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백수의 일기:2월 첫 번째 화요일

도시락

함께 살면서부터 남편의 아침 도시락을 꼭 챙기려 한다.

물론 못 챙기는 날도 있지만 1년 넘게 거의 매일 챙겨준다. 커피 한잔과 함께.


남편이 부탁한 것도 아니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나는 그가 든든히 먹고 하루를 잘 지내길 바라며 아침 일찍 일어나 거나, 전날 밤에 미리 준비하곤 한다.


요즘은 새벽 6시 전에 집에서 나선다. 일부러 좀 더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그의 가방에 넣어두고, 유산균과 물을 떠서 준비해 놓고 나간다. 그러나 직접 챙겨주고 출근길을 배웅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


문뜩 이런 게 사랑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의 하루가 든든하고 안녕하길 바라는 마음이. 내 식사보다 그의 식사를 더 신경 쓰는 마음이. 챙겨 주고도 더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함이. 보고 싶다가 돌아오면 매일매일 반가운 마음이. 새삼스레 사랑하는구나 싶다.


백수라, 우울증이라 한탄하고 자책하던 시간을 잘 견뎌낸 것도 이 사람이 주는 안정감과 따뜻함 덕분이다. 이런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다. 좀 더 단단히, 더 건강하려 이런 상황들을 겪고 있는 걸 거란 확신이 든다. 우리에게 더 밝은 미래가 오려고, 어떤 어려움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훈련하는 중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살아가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