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백수의 일기 : 2월 세 번째 금요일

줌밍아웃

남편의 생일 기념 근교에 놀러 가기로 한 날.

남편 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로 데리러 갔다. 멀리서 손을 흔들며 뛰어오는 모습이 강아지 같았다!


미세먼지가 잔뜩 꼈지만, 날이 포근했다.

먼저 숙소에 짐을 풀고 근처 식당에 밥을 먹으러 나가기로 했다. 짐을 푸는데 새삼 부부라는 사실이 실감 났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물론, 그가 필요한 사소한 것들도 모두 내가 묻지도 않고 챙겨 왔다. 속옷, 옷 등은 물론 먹고 있는 약까지. 남편도 본인 물건을 챙겨 왔는지 묻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챙겨 와 달라 부탁한 적 없지만 당연히 챙겼을 거라 확신하며 달라는 의미였다.


전에는 느껴본 적 없는 새로운 기분이었다.

연애 5년, 함께 살지 않을 땐 여행을 가면 각자의 물건은 각자 챙겨 왔다. 가끔 세면도구나 로션 등을 공유한다면 그건 빌려 주는 것이었다. 잠옷, 속옷은 서로 챙겨줄 일이 없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뭔가 다르게 느껴졌다. 내가 이 사람과 한 살림을 꾸리고 있구나라는 걸 확인받는 느낌이랄까. 진짜 부부가 된 기분이 묘했다. 긍정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소속감과 안정감 그리고 책임감이 느껴졌다.


이젠 둘이 있는 게 제일 편안하고 익숙하다. 남편이 옆에 없으면 잠도 잘 못 잔다.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다. 스스로 유부녀라는 것을 받아들였고, 가정은 지켜야 하는 존재로 다가왔다. 의식하지 못했을 뿐 나는 많이 달라졌다.


아주아주 새삼스럽지만

갑자기 깨달아 버린 '줌밍아웃'일지도 모른다.

이왕이면 귀여운 아줌마로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