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반째 백수의 일기 : 2월 첫 번째 금요일

박완서 작가의 품격

얼마 전 도서관에서 빌려 온 박완서 작가의 <아주 오래된 농담>을 읽었다.


박완서 작가를 알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책을 읽은 건 처음이었다. 이 책만으로 느낀 박완서는 아주 많이 배운 사람, 지식의 양이 방대해 보고 느끼는 것 또한 남다른 사람. 직접 겪지 않은 아픔도 느낄 수 있는 사람. 보이지 않는 마음도 읽는 사람.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돈과 권력의 뒷면, 그 고지식하고 딱딱한 시대상을 영빈이란 인물을 중심으로 관계된 인물들의 눈, 속마음, 말로 풀어낸다. 생생하게 내가 그곳에서 보고 있는 것 마냥.


더욱 인상 깊었던 건 그녀가 쓰는 표현들이다. 이런 말이 있어? 라며 몇 번을 멈칫했는지 모른다. 쉬운 말로, 외국어로, 짧고 간편하게 말하면서 요즈음엔 보기도, 듣기도 어려운 표현이 등장한다. 문장의 맥락으로 무슨 표현인 지 짐작은 간다. 하지만 생전 처음 들어보는 표현이니 인터넷에 검색을 해야 했다. 처음으로 글에서 품격이 느껴졌다.


기자 생활을 시작하고서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나 한자어는 지양하라고 배웠다. 초등학생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쓰라며 훈련받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쓰는 단어, 표현도 한정적이 되었던 것 같다. 조금 부끄러워졌다. 내가 쓴 어떤 글에서라도 품격이란 것이 느껴진 적이 있을까.


박완서 작가의 책을 더 읽어보며 그녀의 지식을 훔쳐봐야겠다고 다짐했다. 품격을 베껴 봐야지. 여기서 말하는 품격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부잣집 귀한 딸에게 느껴지는 품격이 아니다. 동네 도서관에서 우연히 말을 섞은 어른에게서 느껴지는 연륜과 인자함 뭐 그런 품격 같은 거다.


그녀의 단어를 메모장에 정리하고, 의미를 적어보고, 내 일상에 쓰는 노력을 먼저 해볼 참이다. 그리고 한국 작가들의 책을 보다 많이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