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여행, 마지막일지 모르는
20년 지기 친구들과 여행을 갔다.
매달 꼬박꼬박 모아 온 돈으로, 겨우 시간을 맞춰 예약해 뒀던 건데 어느새 벌써 떠날 날이 왔다.
지난해 11월 친구 결혼식을 마지막으로 한 번도 다 함께 만나지 못했다. 6명이 모두 모인 건 거의 3달 만이었는데 공항에서 마주한 친구들은 어제 본 것만큼이나 익숙하고 여전했다.
6명의 취향은 정말 가지각색이다. 성향도 성격도, 외모도 너무너무 다른데 어떻게 이렇게 오래 함께 놀 수 있는 걸까? 어렸을 땐 우당탕탕 싸우기도 정말 많이 싸웠는데, 이젠 다들 어른이 됐다고 싸우지도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하고 넘기는 것 같긴 하다. 연륜이란 이런걸까.
아직도 학창 시절 얘기를 하면서 꺄르르 꺄르르 웃는 모습이 학교 다닐 때랑 똑같았다. 대화 내용도 그다지 어른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멍멍이 소리가 많았고, 서로를 놀려대며 킥킥 거리는 것이 대화의 70%를 차지했다.
하지만 더 이상 돈을 모으지 않기로 했다. 아이를 준비하는 친구들도 있고 각자의 삶이 바빠진 만큼 모여 놀 때나, 여행을 갈 때 그때그때 비용을 걷기로 했다. 솔직히 친구들은 돈을 계속 모으자고 할 줄 알았는데, 만장일치로 모으지 않기로 해 좀 놀랐다. 모두 같은 생각이었구나.
너무 즐겁고 재미있었다. 늦은 밤 수영장에서 물장구치며 떠들고 밤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참 평화로웠다. 워터파크 놀이기구를 타며 꺅꺅 소리를 질러 댈 땐 중학생 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한편으론 조금 씁쓸했다. 이런 시간이 또 오지 않을 것 같아서. 과연 6명이 다 함께 어린 시절처럼 꺄르르 웃으며 여행할 수 있을까.
매달 회비를 모으는 것은 단순히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만나야 하는 이유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했다. 다 함께 모은 회비를 써야 한다는 이유로, 각자의 삶을 잘 살다, 어린 시절로 다 함께 돌아갈 수 있게 만드는 장치였다.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다. 그리고 나도 이 장치를 포기했다.
매번 6명 중에 몇 명이 이끌고 희생해야 다 함께 만날 수 있었다. 바로 내 역할이다. 그리고 나는 조금 지쳤다. 내가 이렇게 까지 배려하고 희생해서 끌고 갈 만큼 나에게 행복인가, 친구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등 생각이 꼬리를 물 때면 서운함을 넘어 미워질 때도 있다. 그래서 그냥 포기하기로 했고 앞으로도 나대지(?) 않을 생각이다.
만나야 할 이유가 사라졌고, 누군가 먼저 약속을 잡고 의견을 정리하지 않는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될까? 멀어지진 않겠지만, 지금처럼 끈끈하지 못할 것 같다. 마음의 준비를 하며 이번 여행을 오래 천천히 음미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