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실직자의 일기 : 2월 첫 번째 목요일

단약 빠꾸

2주 만에 병원에 가는 날.

생각이 많았다. 어쩐 일인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어땠냐고 물어보시면 괜찮다고 해야 할까? 내가 정말 괜찮은 걸까? 괜찮아진 거 같긴 한데 단약 하고 싶다고 말해야 할까. 아니야. 좀 건방져 보일 수 있으니 약을 좀 줄여보고 싶다고 조심스레 꺼내볼까? 흠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진료실에 들어갔다.


오랜만에 본 의사 선생님 얼굴을 보며 생긋 웃었다. 밝게 인사하고 잘 지낸다. 기분이 다운되지 않는데 약기운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활동적으로 지내며 나아지고 있다고 느낀다며 조잘조잘 떠들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약을 슬슬 줄여볼 수 있을까요..? 하며 말을 꺼냈다.


돌아온 대답은 "아직은 안 돼요"였다. 약을 복용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섣부르게 약을 줄일 수는 없다고 하셨다. 좀 더 지켜보고 약효를 보고 결정하자며...! 역시 마음대로 되는 약도, 병도 아니었다. 솔직히 한편으로는 안심했다. 약을 안 먹어도 내가 정말 괜찮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던 것 같다. 나도 날 잘 모른다. 아직도.


그래서 또 2주간 정량의 약을 복용하기로 했다. 잘 먹고 건강하게 보낸 다음 준비된 몸과 마음으로 가서 말씀드려야겠다. 혼자 설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