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배설 그리고 의지
남편에게 전날 밤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남편과는 지금 내 상태를 공유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야기를 꺼냈다.
전혀 심각하지 않은 표정과 말투로 그냥 꿈 이야기를 하듯 얘기했는데 남편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정말 괜찮은 거 맞는지, 나아지고 있는지, 어떤 부분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등등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조용히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이럴 것 같아서, 이렇게 심각해질 것 같아서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 지나면 아무것도 아닐 일을 괜히 말해서 상대방까지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는 것이 싫다. 혼자 조용히 넘기면 될 일인 것을.
아차 싶어 농담을 던지며 웃어넘겼다. "아니 근데 진짜 아무렇지도 않다니까? 그냥 개꿈 꾼걸 수도 있지 뭐~"하며, 그전에 나와 똑같다고. 나아진 것도 맞다고.
얼마 전에 했던 직업심리검사에서 독립성이 매우 높게 나왔다. 상담사 선생님은 놀라며 "오, 남편이 있으신데도 독립성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보통의 기혼자들은 독립성이 좀 낮은가..? 내가 남편에게 의지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내 원래 성격이 이런 걸까. 생각이 많아져 상담실을 나왔다.
사실 그래서 꿈 이야기를 남편에게 한 것 같다. 기대 보려고, 늘 그 자리에 단단히 서 있는 어깨에 기대 보려. 하지만 그의 반응을 보는 순간 다시 생각이 바뀌었다. 그냥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지가 된다. 넘친다. 나의 모든 걸 그에게 쏟아낼 필요는 없다.
나의 배설은 이렇게 일기장에 남기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읽어 주는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죄송하지만 배설이란 표현 말고 쓸 수 없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하루하루가 너무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