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 그 닳고.. 닳은 거...
<왕과 사는 남자>를 보았다.
내 기대치를 낮추지도 높이지도 않고 보고 싶었기에 아무런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 갔다. 본 거라고는 유병재 SNS에 올라온 눈물 셀카와 '단종... 그 닳고 닳은 거...'라는 캡션뿐(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이 글에도 영화내용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지 않을 거다. 그냥 영화를 보며 내가 했던 생각을 나열해 볼까 한다.
단종의 죽음, 썰이 많은 그의 죽음을 여러 방면으로 해석해 보다 이런 이야기에 닿게 된 걸까. 모르는 이 없는 기구한 삶의 주인공. 그 어린 왕이 굳건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보게 한다.
박지훈 배우의 반짝이는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나는 잘 모르는 배우인데 연기를 너무 잘한다는 평을 듣긴 했었다. 뭔가에 빙의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단종 그 자체였다. 그 내로라하는 베테랑 배우들 속에서 존재감이 엄청났다.
또 한 번 유해진 배우의 연기력에 감탄했으며, 유지태 배우는 역할을 위해 살을 찌운 듯하다. 온몸으로 연기한다는 느낌을 줬다. 새삼 이준혁 배우 정말 잘 생겼다. 전미도 배우 역시 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훌륭했다. 다만 안재홍 배우의 연기는 나에겐 너무 익숙하고, 또 이런 역할이구나 싶게 어딘가 아쉬웠다. 그래도 장항준 감독의 의도를 모든 배우가 잔잔히 잘 녹여냈으며, 연출, 음악 뭐 하나 걸리는 것 없이 순식간에 영화가 끝이 났다.
언제나 마음 아픈 이야기 다 만, 조금 더 저릿하게 다가오는 영화다. 극 중 단종이 여러 번 호탕하게 웃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냥 여느 10대 남자아이의 웃음, 티 없이 해맑게 웃는 순간들이 지나고 또다시 지옥으로 끌려간다. 그 어린 마음이 무슨 생각으로 어찌 살 수 있었을까. 내 10대는 철부지 그 자체였고, 30대인 지금도 세상이 어려운데... 단종은 어찌 버텼을까.
그럼에도 나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분명 혼자 있었다면 줄줄 눈물 콧물 쏟았을 것 같다. 혼자가 아니었기에 울지 못했다. 언제부터인가 옆에 사람이 있으면 아무리 슬퍼도 울 수가 없다. 왜 이렇게 감정 표현이 어려워졌는지, 나이를 먹은 탓일지, 나의 감정선에 문제가 있는지. 아무튼 마음으로 오열했다는 이야기...
단종 그 닳고 닳은 거... 그래도 보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