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두커 기글팟 (Mollydooker Gigglepot) 2022
아이가 왔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작고 소중한 생명이었습니다. 딸의 탄생을 기념하고, 매해 생일마다 가족이 나눌 기념 와인을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가족이란 단순히 피를 나누거나, 같은 지붕 아래에 있다고 완성되지 않습니다. 함께 밥 먹고, 시간을 쌓으며, 그들만의 작은 의식을 치뤄가면서 비로소 가족으로 성장하는 법 입니다. 가족만의 기억과 고유한 코드, 그리고 의식과 관습(Ritual). 그래서 저희 가족은 아이의 생일마다 우리만의 와인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출산이 거의 임박하기까지 고민하여, 마침내 적당한 와인 하나를 찾았습니다. 바로 몰리두커의 패밀리 라인 ‘기글팟(Gigglepot)’.
깔깔 웃는 주전자. 몰리두커의 설립자 사라 마르케스가 자신의 딸 ‘홀리’의 깔깔거리는 웃음을 보고 ‘기글팟’이라는 애칭을 붙였다고 합니다. 라벨 속 소녀의 천진한 모습. 이 와인을 보자마자, 저는 묘한 끌림을 느꼈습니다.
부모로서 딸아이에게 바라는 것은 부나 명예 같은 거창한 것보다, 그저 맛있는 치즈케이크나 와인을 마실 때처럼 일상의 작은 기쁨들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할 뿐입니다. 라벨 속 소녀처럼 말이죠.
몰리두커의 패밀리 시리즈는 창업자의 두 아이를 기념합니다. 쉬라즈 베이스의 ‘블루 아이드 보이(Blue Eyed Boy)’는 아들인 ‘루크’를, 그리고 다른 하나는 딸 ‘홀리’를 의미하는 기글팟. 기글팟은 까베르네 소비뇽으로 빚어진 와인입니다.
기글팟은 몰리두커만의 시그니쳐인 파워풀한 쉬라즈 스타일과 달리, 화려하면서도 섬세하며 우아한 질감을 보여줍니다. 왜 이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에 사랑스러운 딸아이의 별명을 붙였는지, 와인 메이커의 바람과 의도가 느껴집니다. 몰리두커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편안하면서 화사한 느낌의 여성적 와인, 기글팟.
앞으로 저희 세 식구는 우리 가족만의 관례로 매년 아이의 생일마다 이 기글팟을 마주할 것입니다. 언젠간 아이도 부모와 함께 잔을 기울이겠죠. 셀러의 와인이 해를 거듭할수록 향과 풍미가 더해지듯, 우리 가족만의 의식과 기억도 매해 이 와인과 함께 깊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를 재우고, 아내와 저는 이 와인을 마시며 조용히 웃고, 포근한 겨울밤을 보냈습니다. 기글팟이라는 와인의 이름처럼. 가족의 삶이란,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Tasting Note
첫 모금은 마치 봄날의 일요일 오후, 과수원의 한가로운 햇살 같습니다. 두터우며 드라이한 과즙이 밀키 하게 넘어갑니다.
검붉은 액체가 목을 타고 흘러 들어갈 때는, 과실 본연의 맛과 오크의 풍미, 와인 메이커의 단정한 손길이 느껴집니다. 복합적이고 미묘한 레이어가 돋보이며 부드럽고 우아한 균형미를 유지합니다.
코끝에서는 몰리두커 특유의 달콤한 모카와 바닐라 향이 피어오르며, 그 뒤로 잘 숙성된 블랙체리와 신선한 블루베리의 과실 향이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흑연과 삼나무의 서늘한 향취와 함께, 딜 계열의 허브 향이 어우러집니다.
갓 으깬 아사이베리 열매의 진한 즙처럼 신선한 과실미와 살아있어 바디감은 두텁고 묵직하지만, 잼 같이 과숙성된 뉘앙스는 없습니다. 새콤한 산미가 혀끝을 돌지만 그렇다고 과도하거나 불쾌할 정도로 혀를 찌르진 않습니다.
묵직한 콘트라베이스가 오케스트라 전체를 은은하게 뒷받침하듯, 타닌은 실키하게 다듬어져 맛의 기틀은 잡고 있지만 거친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몰리두커 기글팟 2022는 카베르네 소비뇽이라는 품종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몰리두커식 해석의 정점입니다. 15.5%라는 높은 도수에도 불구하고, 쉬라즈의 근육질 같은 응축감보다는 훨씬 정돈된 맛입니다. 까베르네 소비뇽이지만 엄격하지 않고 다정합니다. 전통적인 카베르네 소비뇽의 이미지 대신, 해맑고 화사한 과실의 즐거움이 입안 가득합니다. 마치 까르르거리는 여자아이처럼요.
왜 부모이자 창업자인 사라 마르퀴스가 이 와인에 기글팟이란 이름을 붙였는지 단번에 이해하게 만드는, 마시는 이로 하여금 미소 짓게 만드는 좋은 와인. 우리 아이의 삶도 이처럼 복합적이고 균형 잡힌 이 와인처럼 그렇게 매해 익어가길 기도합니다.
와인 정보
• 와인메이커: 사라 마르퀴스
• 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100%
• 알코올 도수: 15.5%
• 지역: 남호주 맥라렌 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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