. 써라운드 슬로우라는 산골 깊숙이 있는 카페인데, 분위기와 풍경이 차분하고 예뻤다. 커피 한잔에 만원이었지만, 커피도 휘낭시에도 맛이 참 좋았다. 잠시 앉아 풍경도 보고 수다도 떨며 1시간 정도 쉬었다.

오후 1시 반쯤 다시 출발했다. 친구 집까지 1시간 남짓 걸렸는데 내내 수다를 떨었다. 둘 다 작년에 결혼해 처음 겪는 상황과 환경에 대해 늘어놓았고, 대부분 서로에게 공감하며 떠들었다. 잠시도 쉬지 않고 떠들다 보니 친구 집에 도착했다. 친구와 헤어지고 혼자 노래를 들으면 1시간 반 정도를 더 달렸다. 노곤해진 몸과 기분 좋은 배부름을 앉고 여유롭게 한강을 달리니, 기분이 좋았다. 짧지만 쉼이 가득한 주말이라 참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