꼽다
이번 주는 우울증 약 먹는 걸 깜빡했다. 그래서 제 시간보다 3-4시간씩 늦게 먹었다. 비타민은 챙겨 먹으면서 약을 잊었다는 건 이제 약 없이도 괜찮은 것 아닐까?
하지만 여전히 울컥울컥 올라오는 우울감에 휩싸인다. 또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지하까지 내려갔다 겨우 수면 위로 올라온다.
문뜩문뜩 별 뜻 없이 한 다른 사람들의 말이 생각나는데, 제법 괴롭다. "요즘 너의 삶이 제일 부럽다", "(농담조의) 공황 올 뻔했다", "속 편하다" 등 정말 별 의미 없이 그냥 툭 던진 말인데, 왜 이렇게 불편한지. 게다가 불편해하는 나 자신이 미워 더욱 속상하다.
'공황은 겪어 본 적도 없으면서, 우울증이 어떤 건지도 모르면서 말 함부로 하네' 이런 미운 마음만 자꾸 커져서 더 우울하다. 나도 내가 우스워서 누구에게 이런 속마음을 꺼내 놓을 수가 없다. 왜 이렇게 속 좁고 못난 건지.
언제쯤 다시 단단해질 수 있는 걸까. 노력한다고 노력하는데 달라지고 있는 걸까. 이렇게 못난 나라도 내 세상은 다시 웃으며 날 반겨줄까. 꽈배기 마냥 꼬인 이 속을 누가 알아차릴까 두려워 자꾸만 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