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백수의 일기: 3월 네 번째 월요일

현모양처 중에 양심 있는 처 되기

김밥 11줄을 싸려 6시에 일어났다.

여행을 위해 일주일이나 휴가를 쓰는 남편이 회사에서 덜 눈치보길 바라며 호기롭게 준비한 나름의 이벤트.

결론부터 말하면 남편은 이런 쑥스러운 건 좋아하지 않는 듯하다..^^...

제철 냉이로 향긋한 김밥을 만들고 싶었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냉이는 비닐에 뭉쳐 들어 있는 것이 신선해 보이지 않았다. 굳이 사지 않고 집 옆 농협마트에서 신선한 애들로 구매했다. 3000원어치 샀는데 김밥 20줄은 싸야 될 만큼의 양이다.

적당히 덜어 깨끗이 물로 씻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쳤다.

한 김 식혀 물기를 꼭 짜, 잘게 썰어준다.

소금과 참기름에 무쳐, 밥과 잘 섞어줬다.

김밥용 스팸을 팔더라.

가공육을 안 먹는 지라 몰랐는데 유튜브의 세계는 넓고 좋다. 간편한 스팸을 사서 사면을 골고루 구워줬다.

구운 스팸을 옆으로 빼놓고 계란을 푼다.

계란은 얇고 넓게 펴 스팸 한 줄과 함께 말아줬다.

11번 반복했더니 크레이프 집에 취직한 기분이었다.

이제 김을 깔고 냉이 섞은 밥을 얇고 넓게 올렸다.

밥 위에 계란으로 감싼 스팸 한 줄 넣고 말아 주면 끝이다.

간단하지만 은근 손이 많이 갔다.

냉이 향이 살아있을지는 의문이다. 참기름 향만 나는 것 같은데... 가공육을 안 먹어서 맛은 볼 수 없다^^...

생각보다 작아서 당황스러웠다.

계란을 넉넉히 해서 두껍게 말았으면 좋으련만,,

집을 오래 비우려니 있는 계란 털어 쓰기 바빠 좀 빈약해졌다...

살짝 민망했지만, 어쩌겠는가.. 초보 주부의 한계인 것을..

들어간 재료가 맛없없(맛이 없으래야 없을 수 없는) 조합이기에 믿어보기로 했다.

전날 사온 도시락 통은 왜 또 이렇게 큰 건지..

어찌 저찌 시간 안에 다 담았다. 남편 동료들의 반응은 알 수 없으니 더욱 초조하다. 혼자 괜히 오버했나 싶기도 하고... 잘하지도 못하는 거 가만히나 있을 걸 그랬나..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 남편의 마음이 좀 편해질 수 있다면 괜찮다. (편해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현모는 모르겠고, 양처는 해냈다! =양심 있는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