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망설이는가
기자로 복귀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내가 걱정되어 전화해 준 선배의 마음이 참 따뜻하고 고마웠다. 다만, 선뜻 그러겠다고 대답하지 못했다. 감사하다. 생각해 보겠다고만 답하고 통화를 마쳤다.
왜 망설이는지에 대해 생각해 봤다.
직업 자체는 참 좋다. 정보를 정리해 세상에 전달하는 멋진 직업이고, 명예라면 명예도 있는 그런 일이다. 나에게는 아니지만. 내 무의식인지, 의식인지 아무튼 나에게 기자는 절레절레 고개를 젓게 만드는 직업이다.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높은 확률로 인간성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모인 곳 같달까... 그 세계를 직접 겪어본 입장으로 다시 내 발로 그곳에 들어간다는 것에 거부감이 느껴진다.
그땐 어려서, 사회 초년생이라서 거절하지 못하고 끌려다닌 탓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내가 거부했다면 됐을 일이고, 지금 다시 돌아간다면 완강히 거부하면 될 일이지!라고도 생각해 봤다. 우선, 난 또 완강히 거부하지 못할 테고 더 중요한 건 결국은 그 세계는 여전할 거라고 나 자신이 확신하고 있다는 거다. 거부하고 말고, 그 자체가 잘못됐다는 인식이 없는 곳에 내가 혼자 또 아등바등하며 버텨낼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취재원과 관계를 원활히 하려면 술 좀 마시고 친해지고 해야지~" 밤낮 가리지 않고 술을 들이붓던 그때. 외부 미팅이 없는 날엔 내부 상사들과 술을 마셔야 했다. 그리고 술자리에선 어김없이 사건, 사고가 터진다.
아직도 나는 몇몇 장면이 지워지지 않아 괴로울 때가 있다. 술 처먹고 만져대는 아저씨들. 그때 나는 왜 피하지 못했지, 왜 신고하지 않았지, 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지라는 자책으로 이어진다. 누구에게 말하지 못하고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 기자를 그만두는 것으로 고통에서 벗어날 줄 알았는데 10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도 그날들이 계속 생각난다.
20대 중반의 나는 열정 넘치고, 잘하려 애쓰는 그냥 열심히 하는 사회 초년생이었다. 그런 일도 다 견디고 침묵하는 것이 사회생활을 잘하는 건 줄 알았다. 결과는 내가 도망쳤고,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데.
그리고 우울증이 찾아온 것도 그때부터 쌓였던 응어리가 터진 게 아닐까 싶다. 회사, 사람들에게 연달아 배신감을 느끼며 세상에 대한 혐오가 다시 올라왔고 꾹꾹 눌러뒀던 상처까지 덧나며 날 옥죄고 있는 게 아닐까. 어떻게 이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을지 또 숙제가 하나 떨어진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